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23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저마다의 실력을 뽐내며 경합이 치러졌고, 최종 네 명의 소믈리에가 ‘한국 최고의 프랑스 와인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걸고 불꽃 튀는 결승전을 치렀다. 이날 터져 나온 도파민 때문일까. 이번 대회 수상자들을 아직은 놓아줄 수가 없다. 네 명의 소믈리에들을 다시 한번 소환하여, 이들이 직접 경험한 ‘최고의 와인 페어링’이 무엇인지 소개받았다.
풍미가 강한 타입의 ‘블랑 드 블랑’ 샴페인과 민어 요리 - 김민준 소믈리에
2022년 독일에서 열린 세계미식가협회의 ‘인터내셔널 영 소믈리에 오브 더 이어(Chaîne des Rôtisseurs Jeunes Sommeliers Competition)’에서 당당히 준우승을 차지하며, 대한민국 대표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던 김민준 소믈리에. 현재는 미쉐린 2스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정식당’의 헤드 소믈리에이다. ‘샴페인 르 브룬 드 누빌(Champagne Le Brun de Neuville)’과 코라빈(Coravin)의 앰배서더로도 활동하고 있다. 제23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차지한 장본인으로, ASI 골드 디플로마, CMS 인증을 받은 실력 있는 소믈리에다. 그는 프랑스 와인에 대한 애정이 특히 남다른데, FWS(French Wine Scholarship), CIVC(Le Comite Interprofessionnel du Vin Champagne), BIVB(The Bureau Interprofessionnel des Vins de Bourgogne) 등 프랑스 와인 관련만으로도 3개의 인증을 받았다.
Champagne Le Brun de Neuville Double Autolyse NV
샴페인 르 브룬 드 누빌 더블 오톨리즈 NV
지역 프랑스 샹파뉴, 코트 드 세잔 품종 샤르도네100%
추천 코멘트 정식당에서는 ‘르 브룬 드 누빌 더블 오톨리즈 NV(Le Brun de Neuville Double Autolyse NV)’를 민어 요리와 함께 페어링하고 있다. 부드럽게 조리된 민어, 미나리 살사에 버무려진 보리밥과 함께, 웅피조개, 능이버섯 그리고 능이버섯을 이용한 육수가 곁들여진다. 샴페인은 샤르도네 단일 품종만을 사용하며, 발효부터 숙성까지 모두 오크통에서 양조되는 '퓌드센(Fut de Chene)' 방식을 사용했다. 약 12년 정도의 긴 병 숙성 기간을 거치면서 미세 산화작용이 일어나, 기분 좋은 견과류 풍미와 토양에서 오는 버섯과 같은 풍미, 뛰어난 미네랄을 자랑한다. 민어 요리에 함께 부어지는 능이버섯 육수와 구수한 풍미들의 매칭이 뛰어나고, 부드럽게 조리된 민어 그리고 미나리 살사에 버무려진 보리밥의 식감과 샴페인의 크리미한 버블 질감이 좋은 합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쉽게 페어링할 만한 음식으로는 찜닭, 짜장면, 깐풍기, 족발 등이 있다. 맛과 풍미가 강한 타입의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다 보니 소스나 풍미가 조금 진한 음식들이 잘 어울린다. 샴페인과 적당한 조화를 이루면서도, 샤르도네의 산도가 기분 좋은 리프레쉬가 되어주는 볼드한 음식을 매치하면 좋다.
Recommended By 김민준 소믈리에 @1.83vin
수입사 씨에스알와인 @thevincsr_official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봐야 할 조합, 고급 빈티지 샴페인과 캐비어 - 이형택 소믈리에
CJ푸드빌 ‘더 스테이크 하우스(The Steak House)’의 이형택 소믈리에는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 워커힐 호텔 등 10년 이상의 호텔 경력과 함께, 미쉐린 레스토랑, 파인 다이닝 경력을 자랑한다. 한국 소믈리에 대회와의 인연 또한 깊은데, 2016년 결선 진출을 시작으로, 2021년 프로방스 스페셜 프라이즈 부문 1위 & 종합 3위 수상, 작년인 2023년에는 최종 4위에 올랐으며, 올해에는 최종 2위 준우승에 다다랐다. 이외에도 베를린 와인 트로피, 아시아 와인 트로피, 한국와인대상 등 각종 와인 품평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Piper Heidsieck Rare 2013
파이퍼하이직 레어 2013
지역 프랑스 샹파뉴 품종 샤르도네 70%, 피노 누아 30%
추천 코멘트 푸아그라, 트러플과 함께 세계 진미 중 하나인 고급 식재료 캐비어와 샴페인은 궁합이 잘 맞는 페어링 중 하나이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봐야한다. 시트론 유자 소스의 광어 까르파치오에 캐비어를 곁들여, 신선하고 상큼하면서 고소한 풍미가 '레어(Rare)' 샴페인과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주었으며 또한 레어 샴페인의 산뜻한 청량감이 입안의 비릿함을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해산물과 샴페인 러버인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마리아주였다.
