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가 나타났다! 패트릭 패럴MW와 함께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세미나 현장 보고

Edited by뽀노애미

몇 해 전 와인 관련 유튜브로 많은 와인 애호가의 갈증을 풀어주던, “바로 그”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인 패트릭 패럴(Patrick Farrell)이 마침내 한국에서 와인 애호가 및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그는 1998년 마스터 오브 와인 자격을 획득했고 The Institute of Masters of Wine(MW)에서 멘토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다수의 마스터 오브 와인을 탄생시킨 진정한 마스터이다. 현재 그는 유튜브 채널 '와인 소울'을 통해 깊이 있는 와인 정보와 그로 인한 즐거움을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신동와인의 기획으로 지난 10월 5일(토)에 열린 이번 세미나는 '국내 수입사 최초 단독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패트릭 패럴이 40여 명의 전문가, 애호가와 함께하며 그만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비법을 소개했다.

신동와인의 주최로 열린 패트릭 패럴MW 블라인드 테이스팅 세미나 현장

패트릭 패럴은 의사 출신의 MW라는 명성에 맞게,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여느 MW와는 다르게 과학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하여 와인을 분석한다. 또, 그는 와인을 시음할 때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양한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시음의 핵심이라 말했다. 예를 들어 와인의 빛깔, 코에서 느껴지는 아로마와 부케 그리고 팔렛에서의 타닌 정도와 바디감, 알코올 레벨, 피니쉬, 밸런스 등으로 와인을 평가하고 분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각하고 어려운 말들을 뒤로하고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이라고 언급했다.

“The Key is you’re not doing neurosurgery, and having fun!”

“중요한 건 당신이 신경외과 수술을 하는 게 아니고, 즐기고 있다는 겁니다!“

세미나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참가자들에게 일정한 시간을 주고, 답을 머릿속에 생각하고 정답을 서로 토론해 보고, 마지막에는 패트릭MW가 와인을 공개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와인은 환영의 의미로 준비한 듯한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1번은 '페일 핑크색'의 로제로 블렌딩을 하거나, 레드 품종으로 양조한 스파클링인 것 같았다. 일단은 샴페인일까? 생각하고 향을 맡아보니 붉은 과실과 시트러스의 향이 솔솔 피어오르긴 하지만 분명히 샴페인과는 아주 다른, 정제되지 않은 야생, 날것의 느낌이 들었다. 생소한 품종임에 틀림없었다. 정답은? 파이스(Pais)라는 품종의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파이스는 칠레의 레드 품종으로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대용량 와인 생산에 가장 많이 재배되는 품종이었으나 점차 줄어들며 멸종 위기에 처했다가 최근 기후온난화에 강하다는 장점이 발견되면서 다시 와인메이커들에게 선호되고 있다.

제2의 전성기, 파이스!

미구엘 토레스 산타 디그나 에스텔라도 브뤼 로제 2022
Miguel Torres Santa Digna Estelado Brut Rose 2022

품종 100% Uva Pais

미세하게 옅고 섬세한 분홍색을 띠며, 거품은 강렬하고 지속적으로 우아하다. 코에서는 주로 붉은 과일과 감귤류 과일의 향이 지배적이며, 입안에서는 신선하고 강렬하며 다듬어지지 않는 매력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파이스 품종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두 번째 와인은 금색이 아름다운 스파클링 와인이었다. 코로 가져가니 오크 풍미와 강한 토스트, 브리오슈가 코끝을 때렸다. 속으로 “샴페인이다”를 외쳤다. 패트릭MW가 와인을 공개하자, 여기저기서 희열의 함성이 퍼져 나왔다. 샴페인이었다. 그는 샴페인에서 느껴지는 강한 토스트 향의 원인을 “빈티지 샴페인의 여부, 데고르주망의 시기, 그리고 리저브 와인의 비율” 이 세 가지로 나누었다. 이는 빈티지 와인일수록 데고르주망을 한 지 얼마 안 될수록, 리저브 와인의 비율이 높을수록 와인에서 느껴지는 토스티함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스며든 바틀

샴페인 볼렝저 라 그랑 아네 2015
Champagne Bollinger La Grande Annee 2015

품종 60% Pinot Noir, 40% Chardonnay

황금빛 컬러에 잘 익은 시트러스, 사과, 흰 꽃, 브리오슈, 헤이즐넛 그리고 피칸 등 너트와 브리오슈, 잘 구운 토스트의 구수함이 특징적이다. 피노 누아가 골격을 이룬 파워풀한 구조감과 생동감 있는 산도와 미네랄리티, 긴 여운이 인상적인 와인이다.


다음은 3개의 화이트 와인이었다. 패트릭MW는 시간을 충분히 주며 시음하게 했다. 그의 미묘한 웃음이 “지금부터 쉽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첫 번째 와인이 공개되자, 아쉬움의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시칠리아의 카리칸테였다. 카리칸테는 시칠리아의 고급 청포도 품종으로 16세기부터 이곳에서 재배되어왔다. 산도가 높은 품종이라, 전통적으로 효모 숙성과 젖산 발효를 거친다고 알려져 있다.

