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쥔 나파 밸리 와인은 오랫동안 캘리포니아의 절대 강자로 사랑받아 왔다. 영원히 나파 밸리를 중심에 두고 돌아갈 것 같던 캘리포니아 와인 씬에 최근 미세한 균열이 생긴 듯하다. 벌써 수년 전부터 많은 와인 평론지에서 나파 밸리의 대항마로 주목해 온 와인 산지가 있으니 바로 파소 로블스(Paso Robles). 65개가 넘는 포도 품종을 포용한 이 다양성의 땅은 다른 곳에서는 잘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블렌딩을 통해 개성 넘치는 ‘파소 블렌드(Paso Blend)’를 만들어냈고, 프랑스 론 품종에 대한 열망을 가진 와인메이커들을 ‘론 레인저스(Rhone Rangers)’로 뭉치게 했다. 하지만 많은 와인 평론가가 나파의 대항마로 파소 로블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보르도 품종의 레드 와인이 그 이유인데, 특히 다우 빈야드(DAOU Vineyards)는 파소 로블스의 보르도 품종 와인이 나파에 비견될 수 있는 근거로 자주 언급되어 왔다. “수차례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경험했듯, 다우 빈야드의 와인은 최고의 나파 와인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라는 와인 전문지 바이너스(Vinous)의 평가는 많은 예 중 하나일 뿐. 오는 9월 5일 목요일, 빈티지코리아를 통해 올해 국내 정식 수입되기 시작한 다우 빈야드의 런칭 이벤트가 열린다. 와이너리의 아시아 총괄 이사가 방한한 가운데 플래그쉽 와인 9종을 선보일 예정. 많은 와인 평론가가 주목하는 다우 빈야드의 특별함에 대하여 그에 앞서 함께 알아보자.
A Jewel of Ecological Elements
금주령 이후 미국 최고의 양조학자로 칭송받던 안드레 첼리스체프(Andre Tchelistcheff)는 작은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에 집중하며 나파 밸리의 와인 양조에 혁명을 일으켰다. 나파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그가 파소 로블스에 도착한 건 스탠리 호프만(Stanley Hoffman)의 청에 따라, 1961년 설립된 호프만 마운틴 랜치 빈야드(Hoffman Mountain Ranch Vineyard)를 컨설팅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나파와는 또 다른 특별한 테루아를 발견한 그는 “생태학적 요소가 풍부한 보석(A jewel of ecological elements)”이라고 포도밭 부지를 평했고, 이내 주목할 만한 와인들을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현대 파소 로블스 와인의 탄생지로 불릴 만큼 와이너리는 성공적이었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30여 년이 흘러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린 건 조르주 다우(Georges Daou)와 다니엘 다우(Daniel Daou) 형제였다. 드림 빈야드를 꿈꾸며 8년간의 연구에 이어 2007년 5월 차고에서 와이너리를 설립한 다우 형제는 에스테이트 와이너리를 세울 장소로 호프만 마운틴 랜치 빈야드의 부지를 낙점했다. 머지않아 다우 마운틴(DAOU Mountain)으로 불릴 언덕이었다.
파소 로블스 와인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보존하며, 원래의 와이너리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반세기 전 안드레 첼리스체프와 스탠리 호프만의 유산을 넘겨받은 형제는 2008년 약 10.5헥타르의 포도밭을 다우 마운틴에 조성했다. 와인메이커는 다니엘 다우. 2005년부터 매년 실험적으로 와인을 만들어 온 그가 와인메이커로서 처음으로 혼자 와인을 완성한 건 2009년이었다. 다우 빈야드로 첫 에스테이트 와인을 만든 건 이듬해, 세상에 첫선을 보인 건 2013년이었다. 결과물은 빠르게 빛을 발했다. 2015년 8월, 로버트 파커의 와인 애드보케이트(Robert Parker’s Wine Advocate)에 “지금까지 맛본 파소 로블스산 카베르네 소비뇽 100% 와인 중 최고다. 나파에서 나오는 최고의 와인에 견줄 만하다“라는 평가가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다우 빈야드의 와인들은 여러 와인 평가 매체로부터 꾸준히 95점 이상을 받아왔다. 첫 빈티지를 출시한 지 10년 만에 60개 이상의 국가로 수출되고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고급 와인샵에서 사랑받는 비결, 더 근본적으로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아버지라 불렸던 안드레 첼리스체프가 다우 마운틴의 테루아에 매료되었던 이유가 뭘까?
