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며 어느덧 봄 분위기가 완연하다. 수려한 솜씨로 차린 제철 한식 요리와 짜릿한 와인 한잔이 그리운 계절이다. 한식과 와인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이해도가 높은,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는 어떤 와인 페어링을 추천할까? 국내 대표 한식 다이닝 레스토랑 3곳의 문을 두드려 그 답을 물었다.
대게 나물 탕평채 & 남아공 슈냉 블랑 / 레스토랑 주은 김주용 소믈리에

‘베테랑’이라는 단어가 더없이 어울리는, 레스토랑 주은의 김주용 소믈리에. 그는 2022년 제21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2021년 제17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띠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5성급 호텔리어 경력을 포함해 20년 동안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몸담은 그는, 최근 8년간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등재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커리어를 집중해 왔다.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 WSET Level 3 어드밴스드 자격을 갖췄으며, CMS 인증 소믈리에이기도 하다. 베를린 & 아시아 와인트로피, 대한민국주류대상, 코리아와인챌린지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추천 코멘트 다채로운 나물들은 봄의 전령이라 불린다. 대게 나물 탕평채에는 돌나물, 원추리, 미나리, 두릅, 신선초, 달래, 취나물 등 일곱 가지 나물이 사용된다. 알찬 대게 살은 감칠맛과 단맛이 일품이며, 부드러운 동부묵에 감싸 가지런히 담아냈다. 각 재료들 간의 밸런스가 잘 잡혀있고, 맛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즐거움이 특징인 주은만의 탕평채다.
이에 어울리는 와인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드넓은 대지, 원색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슈냉 블랑이다. 남아공에서 가장 폭넓게 재배되는 슈냉 블랑은 다양한 양조 방법에 따라 다재다능한 매력을 뽐낸다. 2011년에 시작된 알헤이트 빈야드(Alheit Vineyards)는 헌신적이며 자연을 존중하는 크리스와 수잔 알헤이트 부부의 멋진 팀웍을 바탕으로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선보이는 곳이다. 송이째 압착하여 오래된 오크통에서 자연 발효하며, 앙금과 보관하는 리(Lees) 컨택 방식을 따르는데, 간단하면서도 매우 섬세한 양조 방법이다.
알헤이트 빈야드의 히어에프터 히어(Hereafter Here)는 어린 포도나무의 슈냉 블랑 100%를 사용하여, 신선한 시트러스와 잘 익은 사과와 배, 모과를 비롯하여 이국적인 향신료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짭짤한 미네랄리티와 풍성한 풍미가 가득한 그리고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탕평채의 일곱 가지 나물은 익힘의 정도에 따라 향도 식감도 그리고 개성도 다르지만, 모두 녹색의 싱그러운 봄을 연상케 한다. 오롯이 슈냉 블랑에 집중한 이 와인 한잔을 곁들이면 나물의 다채로움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고, 대게의 감칠맛을 절묘하게 끌어올려 준다.

알헤이트 빈야드 히어에프터 히어 슈냉 블랑 2022
Alheit Vineyards Hereafter Here Chenin Blanc 2022
지역 웨스턴 케이프, 남아프리카공화국 품종 슈냉 블랑 100%
히어에프터 히어 슈냉 블랑 2022 빈티지는 사과와 배, 달콤한 허브, 섬세한 감귤류의 향이 특히나 아름답다. 입안에서는 과즙이 풍부하고 섬세하여, 계속 마시고 싶게 만든다. 훌륭한 슈냉 블랑을 마시는 즐거움을 오롯이 선사한다. 와인명인 히어에프터 히어(Hererafter Here)는 ‘Year after year(매년마다)’와 비슷하게 들리는데,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을 바라는 이들의 철학을 담았다.
Recommended by 김주용 소믈리에 / 레스토랑 주은 @jueun_restaurant
와인 수입사 케이프 와인 셀러 @cape_wine_cellar
도다리살 쑥 전 & 오스트리아 바하우 리슬링 / 비채나 이광열 소믈리에

이광열 소믈리에는 지난 2024년 <제20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헝가리 와인 부문 우승컵을 거머쥔 장본인이다. FWS(French Wine Scholarship), WSET Level 3, ASI 실버 디플로마를 갖추고 있고, '레스토랑 마릴린', 'SPC 퀸즈파크'에서 경력을 쌓았다. 미쉐린 3스타 '가온'에서 한식의 매력에 빠진 그는, 현재 미쉐린 1스타 '비채나'의 헤드 소믈리에를 맡고 있다.

추천 코멘트 비채나에서는 봄을 맞아 쑥 전과 오스트리아 바하우(Wachau) 리슬링을 페어링하고 있다. 바하우의 대표적인 생산자 에프.엑스 피흘러(F.X Pichler)가 표현하는 리슬링은 특별하다. 테루아에 집중된 리슬링으로, 품종의 본질적인 아로마에 기분이 좋아진다.
봄철 도다리와 쑥의 궁합은 아주 좋은데 남해안 지역에서는 제철 음식으로 도다리쑥국을 먹곤 한다. 비채나에서는 담백한 도다리살을 쑥 반죽과 함께 튀겨내어 도다리쑥국의 시원한 육수와 함께 담아내었다
아카시아가 연상되는 흰 꽃의 향기로움이 봄을 닮은 듯 쑥 전의 향긋함을 더하고, 와인의 녹진한 질감이 도다리 살의 탱글함과 전의 바삭한 식감 사이에 균형감 있게 녹아든다. 온화하게 잘 익은 핵과류의 풍미와 맛 좋은 산미, 미네랄은 음식의 감칠맛을 자극하며 맑고 깊게 여운을 정돈한다.

