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타디 카스탈디가 그려낸 비비드한 색감의 프란치아코르타

Written by신 윤정

밀레니엄 세대로 태어났지만 젠지 감성 가득한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를 만났다. 지난 9월 4일 수요일, 이탈리안 와인 그룹 ‘테라 모레티(Terra Moretti)’의 인터내셔날 매니저인 알레산드로 가스탈델로(Alessandro Gastaldello)의 방한에 맞춰 열린 디너에서였다. 브랜드는 1987년 설립된 콘타디 카스탈디(Contadi Castaldi). 유명 프란치아코르타 와이너리인 벨라 비스타(Bella Vista)의 땅을 1977년 매입하며 시작된 테라 모레티 그룹이 굳이 또 하나의 프란치아코르타 와이너리를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언뜻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의 벨라 비스타에 비해 좀 더 캐주얼한 컨셉으로 나온 ‘동생 격’ 브랜드로 이해할 만도 하지만, 직접 만나본 콘타디 카스탈디 와인에는 그 자체로 사랑받아 마땅한 젊음과 에너지가 담겨 있었다. 디너가 열린 트라토리아 ‘토끼네마굿간’의 정진성 셰프는 평소 콘타디 카스탈디의 전 라인업을 직접 판매해 온 만큼 하나하나의 와인에 딱 맞는 음식을 차려냈고, 그의 지휘 아래 네 종의 와인은 각기 다른 색감으로 뚜렷하고 선명한 개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콘타디 카스탈디 인터내셔날 매니저 알레산드로 가스탈델로
콘타디 카스탈디의 인터내셔날 매니저 알레산드로 가스탈델로(Alessandro Gastaldello)

로맨티스트의 프란치아코르타

테라 모레티 그룹이 또 하나의 프란치아코르타를 만든 배경에는 비토리오 모레티(Vittorio Moretti) 회장이 있다. 밀라노의 건축 사업가이자 유수의 이태리 와인 브랜드를 소유한 테라 모레티 그룹의 오너이면서 프란치아코르타의 선구자이기도 한 인물. 그는 아내가 어린 시절 뛰어놀았던 오래된 벽돌 공장과 그 주변의 땅을 구입하고 벽돌 공장을 와이너리로 개조했다. 알레산드로에 의하면 “아내의 추억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 콘타디 카스탈디는 그렇게 탄생했다. 비토리오 모레티 회장의 애정 속에서, 그리고 1970년대 후반에 태동한 프란치아코르타가 이탈리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 산지가 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알레산드로는 특히 콘타디 카스탈디 와이너리가 그 자체로 훌륭한 천연 셀러인 점을 강조했다. “벽돌을 굽던 넓고 긴 지하 터널은 자연적으로 온·습도가 조절되며, '병 내 2차 발효' 즉 전통 방식(Metodo Classico)으로 만들어지는 프란치아코르타의 장기 숙성을 위한 안식처가 된다”라고.

오래된 벽돌 공장을 개조하여 만든 콘타디 카스탈디의 천연 셀러

잠깐 언급했듯 프란치아코르타는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된 젊은 와인 산지다. 콘타디 카스탈디는 그중에서도 비교적 영 제너레이션에 속하는데, 그래서인지 좀 더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브랜드 컨셉을 선보인다. “프란치아코르타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좀 더 캐주얼하게 접할 수 있는 '젊고 신선한 와인'이 콘타디 카스탈디"라고 알레산드로는 설명한다. 와인의 맛과 가격 역시 접근성이 좋은 편. 하지만 디너에서 만나본 네 종의 와인으로 보건데, ‘보급형 프란치아코르타'로 받아들일 여지는 단 0.1%도 없으니 오해 없길 바란다. 이날 디너가 열린 ‘토끼네마굿간’에서 평소 콘타디 카스탈디 와인을 직접 판매하는 정진성 셰프의 코멘트도 여기에 힘을 실어준다. “최고의 프란치아코르타를 만들어내는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며, 품질과 가격 모두에서 많은 사람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동일 가격대의 샴페인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콘타디 카스탈디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을 소개하는 토끼네마굿간의 정진성 셰프

가격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쉽지 않은 일. 프란치아코르타의 수많은 가족 단위의 포도 재배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어와, 최상급 포도를 얻을 수 있는 콘타디 카스탈디이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얘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프란치아코르타의 와인 생산자들은 품질에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라 한다. 알레산드로는 “최소 숙성 기간이 15개월인 샴페인보다 많은 18개월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라고 예를 들었다. 여기에 한 수 더, 콘타디 카스탈디의 숙성 기간은 18개월을 넘어 평균 20~26개월이다. 토끼네마굿간에서 샴페인 대신 콘타디 카스탈디를 선보일 수 있는 원동력도 이러한 점들에 있는 게 아닐까. “이탈리아 정통성을 바탕으로 한 토끼네마굿간의 요리와 콘타디 카스탈디는 훌륭한 페어링을 자랑한다”라며 디너를 시작한 정진성 셰프, 그가 만들어낸 마법 같은 페어링의 순간으로 들어가 와인을 좀 더 살펴보자.