나파의 기후, 생테밀리옹의 토양
총 11개의 하위 AVA가 있는 파소 로블스에는 그만큼 다양한 테루아가 존재한다. 다우 빈야드가 있는 곳은 애들레이다 디스트릭트(Adelaida District) AVA. 파소 로블스의 서부 지역으로, 11개 하위 AVA 중 태평양에 가장 가깝다. 다우 마운틴은 이 애들레이다 디스트릭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높은 지대에 자리하며, 해발고도는 파소 로블스에서 가장 높은 2,200피트(약 670미터)에 이른다. 템플턴 갭(Templeton Gap)을 따라 태평양에서 유입되는 시원한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곳. 덕분에 다우 마운틴의 포도는 다른 지역보다 좋은 산도를 간직한다. 조금 단편적으로 비교하자면, 2019년 포도 생장기에 화씨 100℉(섭씨 약 37.8℃)를 넘는 일수가 다우 마운틴은 단 하루도 없었던 반면 다른 파소 로블스 지역은 27일, 나파 산타 헬레나(Napa St. Helena)는 11일, 보르도 포이약은 4일이었다. 평균 기온 자체가 낮은 편. 같은 파소 로블스더라도 다우 마운틴의 포도 생장기 기온은 평균 5~6℉가 낮다. 전반적으로 무더운 파소 로블스에서 다우 빈야드의 와인이 신선도과 균형감, 우아함을 지닐 수 있는 이유 한 가지가 여기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나파, 소노마 등 많은 와인 산지와 달리 태평양판(Pacific Plate) 위에 놓여 있는 파소 로블스는 융기된 고대 해저 지대에 포도밭이 펼쳐진다. 수백만 년 동안 퇴적된 바다 생물의 뼈와 껍질이 압축되어 칼슘이 풍부한 석회질 토양을 만들어 냈다는 것. 석회질 토양을 가진 몇 안 되는 캘리포니아 AVA 중 하나가 파소 로블스다. 다우 마운틴 역시 석회질 점토(Calcareous Clay)를 기본으로 하는데 보르도 생테밀리옹에서 발견되는 토양 조성과 비슷하다. 다니엘의 표현대로 “나파의 기후와 생테밀리옹의 토양이 결합된 곳”이 바로 다우 마운틴이다. 이곳에 카베르네 소비뇽과 보르도 품종을 위한 최적의 토양이 있다는 것은 지난 10년간 다우 형제가 만들어낸 와인이 입증하고도 남았다. 여기에 더해 석회질 토양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특징인 높은 산미는 다우 빈야드의 와인에 또 다른 이점을 부여한다.
테루아를 완성하는 건 사람의 손길
다우 형제가 소유한 약 358헥타르의 땅 중 포도밭은 약 166헥타르다. 가능한 모든 포도밭은 지속가능 인증을 받았고 85%는 유기농으로 관리된다. 현재 유기농과 함께 재생 유기농(Regenerative Organic)도 인증 절차를 밟는 중에 있다. 포도나무의 99%가 보르도 품종이지만 클론의 다양성을 추구하여 카베르네 소비뇽만 해도 무려 12개의 클론이 있다. 28%~56%의 경사진 언덕에 조성된 포도밭은 포도나무에 유익한 스트레스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1에이커(약 0.4헥타르)당 2,234~3,630그루의 높은 밀도로 포도나무가 식재되어 있는 것과 드라이 팜(Dry Farmed)이나 제한된 관개(Deficit Irrigated)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렇게 재배된 포도는 열매가 작고 농축되면서도 풍부한 향을 지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다니엘과 그의 팀은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관리한다. 프루닝부터 불필요한 송이를 떨어내는 작업, 그리고 수확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손수하는 것. 매 시즌 모든 포도나무에 5~7회의 손길이 간다고. 다우 마운틴이 품고 있는 모든 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니엘은 가장 순수한 표현을 담아낸 와인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섬세한 손길로 작업을 이어간다. 비할 데 없는 힘과 우아함, 캐릭터가 있는 와인을 만들기 위하여.
