파미유 페랑: 남부 론을 넘어 샹파뉴로의 여정

Written by천 혜림

블렌딩의 대가로 불리는 파미유 페랑(Famille Perrin)은 남부 론의 풍요로운 테루아에서 시작된 여정을 바탕으로, 1909년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의 보카스텔(Beaucastel) 와이너리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와인 역사를 써 내려갔다. 약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가문은 초창기 네고시앙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오늘날에는 500헥타르 이상의 포도밭을 소유하며 론과 프로방스를 넘어 샹파뉴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샹파뉴의 대표적인 생산자인 페테르(Péters) 가문, 헐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협업하여 출시한 미라발(Miraval) 샴페인은 뛰어난 품질로 출시 직후부터 업계의 찬사를 받으며 입지를 다졌다. 페랑 가문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는 플래그십 와인, 샤토 드 보카스텔(Château de Beaucastel), 합리적인 가격대로 많은 사랑을 받는 라 비에이유 페름(La Vieille Ferme), 최고의 양조 기술로 완성된 로제 샴페인 플뢰르 드 미라발(Fleur de Miraval), 프로방스의 매력을 담은 스튜디오 미라발(Studio Miraval) 등 다양한 와인을 통해 100년이 넘는 전통과 혁신적인 비전을 이어가며 와인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11월 초, 북아시아 수출 담당자인 플로리안 가리그(Florian Garrigues)가 한국을 방문해 페랑 가문의 이야기를 직접 전하며, 그들의 와인과 철학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파미유 페랑의 북아시아 수출 담당 플로리안 가리그(Florian Garrigues)

Fleur de Miraval, Exclusivement Rosé 로제 샴페인의 탄생

플뢰르 드 미라발(Fleur de Miraval)은 2020년 10월 첫 출시와 함께 큰 주목을 받은 샴페인이다. 브래드 피트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지만, 업계의 찬사를 받은 이유는 뛰어난 품질 때문이다.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공식 샴페인으로 선정되며 샴페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끌었고, 이는 브래드 피트, 프랑스 와인 명가 파미유 페랑, 그리고 샴페인 하우스 피에르 페테르(Pierre Péters)가 협력하여 만들어낸 특별한 결과물이다.

이 특별한 협업의 배경에는 브래드 피트의 제안이 있었다. 2012년, 프로방스의 미라발 와이너리에서 페랑 가문과 협업을 시작한 피트는 “샴페인에서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했고, 이에 따라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이 제안은 페랑 가문의 와인 역사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나아가 샴페인의 거장 피에르 페테르와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피에르 페테르는 6대째 메닐-쉬르-오제(Le Mesnil-sur-Oger) 지역에서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를 생산해 온 가족 경영 와이너리다. 그들의 전통과 전문성, 그리고 페랑 가문의 혁신적 와인 철학이 결합되어 플뢰르 드 미라발이라는 독창적 샴페인이 탄생했다.

플뢰르 드 미라발은 5년간의 비밀 프로젝트 끝에 공개되었으며, 첫 한정판 ‘엑스크루시브망 로제(Exclusivement Rosé)’와 이어진 ER2, ER3는 품질과 예술성을 겸비하며 샴페인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생산량이 2만 병에 불과해 희소성이 더해졌고, “3P: 피트, 페랑, 페테르, 세 가지 영혼과 감수성이 만나 잊을 수 없는 예술을 창조합니다”라는 철학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2023년에는 보다 폭넓은 소비자를 겨냥한 ‘프티 플뢰르(Petite Fleur)’를 출시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작은 꽃의 섬세함을 담은 프티 플뢰르의 DNA, 블렌딩

프티 플뢰르는 플뢰르 드 미라발의 '프티(작은)'한 버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순수함과 신선함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피에르 페테르와 파미유 페랑의 독창적인 블렌딩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샴페인은, 스타일적 차이를 통해 각기 다른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양조 방식을 따른다.

우선 이 두 샴페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인 양조 방식을 살펴보고, 프티 플뢰르와 플뢰르 드 미라발이 어떤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독창적인 매력을 구현하는지 알아보자.

  1. 리저브 퍼페츄얼: 신선함과 균형의 완성

리저브 퍼페츄얼(Reserve Perpétuelle)은 불어로 ‘계속적인’을 뜻하며, 다양한 빈티지를 저장하고 혼합하는 과정을 통해 블렌딩에 활용된다. 프티 플뢰르(Petite Fleur)는 젊은 빈티지와 리저브 퍼페츄얼로 저장된 빈티지를 결합하여 신선함과 균형을 강조하며, 65% 2020년산 샤르도네, 30% 플뢰르 드 미라발의 리저브 퍼페츄얼 샤르도네, 5% 레드 와인으로 양조된 피노 누아로 구성된다.

