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에서 가장 우아하게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세계적인 여행 전문지 ‘글로벌 트래블러(Global Traveler)’는 그 후보로 대한항공 일등석을 제시했다. ‘2024 레저 앤 라이프스타일 트래블러 어워즈(Leisure and Lifestyle Travel Awards)’의 ‘일등석 기내식 메뉴(Airline Onboard Menu)’ 부문에서 대한항공에 최고상을 수여한 것. 이 세계 최고의 기내식에 ‘월드 베스트 소믈리에(World’s Best Sommelier)' 최연소 챔피언인 마크 알머트(Marc Almert)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선정한 일등석 와인이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하늘 위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 된다. 얼마 전, 지상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만날 수 있던 대한항공 일등석 와인을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칠레의 자존심, 에라주리즈 돈 막시미아노(Errazuriz Don Maximiano) 2021 빈티지가 ‘GS25 항공사 퍼스트 클래스 와인 프로모션’에 참여한다는 거다. GS25에서 8월 말까지, 다시 봐도 너무 특별한 가격으로 말이다. 우리 집 거실을 대한항공 일등석 부럽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어 줄 와인, 돈 막시미아노 2021 빈티지는 어떤 와인일까?
아콩카구아 밸리의 개척자
돈 막시미아노는 칠레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비냐 에라주리즈(Viña Errázuriz)의 플래그십 와인으로, 와이너리 설립자인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Don Maximiano Errázuriz)를 기리는 와인이다. 칠레 태생으로 1862년 유럽 여행을 떠났던 그는 칠레가 고품질 와인을 만들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고, 이후 1870년에 비냐 에라주리즈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당시 칠레의 주요 와인 생산자들이 보르도와 유사한 산티아고 부근의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 포도밭을 조성했지만,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는 특별한 테루아를 찾아 떠났다. 그는 산티아고 북쪽을 향해 말을 타고 100km를 달린 끝에 해발 6,966m로 서반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있는 아콩카구아(Aconcagua) 산맥 아래에 멈춰 섰고, 아콩카구아 밸리(Acconcagua Valley)라는 포도 재배를 위한 천국이자 낙원을 발견했다. 안데스산맥의 눈 녹은 물로 포도나무를 키울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와이너리를 세울 땅을 정했으나 첫 빈티지가 생산되기까지는 무려 3년이 걸렸다. 당시 아콩카구아 밸리는 포도밭 불모지나 다름없었기 때문. 노동자들에게 집을 제공하기 위해 ‘빌라 에라주리즈(Villa Errázuriz)’라는 모델 마을부터 건설한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는 관개 수로를 파고 프랑스에서 수입한 포도나무 덩굴을 잘라 식재하는 방식으로 포도밭을 조성했다. 마침내 3년 후, 그는 첫 빈티지 와인을 완성했다. 140여 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칠레 와인 명가를 꼽을 때 빼먹을 수 없는 비냐 에라주리즈의 서막이었다.
다섯 개의 트로피가 상징하는 것
대통령을 네 명이나 배출하며 ‘칠레의 케네디가(家)’로 불리는 에라주리즈 가문이지만, 칠레 와인 산업에 있어서도 에라주리즈 가문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09년, 레오노르 에라주리즈(Leonor Errázuriz)와 알레한드로 채드윅(Alejandro Chadwick)의 결혼으로 탄생한 에라주리즈-채드윅(Errázuriz-Chadwick) 라인은 칠레 프리미엄 와인 산업을 이끈 구심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와이너리는 그들의 손자이자 여러 아이콘 와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끌었던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 회장이 맡고 있다. 그는 2004년 세계 와인 역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이벤트를 기획했다. ‘베를린 테이스팅(Berlin Tasting)’, 칠레 와인이 저평가받는 현실을 타계하고자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에서 영감을 받아 개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벤트였다.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은 베를린 리츠 칼튼 호텔에서 유럽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보르도 일등급 그랑 크뤼와 슈퍼 투스칸 와인들에 자신이 만든 와인들을 함께 선보였고, 이를 통해 칠레 와인이 세계 최정상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품질을 지녔음을 입증했다. 이후 10년간 전 세계 주요 와인 도시에서 22차례에 걸쳐 진행된 베를린 테이스팅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장 많이 들어 올린 와인이 바로 돈 막시미아노다. 보르도 일등급 그랑 크뤼와 슈퍼 투스칸 와인들을 제치고 무려 다섯 번의 1위를 차지한 것. 와인에 담긴 설립자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를 기리는 마음이 전해진 결과가 아닐까.
역대 최고의 돈 막시미아노
돈 막시미아노 포도밭이 자리한 아콩카구아 밸리는 온화하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다. 풍부한 일조량과 온화한 기온은 포도가 최적의 성숙도에 도달하게 하며, 태평양 연안과 안데스산맥에서 이중으로 유입되는 차가운 공기가 냉방 효과를 발휘하여 와인에 좋은 산미와 미네랄리티를 부여한다. 특히 이번에 GS25에서 선보이는 돈 막시미아노 2021은 지난 5월에 열린 베를린 테이스팅 20주년 행사 와인으로 선택될 만큼 좋은 빈티지로 꼽힌다. 아콩카구아 밸리 최고의 테루아를 보여주면서 가장 우아한 카베르네 소비뇽 베이스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비냐 에라주리즈의 유산과 전통, 끊임없는 탐구를 보여주는 와인. 데스콜차도스(Descorchados) 98점과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7점 등 역대 돈 막시미아노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6세대에 걸쳐 지속되고 있는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의 선견지명과 개척 정신이 빛나는 이 와인, 오늘 퇴근길 GS25에 들러 한 병 챙겨보는 건 어떨까?
에라주리즈 돈 막시미아노(Errazuriz Don Maximiano) 2021
카베르네 소비뇽 63%, 말벡 22%, 카르메네르 8%, 프티 베르도 7%가 블렌딩되었고, 70% 새 프렌치 오크통에서 22개월의 숙성을 거쳤다. 블루베리, 신선한 딸기, 블랙베리 등의 과일 아로마와 넛맥, 캬라멜, 바닐라의 부드러운 향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입안에서는 잘 익은 블루베리, 비터 초콜릿, 블랙 체리, 담배, 로즈마리, 약간의 감초 향이 연상된다. 전체를 감싸는 세련된 타닌은 섬세함과 긴 여운의 피니쉬를 준다. 구운 요리나 허브를 곁들인 감자 요리, 스테이크나 치킨, 양고기 등 육류를 곁들인 요리에 잘 어울린다.
글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아영F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