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다려 온 프리오랏,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

Written by강 은영

오늘은 쉬이 퇴색되지 않을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와인 산지 프리오랏과 이곳의 라이징 스타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La Conreria d'Scala Dei)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세계에서 가장 너른 와인 산지를 보유하고 있는 스페인은 와인 등급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어서 단 두 지역만을 최고 등급인 DOC(또는 DOQ)로 호명하는데, 북부 중앙의 리오하와 북동쪽의 프리오랏이다. 프리오랏은 카탈로니아, 그러니까 스페인 사람이냐고 물으면 정색하고 카탈로니아인이라고 정정하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와인이란 결국 떼루아의 이야기이며, 그리하여 우리는 곧잘 땅의 척박함에서 와인 퀄리티의 바이브를 감지하곤 하는데, 이 방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척박함을 자랑하는 곳이 프리오랏이다. 아찔하게 가파른 경사와 바위투성이의 땅. 오직 굳건한 포도나무들만이 살아남는 이 땅에 처음 포도밭을 일군 이는 12세기 카르투지오 수도사들이었다. 세속을 벗어나 은거하며 기도와 고행으로 신을 섬기고자 한 이들은 포도나무와 함께 고행하며 와인을 만들곤 했다.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 빈야드 (사진 : https://www.vinslaconreria.com)

신에게로 가는 사다리와 와인을 향하는 청춘

1997년 설립된 프리오랏의 신예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의 이야기는 조르디 비달(Jordi Vidal)이라는 한 남자로부터 출발한다. 바로셀로나 태생. 채소 농장을 하는 할아버지를 거들던 청년은 와인숍을 열며 직업의 세계에 들어서는데, 자주 들르던 와인메이커가 해준 양조학교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인다. 결국 양조학교 견학을 위해 길을 나섰다. 1985년 가을이었다. 그날 그는 스칼라 데이(Scala Dei) 포도밭에서 수확을 거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당일치기 일정을 무르고 마을에 머물렀다. 스칼라 데이로 말할 것 같으면 앞서 얘기한 카르투지오 수도회가 포도밭을 조성한, 라틴어로 ‘신에게로 향하는 사다리’라는 뜻을 지닌 마을이다. 인생 첫 포도 수확을 경험한 그는 이후 따라고냐 대학에서 양조학 공부를 시작했고 1990년에 졸업장을 땄다. 그 무렵 프리오랏은 르네 바르비에와 알바로 팔라시오스 등 걸출한 와인메이커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 신예 와인메이커들은 프랑스 포도종과 프렌치 오크배럴을 사용하고 끌로(Clos)의 개념을 도입해 포도밭을 세분화하며, 프리오랏을 가장 핫한 와인산지로 끌어올렸다. 그로부터 얼마지 않아 조르디는 스칼라 데이 마을에 땅을 매입하고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라는 와이너리를 오픈하게 된 것이다.

와인메이커 조르디 비달(Jordi Vidal)

그 거친 토양과 그걸 지켜내는 사람

조르디 비달은 ‘프리오랏이 자신을 불렀다’고 “시간의 색채에 물든 오래된 땅의 향기가 나를 사로잡았다”고 했다. 12세기 수도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는 이 척박한 땅을 찬양했다.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의 홈페이지 포도밭 소개 페이지를 보면, 포도밭 정보가 무슨 장부처럼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다. 총 포도밭 면적은 52ha이지만 각각의 포도밭들은 1ha 미만에서 규모가 좀 있다 해도 5ha 남짓. 1900년대 초에 심은 포도나무부터 최근 식재한 포도나무들까지 있다. 일부 포도밭은 경사가 깊은 곳에 위치해있고 나머지는 낮은 고도에 충적토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포도밭은 프리오랏을 상징하는 리코렐라 토양(주로 붉은 빛을 띠는 검은 점판암으로 일부 운모, 석영 토양도 섞여있다)이 주를 이룬다. 조르디는 여러 고도, 위치, 토양에 따라 맞춤 유기농 방식을 적용하여 경작하고 있다. 프리오랏의 거친 환경에서 수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구획을 잘게 나눈 포도밭에서 모든 포도는 손으로 수확하며 각 구획별로 분리하여 양조를 진행한다.

레드 와인의 땅에서 빛나는 화이트 와인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에서도 가장 탁월한 떼루아로 손꼽히는 포도밭으로 레스 브루게레스(Les Brugueres)가 있다. 조르디는 여기서 자라는 수령 100년 이상의 가르나차 블랑카 포도로 단일 품종의 DOQ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 레드 와인의 비중이 높은 프리오랏에서 100% 단일품종 화이트 와인이라니! 실은 1997년 조르디가 라 콘레리아의 포도밭을 발견했을 때 이곳은 이미 화이트 품종의 비중이 70%였다. 그는 “가르나차 블랑카는 취약한 면이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품종”이라며 “리스크를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원하는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두 가지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으로 자신의 말에 책임졌다. 와인라이터 앤드류 제포드(Andrew Jefford)는 프리오랏의 화이트 와인에 대해 <Decanter>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3% 정도를 차지할 뿐인 화이트 와인에 최근 생산자들이 집중하는 이유는 프리오랏 화이트 와인만의 본질적인 균형감과 피네스에 있다.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토양(주로 점판암이나 편암, 그리고 때때로 석회암)과 높은 고도는 큰 일교차를 만들어 뛰어난 아로마와 더불어 미묘하면서도 일관된 산도 균형감을 달성하며 묘한 매력을 선사하는 와인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는 뛰어난 레드 와인을 함께 선보인다. 스페인 토착 품종 와인을 비롯해 프렌치 품종 블렌딩 와인까지, 다양한 떼루아를 자랑하는 만큼 다양한 와인들이 있다.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 빈야드 (사진 : https://www.vinslaconreria.com)

라 콘레리아 디스칼라 데이 대표 와인 2종

레스 브루게레스 프리오랏 블랑 (Les Brugueres Priorat Blanc)
- 가르나차 블랑카 100%의 레어템

품종 가르나차 블랑카(Garnatxa Blanca) 100% 
등급 DOQ Priorat  
특징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7~18°C로 저온 발효했고, 9개월간 리즈(lees)와 함께 숙성시켰다. 옅은 노란빛을 띠는 와인으로 열대 과일과 살구, 민트 향이 올라온다. 균형 잡힌 산도와 훌륭한 피니시를 보여주는 와인으로 해산물, 흰살 육류, 치즈, 파스타, 샐러드 등과 두루 잘 어울린다.  
평점 로버트 파커 91점, 제임스 서클링 92점 

볼톤즈 (Voltons)
- 100년차 포도밭 출신 최고급 레드 와인

품종 가르나차(Garnatxa), 까리녜냐(Carinyena)
등급 DOQ Priorat Vi de Paratge
특징 발효 단계에서 야생효모만을 사용하며, 500리터 프렌치 오크배럴과 오스트리아 오크 배럴에서 12개월간 숙성한다. 이후 18개월 이상 병 숙성을 거친 뒤 출시한다. 붉은 과실과 허브 위로 스모키한 향과 미네랄 캐릭터가 겹쳐지며 섬세한 아로마를 자랑한다. 긴 여운을 남기는 풀바디 와인으로 스테이크나 스튜,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평점 로버트 파커 91점, 제임스 서클링 92점, 97점

강은영 자료 제공 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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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3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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