플뢰르 드 미라발의 리저브 퍼페츄얼은 10~15개의 빈티지로 구성되며, 가장 오래된 빈티지는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과정은 솔레라(Solera) 시스템과 유사하며, 다양한 빈티지를 콘크리트, 철 탱크, 오크통 등 다양한 컨테이너에 저장하여 블렌딩 과정에 활용한다. 프티 플뢰르는 플뢰르 드 미라발과 비교했을 때 더 신선한 스타일로, 젊고 활기찬 캐릭터로 신선한 작약, 장미 향 등의 신선한, 순수한 꽃향이 가득하다.

  1. 흐미정 세클: 복합성과 깊이의 상징

흐미정 세클(Remise en Cercle) 기법은 샴페인의 깊고 복합적인 풍미를 강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이미 병입된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개봉하여 가스를 제거한 뒤 베이스 와인에 블렌딩해 다시 사용하는 독특한 기술이다. 이 과정은 샴페인을 세 번째 발효로 이어지게 하며,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셰프 드 까브(Chef de Cave)인 로돌프 페테르(Rodolphe Peters)는 이 기술을 활용해 최상급 퀴베(Cuvée)를 제작하며, 그의 샴페인 철학을 반영한다. 비록 이 기술을 직접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하는 와이너리는 많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흐미정 세클은 페테르 샴페인의 독창성과 기술력을 상징한다.

흐미정 세클은 플뢰르 드 미라발 ‘엑스클루시브 로제(Exclusively Rosé)’에만 사용되며, 신선함에 중점을 둔 프티 플뢰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프티 플뢰르는 코트 데 블랑(Côte des Blancs)의 그랑 크뤼 및 프리미에 크뤼 지역에서만 재배된 75% 샤르도네와 25% 피노 누아로 구성된다. 샤르도네는 크랑망(Cramant)부터 르 메닐 쉬르 오제에 이르는 주요 마을에서 수확되며, 평균 수령 30년의 포도나무에서 자란다. 이 지역의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은 샴페인에 우아함과 구조감을 부여한다. 피노 누아는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지역인 베르튀스(Vertus)에서 재배되며, 세니에(Saignée) 방식을 사용해 페놀 성분을 조절함으로써 블렌드에 신선함과 균형을 더한다. 페랑 가문은 이러한 테루아의 특성을 극대화하며, 4~5g/L의 도사주로 복합성과 신선함이 조화를 이루는 독창적인 샴페인을 완성한다.

잔에서는 약간 어두운 핑크빛을 띠며, 잔잔한 기포가 혀를 가볍게 자극한다. 찌를 듯한 산도와 함께 작약과 붉은 장미 같은 신선한 꽃향이 섬세하게 피어오르며, 라즈베리와 산딸기의 은은한 향이 꽃향기를 감싸 조화를 이룬다. 와인의 순수함(Pure)은 샹파뉴에서 최고의 로제 샴페인으로 불리는 다른 샴페인들과 견줄 만큼 탁월하며, 독보적인 피네스(Finesse)를 선사했다. 자가효모분해(Autolysis)의 향은 지배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며, 인위적인 효모 향을 강조하거나 도사주를 높여 풍미를 과도하게 끌어올린 다른 샴페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프티 플뢰르는 이러한 점에서 진정한 순수함과 자연스러운 매력을 지닌 샴페인으로, 독창적이고 정교한 풍미를 제공한다.

La Vieille Ferme: 일상을 위한 '치킨 와인'

“이 와인은 전 세계에서 치킨 와인으로 알려져 있” 라며 와인의 소개를 시작한 플로리안. 1970년 처음 출시된 라 비에이유 페름(La Vieille Ferme)은 '오래된 농장'이라는 뜻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치킨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별명은 레이블에 그려진 치킨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비롯되었는데, 이후 동물을 테마로 한 와인들이 많이 출시되었지만, 라 비에이유 페름만큼 꾸준히 사랑받으며 그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와인은 드물다. 라벨에 그려진 수탉과 암탉은 프랑스의 상징이자, 페랑 가문이 전통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며 다양한 가축을 키워온 역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네고시앙 스타일로 만들어지는 이 와인은 론 지역의 꼬뜨 뒤 벙뚜(Côtes du Ventoux) 여러 생산자들에게서 포도를 구매하여 대규모로 생산되지만, 출시 이래 한결같은 스타일과 품질을 유지하며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와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마케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이 와인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프랑스 와인 브랜드 중 판매량 1위를 한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성과다.