디너에서 선보인 와인들

사랑스러운 발랄함, 콘타디 카스탈디 로제

디너의 문은 콘타디 카스탈디 로제(Contadi Castaldi Rosé)가 열었다. 블렌딩 비율은 샤르도네 65%와 피노 네로 35%. 꽤 높은 비율의 피노 네로가 사용되었지만 가볍고 상큼한 스타일이라 스타터로서 훌륭한 역할을 했다. 비법은 3~4시간 동안 짧게 저온 침용 후 부드럽게 압착한 포도즙만 발효한 것에 있었다. 알레산드로가 이해를 도왔는데, “구조감에 영향을 많이 주는 스타일보다는 발랄한 스타일로 의도해 짧은 시간 침용했다”라는 게 그 설명. 그렇게 뽑아낸 포도즙은 선별 효모로 20일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했고, 일부는 유산 발효까지 거쳤다. 이어진 과정을 보면 콘타디 카스탈디 로제가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진 와인인지를 알 수 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의 일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일부는 바리크에서 7개월간 숙성했고, 2차 발효를 위해 병입된 후에는 24~30개월간 숙성, 그리고 데고르주망 후 3~4개월의 추가 숙성을 하고서야 마침내 콘타디 카스탈디 로제로 출시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체리, 라즈베리, 사과의 쥬시한 과일 향에 크리스피한 산미가 더해져 산뜻하게 마무리되는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었는데, 특히 흠잡을 데 없는 밸런스가 눈에 띄었다. 정진성 셰프가 준비한 음식은 ‘생선 카르파치오(Flat Fish Carpaccio)’와 ‘뇨끼 프리토(Gnocco Fritto)’, ‘비텔로 토나토(Vitello Tonnato)’. 그는 “콘타디 카스탈디 로제가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해산물 또는 튀긴 음식이나 가벼운 육류의 식전 음식 그 어떠한 종류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페어링 이유를 설명했다. 한입 요리 덕분일까. 보통 로제보다는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이 스타터로 자주 등장하는데, 콘타디 카스탈디 로제를 디너의 시작에서 만나니 이보다 더 훌륭한 스타터는 없을 것 같았다.

콘타디 카스탈디 로제

탄탄한 기본기, 콘타디 카스탈디 브뤼

다음으로 준비된 콘타디 카스탈디 브뤼(Contadi Castaldi Brut)에 정셰프는 아스파라거스와 숯불구이 대하 그리고 캐비어를 곁들여 냈다. 그는 “연한 노란 색상과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버블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샘이 가득 고이기 시작한다”라며, “부드럽게 익혀낸 아스파라거스와 숯불에서 익혀낸 대하 그리고 카비아리(Kaviari)의 크리스탈 캐비어까지, 부드럽지만 치아에 전달되는 기분 좋게 씹히는 식감이 와인의 꽃내음과 함께 어우러지면 마치 아말피 해변에서 바다내음을 맡으며 식사를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 말대로 와인과 음식은 기분 좋게 어우러졌는데, 특히 아스파라거스의 향긋함과 새우와 캐비어의 감칠맛이 와인의 향과 조화를 잘 이루었고 아스파라거스의 아삭한 식감은 와인의 버블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블렌딩 비율은 샤르도네 80%에 피노 네로 10%, 피노 비앙코 10%다. 부드럽게 압착하여 얻은 포도즙을 저온에서 안정화시킨 후 선별 효모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0일간 발효했으며, 부분적으로 유산 발효도 거쳤다. 7개월간 일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일부는 오크 바리크에서 숙성한 후 병입하여 20~26개월간 숙성했고, 콘타디 카스탈디의 다른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데고르주망 후 3~4개월의 추가 숙성도 했다. 시트러스와 딱딱한 복숭아, 사과와 같은 과일와 허니 서클의 꽃 아로마가 은은하게 올라오며 신선한 산도와 부드러운 버블이 좋은 기운을 전해주는 와인. 앞서 만나본 로제가 그랬듯 뛰어난 밸런스를 보여주었다. 어찌보면 가장 기본급이라 할 수 있는 와인임에도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이유를 알레산드로의 말에서 유추해 보자면, 지역의 포도 재배자들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콘타디 카스탈디는 좋은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는 포도밭을 매년 선택하여 포도를 공급받기에 모든 와인이 일정 수준 이상일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와인 스펙테이터 탑 밸류 스파클링(Wine Spectator Top Values Sparkling) 2020‘,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90점,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2점 등의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콘타디 카스탈디 브뤼