천재 가야가 남쪽으로 간 까닭? 환상의 테루아, 시칠리아

가야 이다 시칠리아 비앙코 2021
Gaja IDDA Bianco Sicilia Dop 2021

품종 100% Carricante

보랏빛 꽃향기, 멜론, 마지펜의 향을 보여주며 뚜렷한 감귤 향이 느껴진다. 복합적이며 탄탄한 구조와 미네랄리티 그리고 생동감 있는 산미가 특징적이며 입안에서는 복숭아, 백향과, 파파야의 맛이 느껴진다.

두 번째의 화이트는 다양한 꽃향기가 느껴지는 플로럴 노트가 강한 와인이었다. 시음지에 “화이트 블렌딩”이라고 쓰고 입에 넣어 보았다. 산도가 좋고 유질감이 느껴졌다. 무슨 와인일까 생각하던 차에 또 한 번의 탄성이 퍼져 나왔다. 와인은 미국 파소 로블스에서 생산된 '론 밸리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이었다.

미국 감성으로 만든 론 스타일의 블랑!

타블라스 크릭 빈야드 파틀렌 드 타블라스 블랑 2021
Tablas Creek Patelin de Tablas Blanc 2021

품종 54% Grenache Blanc, 29% Viognier, 9% Marsanne, 7% Roussanne, 1% Bourboulen

파소 로블스(Paso Robles) '론 레인저'가 만든 론 스타일의 블렌딩 화이트다. 꽃과 과일의 풍미가 있으며, 버터리한 향이 특징적이다. 입안에서 완벽한 균형미를 보여주며, 그르나슈 블랑이 주도하는 파인애플과 절인 레몬의 맛이 돋보인다. 끝맛에서 산도가 좋은 복숭아 풍미가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매력적이고 신선하며, 강렬하면서도 깔끔한 피니쉬가 돋보이는 와인이다.

세 번째 화이트를 테이스팅 하자마자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 중에서 이번 와인 품종은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지, 꽤나 자신이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다. 샤르도네였다. 하지만 지역은 어디일까? 패트릭MW가 공개한 와인은 뉴질랜드의 가장 성공한 와이너리로 꼽히는 빌라 마리아의 기스본(Gisborne) 샤르도네였다. 기스본은 북섬에 위치해 있으며, '뉴질랜드 샤르도네의 수도'라고 일컫는다. 1990년대에는 뉴질랜드 와인의 60%를 이 지역에서 생산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화이트는 소비뇽 블랑이라고만 알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품질 좋은 샤르도네도 경험해보자.

뉴질랜드 최다 수상 와이너리의 클래식!

빌라 마리아 맥더미드 힐 샤르도네 2020
Villa Maria McDiarmid Hill Chardonnay 2020

품종 100% Chardonnay

열대과일의 향, 무화과, 그리고 스모키한 구운 견과류의 조화를 이룬다. 입안에서는 매끄러운 질감을 제공하며, 좋은 산미가 더해져 긴 여운을 남긴다. 지금 즉시 즐기기에도 좋고, 참을 수만 있다면 5~8년의 숙성 후의 변화도 기대되는 와인이다.


세 개의 레드 와인이 서빙되었다. 색에서 확연히 다름이 보였다. 첫 번째는 투병한 벽돌색, 두 번째는 가넷 레드, 세 번째는 좀 더 진한 붉은색이 감도는 와인이었다. 일단 1번 와인을 맛보았다. 이탈리아 산지오베제나 네비올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종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산도와 탄닌! '산도가 탄닌을 이기면 산지오베제, 탄닌이 산도를 이기면 네비올로'라는 말은 와인 전문가들이 이 둘의 차이점을 설명할 때 공공연히 쓰는 말이기도 하다. 드디어 다시 레드 와인의 정답이 드러났다.

전통과 혁신의 결합! 카스텔라레

카스텔라레 이 소디 산 니콜로 2018
Castellare I Sodi San Niccolo 2018

품종 85% Sangioveto, 15% Malvasia Nero

산지오베토는 산지오베제(Sangiovese)의 클론으로 브루넬로(Brunello)와는 상반되게 포도알이 작은 산지오베제이다. 코에서는 선명한 붉은 빛에 꽃향기와 여러 종류의 베리, 바닐라, 담배 향이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놀라운 집중도의 타닌과 산도, 스파이시한 여운을 준다. 2018 빈티지는 지금 즉시 마시기에도 적합하지만, 동시에 아주 오랜 숙성도 가능한 와인이다.