“페랑 가문은 병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제작하고, 1967년 이래로 변함없는 라벨 디자인을 유지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뛰어난 가성비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라 전한 플로리안.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라 비에이유 페름은 풍부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다양한 자리에서 어울린다.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좋은 품질의 와인을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식탁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인 것 같다. 그야말로 일상의 일부가 되어주는 와인이라 할 수 있겠다.

라 비에이유 페름 루즈(La Vieille Ferme Rouge) 2022 빈티지는 카리냥(Carignan), 생소(Cinsault),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를 블렌딩하여 만든 와인으로, 짙은 보라빛을 띠며 잘 익은 검은 자두의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적절하게 추출된 타닌이 구조감을 잡아주어 매우 마시기 쉬운 스타일로 완성되었다.

라 비에이유 페름 블랑(La Vieille Ferme Blanc) 2023은 부르불렁(Bourboulenc), 그르나슈 블랑(Grenache Blanc), 루산(Roussanne), 위니 블랑(Ugni Blanc), 베르멘티노(Vermentino)를 블렌딩하여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산뜻한 시트러스 향과 함께 은은하고 달콤한 잘 익은 배의 향이 어우러지며, 미네랄리티가 돋보인다. 신선한 산도가 더해져 가볍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Studio Miraval: 뮤지션들의 스튜디오 미라발

미라발(Miraval)은 라틴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미라(Mira)'는 '아름다움'을, '발(Val)' 또는 '발레아(Valea)'는 '아름다운 계곡'을 의미한다. 이 이름은 단순히 와이너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이곳의 자연과 역사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실제로 미라발이라는 이름은 7세기 시토회 수도사들이 남긴 기록에서도 발견되며, 이 와이너리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특별한 장소임을 보여준다.

미라발은 남프랑스를 가로지르는 로마 시대 주요 도로 비아 아우렐리아(Via Aurelia)가 지나던 역사적 요충지로, 총 1,000헥타르의 개인 소유지 중 100헥타르 이상이 포도밭으로 조성되어 있다. 특히 1980년대에는 프랑스의 음악 프로듀서 자크 루시에(Jacques Loussier)의 소유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AC/DC, 큐어(The Cure)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 이곳에서 음악을 녹음했다. 이러한 음악적 유산은 브래드 피트가 와이너리를 2012년에 인수한 후 '스튜디오 바이 미라발(Studio by Miraval)'이라는 이름의 와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스튜디오 바이 미라발은 와이너리 내 음악 스튜디오에서 영감을 받은 와인으로, 신선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돋보이는 가볍고 우아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프로방스 북부 해발 300미터 지역에서 생산된 이 와인은 그르나슈, 시라, 티부렌(Tibouren) 같은 품종을 블렌딩하여 만들어졌다. 스튜디오 미라발은 접근하기 쉬운 매력적인 와인으로,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레이블과 병 디자인, 그리고 아주 연한 핑크 컬러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샤토 드 보카스텔

샤토 드 보카스텔(Château de Beaucastel)은 파미유 페랑의 최고급 와인으로, 페랑 가문의 심장 같은 와인이다. 뛰어난 품질로 정평이 나 있으며, 남부 론 지역의 와인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인데, 프랑스 론 밸리 남부의 샤토네프 뒤 파프 지역에 위치한 유서 깊은 와이너리로, 16세기부터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 1909년 피에르 페랑(Pierre Perrin)이 이곳을 인수한 이후, 페랑 가문은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하여 테루아를 존중하는 와인 생산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샤토네프 뒤 파프 와이너리는 그르나슈를 주품종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보카스텔과 소수의 다른 와이너리만이 13개의 모든 품종을 계속 사용해 왔다. 보카스텔은 이러한 전통을 고수해 온 대표적인 와이너리 중 하나이며,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면서 세대를 거쳐 각 포도 품종의 특성과 진화에 대한 지식을 전수해 왔다. 이를 통해 블렌딩에 대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추게 되었다”라며 플로리안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보카스텔의 13가지 품종은 각각 개별적으로 양조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과정은 100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에서 시작된다. 이 포도밭은 13가지 품종으로 나뉘며, 42개의 구획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각 구획에는 하나의 품종이 심겨져 있으며, 일부 품종은 여러 구획에 걸쳐 분포한다. 모든 구획은 독립적으로 양조 과정을 거치며, 발효와 침용 후 즉시 시음을 통해 품질을 확인한 뒤 블렌딩이 진행된다. 블렌딩이 완료되면 5,000~8,000리터 용량의 대형 오크통에서 1년간 숙성시키고, 이후 병입하여 추가로 1년간 안정화 과정을 거친 뒤 출시된다.