질주 끝의 짜릿함, 두카티 브뤼 레이스

온통 검정인 와인병에 강렬한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와인, 콘타디 카스탈디 두카티 브뤼 레이스(Contadi Castaldi Brut Race)를 소개할 차례다. 세계적인 명품 모터바이크인 ‘두카티(Ducati)’의 공식 와인 파트너로서 협업을 통해 2017년부터 선보이는 와인이다. 콘타디 카스탈디와 두카티의 오너가 두 브랜드가 가진 야망, 연구, 혁신, 몰두, 창조성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담아낸 것이다. 알레산드로에 의하면 “와인메이커이자 셀러마스터가 실제로 두카티를 소유한 매니아”라고 한다. 와인과 모터바이크, 자기가 좋아하는 두 가지를 결합하는 작업이니 얼마나 열정을 쏟았을까. “밭별로 만들어진 퀴베 80개 중 두카티를 위해 세 가지 퀴베를 셀렉하여 블렌딩한다. 강렬하고 다이내믹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앞서 만나본 브뤼보다 피노 네로를 5% 더 넣고, 도사주는 좀 더 적게 한다”라는 알레산드로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블렌딩 비율은 샤르도네 75%에 피노 네로 15%, 피노 비앙코 10%. 브뤼와 동일하게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와 오크 바리크에서 7개월, 티라주 후 20~26개월, 데고르주망 후 3~4개월의 숙성을 거쳐 두카티의 질주 본능을 담은 와인이 탄생했다.

이탈리아 모터GP에서 '콘타디 카스탈디 두카티 브뤼 레이스'로 우승 축배를 드는 '두카티'팀(사진 콘타디 카스탈디 홈페이지)

결과물은 확실히 볼드하고 직선적인 느낌. 정셰프는 여기에 ‘봉골레 에 보타르가(Vongole e Bottarga)’를 선보였다. “'레이스(Race)'라는 이름처럼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는 듯한 지칠 줄 모르는 버블감을 지녀, 바다에 몰아치는 파도 같은 느낌이 드는 와인이다. 잔잔하고 은은하게 퍼지는 긴 피니쉬는 깊은 바다속을 표현하는 것 같다”라고 와인을 소개한 그는 “파도 같은 버블감은 입안에 휘몰아치는 보타르가의 감칠맛을, 은은하게 퍼지는 피니쉬는 깊은 바다속의 백합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테이스팅의 이해를 도왔다. 두카티를 모티브로 만든 만큼 실제로 이탈리아의 모터사이클 그랑 프리인 ‘모터GP(MotoGP)’에서 두카티가 우승컵을 거머쥘 때마다 늘 터트리는 두카티 브뤼 레이스, 한 모금 넘기면 시원한 질주 끝의 짜릿함이 전해지는 듯하다.

콘타디 카스탈디 두카티 브뤼 레이스

실크같은 부드러움, 사텐

샴페인에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 있다면 프란치아코르타엔 사텐(Satèn)이 있다. 콘타디 카스탈디에 있어 사텐은 여느 프란치아코르타 생산자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 카테고리를 처음 만든 것이 모레티 가문이기 때문이다. “원래 샴페인과 크레망을 좋아했던 설립자 비토리오 모레티 회장은 프란치아코르타에서도 특별한 것을 만들고 싶어했고, 1982년에 섬세한 버블이 있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 새틴·실크라는 의미를 지닌 ‘사텐’이라 이름 붙였다”라고 알레산드로는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사텐은 프란치아코르타의 한 종류가 되었고 모레티 가문은 다른 생산자도 사텐이라는 명칭으로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프란치아코르타 협회에 기증했다 한다.

물론 엄격한 규정은 존재한다. 화이트 품종인 샤르도네와 피노 비앙코만 사용할 수 있고, 효모 앙금과 함께 최소 24개월의 숙성을 해야 한다. 또한 실크처럼 부드러운 버블을 위해 압력이 보통 6기압인 다른 프란치아코르타 와인보다 낮은 5기압까지만 허용된다. 여기에 더해, 사텐에 일가견이 있는 모레티 가문답게 콘타디 카스탈디 사텐(Contadi Castaldi Satèn)에는 약간의 고급 기술이 추가된다. 규정상 50%까지 사용할 수 있는 피노 비앙코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샤르도네만 100% 사용, 그리고 효모 앙금과 함께 36개월간 숙성했다. 넌빈은 생산하지 않는데, 이날 디너에 나온 사텐은 2018 빈티지였다. 페어링된 음식은 '트러플 모릴레 뇨끼(Truffle Morille Gnocchi)'. 정셰프는 “단어 그대로 실크 같은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과 함께 입안을 감싸는 다양하고 깊은 풍미를 지닌 프란치아코르타이기에 트러플과 모렐 버섯처럼 풍부한 향과 섬세한 맛의 재료들로 페어링 했다”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페어링의 결과는? 버섯향 가득한 뇨끼 한 입에 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니 음식과 와인의 향이 입안 가득 풍성하게 퍼지며 섬세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버블에서 사텐을 처음 만들어 낸 모레티 가문의 유산이 느껴진달까.

콘타디 카스탈디 사텐

글·사진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에티카 와인스(Ethica W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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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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