레어 샴페인은 파이퍼 하이직(Piper Heidsieck)에서 생산하는 프레스티지 샴페인으로 1976 빈티지 첫 출시 이후, 단 13개의 빈티지만 선보였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풍성한 버블과 신선한 풍미를 지닌 아주 특별한 샴페인이다.
일상에서도 페어링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데, 샴페인의 버블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고 대부분의 음식과 곁들여도 부딪히지 않기 때문이다. 너무 짜거나 매운 음식이 아니라면 두루두루 활용하기 좋다. 피자나 버거, 치킨 등 배달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음식들을 먹을 때, 콜라나 맥주를 대체할 와인으로 샴페인 만 한 것이 없다. 샴페인의 청량감과 부드러운 버블 텍스처, 섬세한 산미, 풍부한 과실향은 음식의 느끼함을 깔끔히 씻어주는 클렌저 역할을 해준다. 특히 레어와 같은 고급 샴페인은 풍부한 향과 복합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버거와 같은 음식과 곁들일 때도 트러플 등 향이 풍부한 식재료를 살짝 더한다면 더욱 훌륭한 조합이 완성된다. 피자에는 향이 풍부한 치즈를 곁들이면 좋다. 분식으로는 김밥, 일식으로는 흰살생선을 사용한 스시도 좋은 선택지로 추천한다.
Recommended By 이형택 소믈리에 @hyungtaek.lee.96
수입사 아영FBC @ayoungfbc
프랑스 본고장 요리와 매칭한 클래식한 소테른 와인 페어링! - 노윤수 소믈리에
현재 하우스 오브 신세계 와인셀라의 헤드 소믈리에로 근무하고 있는 노윤수 소믈리에는 프랑스 현지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실력파다. 그는 일본에서 와인에 관해 처음으로 접하고, 더 전문적으로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에 프랑스 보르도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프랑스 보르도 2대학에서 DUAD 와인 테이스팅 과정 전문 학위를 취득하고, 소믈리에 양성학교인 카파 포르마시옹(CAFA Formations)에서 소믈리에 와인 컨설팅 과정을 수료했다. 프랑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Les Pres d'Eugenie’를 비롯하여 프랑스 현지의 바, 비스트로, 여러 미쉐린 레스토랑에 근무하며 기본기를 쌓았다. 조선 팰리스의 ‘이타닉 가든’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했으며, 미쉐린 1스타 ‘강민철레스토랑’에서 헤드 소믈리에를 역임했다.
La Semillante de Sigalas 2018
라 세밀란테 드 시갈라스 2018
지역 프랑스 보르도, 소테른 품종 세미용 100%
추천 코멘트 나는 프랑스의 클래식한 페어링을 좋아하고 또 즐겨하며, 특히 각 지역의 음식과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매칭하는 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역의 삶과 역사, 그리고 문화가 담긴 특별한 연결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와인의 향, 맛, 질감 등 고유한 특징을 잘 살려 조화를 이루도록 음식을 매치한다. 예를 들어, '라 세밀란테 드 시갈라스(La Semillante de Sigalas)'는 보르도 소테른(Sauternes)의 프리미에 크뤼 와이너리인 샤토 시갈라스 라보(Château Sigalas Rabaud)에서 생산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다. 세미용 단일 품종을 활용한 화이트 블렌드 와인으로, 와인을 포도가 재배된 세부 구획(lots)으로 구분하여 와인에 깊이감과 복합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블렌딩한다. 풍부한 과실미와 입안을 감싸는 유질감이 인상적이다. 이 와인이 지니고 있는 볼륨감과 유질감은 팬에 구운 생선, 특히 화이트 와인과 버터를 베이스로 하는 뵈르 블랑(Beurre Blanc) 소스와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세미용 품종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과실향과 바디감, 신선한 산도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데, ‘라 세밀란테 드 시갈라스’는 이러한 세미용의 섬세함, 우아함을 잘 표현한 와인이다. 새우의 육즙을 가득 품은 만두나, 은은한 파 향과 해산물의 풍미를 담은 해물파전과도 잘 어우러지고, 오뎅 또한 좋은 선택지가 된다.