와인은 과학이다
다우 빈야드는 와인 양조에 있어 현대 과학을 적극 반영하는 편이다. 수확된 포도를 광학 선별기로 한 차례 거르는 건 기본. 양조의 핵심 중 하나로 페놀릭(Phenolics)이 있다. 감각적 경험과 와인의 화학 화합물 사이의 연관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US 데이비스에서 처음 개발된 개념으로, 토탈 안토시아닌(tANT:Total Anthocyanins), 프리 안토시아닌(fANT:Free Anthocyanins). 바운드 안토시아닌(bANT:Bound Anthocyanins), 타닌(pTAN:Tannins), 토탈 페놀(Total Phenols) 등 다섯 개 주요 페놀 화합물로 구성된다. 다우 빈야드에서는 발효 중 이 페놀릭을 매일 2~3회 추적하여 적정한 양의 타닌을 추출하고, 더 나은 색상 안정화를 통해 균형 잡히고 우아하면서도 파워풀한 와인을 만든다. 발효에 사용하는 효모는 D20. 다우 마운틴에서 분리해 낸 100종의 다우 마운틴 효모(Daou Mountain Yeast) 중 하나로, 낮은 알코올과 높은 글리세롤을 생성하고 발효 시 더 좋은 산도를 유지되게 한다. 장점을 인정받아 현재는 포르투갈, 남아공, 프랑스, 이탈리아, 나파 등 전 세계 와인 산지에서 사용된다고. 발효가 끝난 와인은 7개월~ 30개월간 숙성되는데, 복합미를 위해 무려 12개의 오크통 생산자와 협업하여 다양한 오크통을 사용한다. 다우 빈야드만을 위해 독점적으로 만든 맞춤형 배럴이 다섯 개나 있다고 하니 오크통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다. 와인은 50℉(10℃)의 낮은 온도에서 숙성되는데, 이렇게 완성된 결과물은 이산화황을 많이 필요로하지 않는 한편 신선하고 활기찬 향을 지닌다. 나파 밸리 레드 와인에 대적할 수 있는 ‘파소 로블스의 빛’ 다우 빈야드의 와인은 이렇게 완성된다.
다우 빈야드 런칭 이벤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와인들
- 다우 빈야드 샤르도네(DAOU Vineyards Chardonnay) 2022
- 다우 빈야드 카베르네 소비뇽(DAOU Vineyards Cabernet Sauvignon) 2021
- 다우 빈야드 리저브 샤르도네(DAOU Vineyards Reserve Chardonnay)2022
- 다우 빈야드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DAOU Vineyards Reserve Cabernet Sauvignon) 2021
- 다우 빈야드 보디가드 샤르도네(DAOU Vineyards Bodyguard Chardonnay) 2021
- 다우 빈야드 보디가드 레드(DAOU Vineyards Bodyguard Red) 2022
- 다우 빈야드 소울 오브 어 라이언(DAOU Vineyards Soul of a Lion) 2020
- 다우 빈야드 패트리모니 카베르네 소비뇽(DAOU Vineyards Patrimony Cabernet Sauvignon) 2020
- 다우 빈야드 패트리모니 카베르네 프랑(DAOU Vineyards Patrimony Cabernet Franc)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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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빈티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