두 번째의 레드 와인은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실수로 긴 시간 지루할 수 있는 세미나에 활력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참가자는 2번 와인을 패트릭 선생님은 3번을 시음을 한 것이었다. 참가자들이 갸우뚱하는 가운데, 패트릭MW는 3번 와인을 먼저 공개해버렸다. 미국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이었다. 패트릭MW는 자신이 테이스팅 와인과 공개된 와인의 순서가 다른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2번 와인을 다시 확인시켜줬다. 스페인의 카베르네 소비뇽이었다. 과연 Master of Wine의 통찰력을 완전히 믿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의도된 실수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검은 전설의 와인, 스페인의 조로!

토레스 마스 라 플라나 2018
Torres Mas la Plana 2018

품종 100% Cabernet Sauvignon

1979년 골 밀로(Gault Milau)의 와인 올림픽에서 토레스 1970 빈티지가 그랑 크뤼 클라쎄 1등급인 샤또 라뚜르(Chateau Latour)의 1970 빈티지를 제치고 우승을 하면서 세계적으로 스페인 와인의 가능성과 퀄리티를 입증한 와인이다. 가넷 레드로 림에 마호가니 색이 살짝 스친다. 블랙 커런트, 블랙베리, 삼나무, 향신료의 향이 느껴지며 입에 넣었을 때 뛰어난 타닌의 조화가 갓 구운 커피와 담배 향과 함께 입안 가득 퍼진다. 긴 여운이 남는 와인이다.

형만 한 아우 있다!! 접근성 좋은 할란의 아우

도메인 H.W.H 더 마스코트 2020
Domain H. William Harlan The Mascot 2020

품종 Cabernet Sauvignon

미국 최고의 컬트 와인 '할란'의 영바인으로 만든 와인이다. 메인 레이블 3종인 할란, 본드, 프로몬토리의 특징을 고스란히 품고 있고 물론 빈티지마다 다르지만, 대략 4년의 숙성 기간을 가진다. 프리미엄 와인이라 일컫는 와인들의 대부분 숙성 기간과 비교해 봐도, 꽤 오랜 기간에 속한다. 때문에 더 마스코트는 세컨이나 서드 와인이라고 부르기엔 미안할 만큼이나 공들여 만들어졌다. 좀 더 숙성시키면, “메인 레이블의 면모를 그보다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도 있다. 2020 빈티지는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산불로 그 품질을 의심할 수도 있겠지만 더 마스코트를 양조한 포도는 다행히 재난이 있기 2주 전에 수확을 완료하여 산불의 영향을 완벽히 벗어난 귀한 빈티지이다. 블랙 체리, 카시스 등의 검은 과실에 살짝이 보이는 붉은 과실의 아로마, 감초, 삼나무, 흙 내음이 느껴지며 고운 타닌의 질감과 꽉 찬 바디감이 어린 포도나무에서 생산된 와인이지만 밸런스가 훌륭하다. 당장 구입해서 셀러에 두고 숙성시키고 싶은 와인이다.


드디어, 마지막을 장식할 스위트 와인을 테이스팅했다. 색을 기반으로 추론했을 때, 독일의 리슬링으로 양조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나 프랑스의 소테른 그리고 헝가리 토카이 와인을 추측해 보았다. 입에 넣으니 풍부한 단맛과 함께 산미가 놀랍게 중심을 잘 잡아주어 기분 좋은 달콤함을 선사했다. 마지막 와인이 공개되었다. 모두들 맞힌 모양이다. 이제야 긴장이 풀린 웃음소리가 세미나장에 울려 퍼졌다. '황제의 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이었다.

헝가리의 국보급 와인

로얄 토카이 2017 골드 라벨 6 푸토뇨스
Royal Tokaji 2017 Gold Label 6 Puttonyos

품종 100% Furmint

푸르민트는 사과향의 화이트 와인으로 높은 산도를 가지고 있으며 숙성되면서 견과류의 향이 올라오는 특징적을 가진 와인이다. 베이스 와인에 귀부 와인을 첨가한 정도에 따라서 따라서 푸토뇨스(Puttonyos)로 나타낸다. 말린 과일, 벌꿀, 오렌지 껍질, 블랙 티, 캬라멜, 토피넛, 마멀레이드 등의 강렬한 아로마, 풍부한 단맛과 생기 있는 산미가 놀랍도록 좋은 밸런스를 이룬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세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쉬는 시간 없이 꽉 차게 진행되었으나, 참가자와 패트릭 패럴MW의 집중력이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놀라운 세미나였다. 패트릭 패럴MW의 깊이 있는 지식과 탄탄한 전문성, 그리고 허용적인 환경에서의 그의 테이스팅 비법을 소개하며 청중과 함께한 세미나는 와인인(Wine 人)들이 간절히 바란 기회임에 틀림 없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와인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심각하게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즐겨야 하는 것"이라는 패트릭 MW의 말에 공감을 하며, 그의 다음 만남을 기대해 본다.

수입사 신동와인
▶홈페이지 shindongwine.com
▶인스타그램 @shindongwine

글·사진 뽀노애미 사진 제공 신동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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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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