Recommended By 노윤수 소믈리에 @yoonsomm_
수입사 소굿인터내셔널 / 주식회사 예온 02-518-9302
오감을 아울러, 한 끝까지 디테일을 살린 ‘드라마틱한 마리아주’! - 김창욱 소믈리에
김창욱 소믈리에는 2022년 ‘라빈리커스토어’에서 소믈리에로 첫 근무를 시작하여, 현재는 카니랩(Kani Lab)의 헤드 소믈리에로 근무하고 있다. 카니랩은 ‘미디어 아트’와 ‘미식’의 퓨전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경험을 제공하는 몰입형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작년 ASI 실버 디플로마를 성취하고, 2024년 올해 CMS 인증을 취득한 그는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유지하여, 마침내 올해 한국 소믈리에 대회의 결승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Domaine de la Touraize 'Oxidatif' Savagnin 2018
도멘 드 라 뚜레즈 '옥시다티프' 사바냥 2018
지역 프랑스 쥐라 아흐부아 품종 사바냥
추천 코멘트 소믈리에가 준비하는 페어링은 맛뿐만 아니라 와인의 향, 분위기 등 디테일한 부분을 함께 고려한다. 오픈 주방에서 숯에 재료를 구울 때 나는 스모키한 향, 재료가 익어가면서 내는 다채로운 향, 업장의 온도까지 신경 쓴다. 특히 카니랩에서는 메뉴와 함께 경험하는 미디어 아트까지 고려해 디테일을 살린다.
추천 와인인 ‘도멘 드 라 뚜레즈 옥시다티프 사바냥(Domaine de La Touraize, 'Oxidatif' Savagnin)’은 카니랩의 크랩 로얄(Crab Royale)과 멋진 페어링을 보여준다. 정성스럽게 조리된 크랩 로얄이 손님에게 나갈 때는, 우리 모두가 겪는 고난을 상징하는 ‘비바람과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의 날씨’의 미디어 아트와 함께, 바닷가를 걸을 때 나는 바다 내음도 준비된다. 시각, 청각, 후각을 아우르는 미디어 아트는 대게 껍질과 내장을 이용해 조리한 로얄 소스의 크리미함, 게살의 단맛, 해초와 펜넬의 복합적인 풍미와 어우러져 한층 더 몰입감 있는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라 뚜레즈의 사바냥 와인은 고대 해양 생물 화석으로 뒤덮인 이회토에서 손수확한 포도를 사용하여, '수 부알(Sous Voile)'이라는 쥐라(Jura) 지역의 특색 있는 양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오크통 안에서 증발하는 와인을 보충하지 않고 그대로 숙성하여, 역할을 다한 효모가 와인 위에 막을 형성하면서 천천히 산화된다. 수고스럽고 오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와인은 엄청난 구조감, 쨍쨍한 산도, 너티함과 짠맛을 지닌다. 크랩 로얄과 와인의 비슷한 듯 각자의 특색이 있는 향들이 모두 어우러져, 고난 끝에 결실을 맺는 듯 드라마틱한 마리아주를 선사한다.
만약 일상에서 이 와인을 즐긴다면, 양장피와의 조합을 추천한다. 다양한 해산물과 중식 특유의 꾸덕함, 거기에 더해서 알싸한 겨자소스가 들어간 양장피와 와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기도 하다. 와인의 날카로운 산미와 바디감, 그 뒤로 느껴지는 너티함, 위스키를 닮은 알싸한 뉘앙스가 양장피의 전분, 해산물들의 단맛과 겨자소스와 멋지게 어우러진다. 겨자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듬뿍 넣어서 즐기길 추천한다.
Recommended By 김창욱 소믈리에 @ch.woogie
수입사 뱅베 @vinv.kr
글 각 인터뷰이 정리 이새미 자료 제공 각 수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