바인굿 에프.엑스 피흘러 리에드 로이벤베르그 리슬링 스마라그드
Weingut F.X Pichler Ried Loibenberg Riesling Smaragd
지역 바하우, 오스트리아 품종 리슬링
에프.엑스 피흘러(F.X Pichler)는 오스트리아 바하우(Wachau)의 뒤른슈타인(Dürnstein)에 위치한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Rober Parker)는 ‘세계 100대 와이너리’에 피흘러를 선정하며 ‘오스트리아의 로마네 콩티이자 샤토 라투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에드 로이벤베르그 리슬링 스마라그드(Ried Loibenberg Riesling Smaragd)는 암석질로 이루어진 가파른 경사면 포도밭에서 탄생한 와인이다. 일조량이 풍부하지만 일교차가 큰 덕분에 노란 과일향이 풍성하고 잘 익은 느낌을 주면서도, 훌륭한 산도 또한 갖추고 있다.
Recommended by 이광열 소믈리에 @vin_kwang / 비채나 @bicena_seoul
와인 수입사 코스모엘앤비 @cosmo_wine
봄코스 中 「봄나물」 & 상세르 블랑 / 이타닉 가든 김성국 소믈리에

김성국 총괄 소믈리에는 조선 팰리스 내 다이닝 공간 전체의 와인 프로그램과 고객 경험 설계를 맡고 있다. 그는 이타닉 가든의 손종원 셰프와 호흡을 맞추며, 다이닝의 흐름 속에서 페어링의 정교한 밸런스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국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중심의 페어링 큐레이션에 특화되어 있으며, 소믈리에 크루 쏨즈(SOMZ)의 공동 창립자로서 국내 소믈리에들의 교육과 상호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고 있다. 샴페인 오피시엘 슈발리에 상급기사 작위와 생테밀리옹 쥐라드 기사 작위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소믈리에이기도 하다.

추천 코멘트 이타닉 가든의 봄 코스에서 가장 애정하는 메뉴는 바로 ‘봄나물’이다. 봄을 알리는 가장 섬세한 방식은 제철 나물 특유의 식감과 향이라고 생각한다. 두릅, 달래, 냉이, 돌나물 등 다양한 봄나물들이 조화롭게 구성된 이 요리는, ‘아삭’에서 ‘사각’, ‘바삭’에서 ‘쫄깃’으로 이어지는 텍스처의 전환이 특히나 인상적이다. 이 감각적 흐름은 마치 르누아르(Renoir)의 <봄 꽃다발(Spring Bouquet)>처럼, 여러 질감으로 봄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이 메뉴에는 제라드 불라이(Gerard Boulay)의 상세르 블랑 라 꼬뜨(Sancerre Blanc La Côte) 2020을 선보이고 있다.
루아르 지역의 테레 블랑슈(Terres Blanches) 토양에서 비롯된 선명한 미네랄리티와 입체적인 구조감이 입안의 생동감을 균형 있게 이끌어주며, 봄나물 고유의 초록빛 풍미를 더 우아하고 명료하게 끌어올려 준다. 이 와인의 자연주의적 접근은 다양한 나물이 어우러진 접시 위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그래서 이름이 라 '꼬뜨'일지도 모르겠다. (웃음)
PLUS 전통주 페어링을 선호하시는 분들께는 이타닉 가든이 대밭고을과 협업해 개발한 시그니처 탁주인 ‘우리술 흐림’을 추천한다. 대나무잎과 함께 지은 고두밥으로 삼양주 방식으로 빚은 이 탁주로, 부드러운 질감과 은은한 산미, 그리고 살짝 도드라지는 꾸덕한 농도가 봄나물의 흙 내음을 자연스럽게 감싸며, 전통적인 방식으로도 깊이 있는 한식 페어링을 완성해 준다.

도멘 제라드 불라이 상세르 블랑 '라 꼬뜨'
Domaine Gerard Boulay Sancerre Blanc 'la Côte'
지역 루아르, 프랑스 품종 소비뇽 블랑 100%
2010년 처음 양조 된 라 꼬뜨(La Côte)는 샤비뇰(Chavanel) 외곽의 남동쪽 언덕에 위치한 라 그랑드 꼬뜨(La Grande Côte) 빈야드에서 생산된다. 샤비뇰 지역에서도 양질의 석회암 토양인 키메리지안(Kimmeridgian) 석회암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염분과 진한 미네랄을 흙에 품고 있으며, 도멘 내에서 가장 서늘한 기후를 보여 가장 늦게 포도를 수확하는 포도밭이다. 3년 또는 4년 사용된 오크통에서 양조와 숙성 과정을 거쳐, 풍부한 질감과 밀도감, 정밀함이 인상적인 ‘라 꼬뜨’가 탄생한다.
Recommended by 김성국 소믈리에 @super.somm / 이타닉 가든 @eatanicgarden
와인 수입사 ㈜레드슈가 032-681-3187
글·소믈리에 사진 각 소믈리에 정리 이새미 와인 자료·사진 각 와인 수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