샤토 드 보카스텔은 샤토네프 뒤 파프 지역에서 허용된 13가지 포도 품종을 모두 사용하여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무르베드르(Mourvèdre)의 높은 비율은 독특한 풍미와 구조감을 더하며, 이는 보카스텔만의 비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며, 보카스텔은 '블렌딩의 대가'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함께 시음한 2020년 빈티지의 샤토 드 보카스텔 와인은 숙성 잠재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4년이 된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와인의 아로마는 깊고 풍부했으며, 잘 익은 검은 과실 향과 미네랄감, 다크 초콜릿, 다크 커피, 가죽, 육향 등 숙성된 향이 조화를 이루며 놀라움을 자아냈다. 13가지 포도를 블렌딩했음에도 불구하고 풍미의 균형이 탁월해, 그 정교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함께 테이스팅한 파미유 페랑의 레 시나르(Les Sinards)에 대해 플로리안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같은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이지만, 레 시나르는 보카스텔의 어린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다. 보카스텔은 포도밭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새로 심은 어린 포도나무의 수확물을 처음 5~7년 동안 레 시나르에 활용하며, 평균 수령은 20년이 넘지 않는다. 또한 보카스텔 포도가 약 5%에서 10% 정도가 포함된다. 그래서 이 와인은 마치 세컨드 와인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레 시나르는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시라 세 품종만 블렌딩하며, 특히 그르나슈가 중심이 되는 와인이다. 따라서 레 시나르는 접근성이 좋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샤토네프 뒤 파프를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 레 시나르 2021을 테이스팅해보니, 훨씬 더 신선한 스타일임을 느낄 수 있었고, 와인의 뼈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마치 젊은 '작은 형제' 와인 같은 인상을 주었다. 신선한 검붉은 자두 향과 풍부한 스파이스가 돋보였으며, 어린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복합미가 느껴져 파미유 페랑만의 독창적인 블렌딩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샤토 드 보카스텔 샤토네프뒤파프 2020년 빈티지의 블렌딩 비율
그르나슈(Grenache): 30%, 무르베드르(Mourvèdre): 30%, 시라(Syrah): 15%, 꾸누아즈(Counoise): 10%, 바카레즈(Vaccarèse), 테레 누아(Terret Noir), 뮈스카댕(Muscardin), 클레레트(Clairette), 피크풀(Picpoul), 피카르당(Picardan), 부르불렁(Bourboulenc), 루산(Roussanne): 총합 10%, 생소(Cinsault): 5%

"전통적인 샤토네프 뒤 파프에서 우리는 변화를 추구해 온 와이너리다. 이제는 브렛(Brett)이 있는 와인을 만들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은 예전의 브렛 스타일을 그리워하며 아쉬워하기도 하지만, 가족, 특히 새로운 세대는 더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가족 경영 와이너리를 운영하다 보면, 와인의 이름이나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조금씩 진화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샤토 드 보카스텔은 와인메이킹의 철학은 유지하되 진화하는 와인 스타일로 와인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파미유 페랑의 북아시아 수출 담당 플로리안 가리그와 함께 테이스팅한 와인들

PFV: 프리뭄 파밀리아에 비니, 가족 철학을 고집하는 와인 명가들의 모임

대규모 기업 소유가 점차 늘어나는 와인 산업 속에서도 가족 경영을 굳건히 지켜온 와이너리들의 협회인 프리뭄 파밀리아에 비니(Primum Familiae Vini, PFV)는 유럽 최고급 가족 소유 와이너리 12곳이 모여 결성한 단체다. (PFV는 라틴어로 '와인의 첫 번째 가족들'이다) 파미유 페랑은 2006년에 PFV에 가입했으며, 이 단체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가족 소유 와이너리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은 협회의 가치와 전통을 잘 나타내며, 파미유 페랑이 와인 업계의 다른 저명한 가족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의 높은 위상과 신뢰를 보여준다.

'프리뭄 파밀리아에 비니' 회원 와이너리들

와인 산업에서 가족 경영의 핵심은 자율성(Autonomy)이다.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투자한 대규모 기업은 창립자나 설립자의 고유한 색깔과 철학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가족 경영은 각 와이너리가 가진 고유의 철학과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FV는 매년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가족 경영 사업의 효과적인 관리 방법을 논의하고, 최근에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양조 방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이처럼 협회는 품질, 전통, 지속 가능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가족 경영 와이너리들만의 독자적인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립해 나간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신념과 철학으로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갈 파미유 페랑의 여정을 기대해본다.

수입사 신동와인
▶홈페이지 shindongwine.com
▶인스타그램 @shindongwine

글·사진 천혜림 사진·자료 제공 신동와인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사 공개일 : 2024년 12월 04일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