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시 부산에서 소믈리에로 시작하여 수도권에서 수입사 마케터로, 그리고 다시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와인샵&바를 오픈한 특별한 이력의 와인 전문가가 있다. 최근에 매장을 확장 이전하며 시즌2를 맞이한 베러댄보틀의 최용수 대표가 그 주인공. 요 몇 년 사이 와인 업계가 온탕과 냉탕 사이를 오가는 상황에서도 매장 규모를 키운 배경에는 와인업계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한 그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을 테다. 그 비결과 함께, 부산 지역의 와인 시장 현황에 대한 궁금증을 담아 최용수 대표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Q. 와인업계에는 어떻게 몸담게 되었나? 그 시작점과 걸어온 길이 궁금하다.
A. 원래는 식품 관련 업종 대기업에 근무했는데 취미로 즐기던 와인이 주업이 된 케이스다. 당시 자주 다니던 와인바 사장님이 한국소믈리에대회 2관왕에 빛나는 이승훈 소믈리에였다. 그분의 와인에 대한 열정은 물론, 방대한 지식, 유려한 핸들링 등 모든 면이 멋있어서 자주 만나며 소통하다 결국 같이 일까지 하게 되었다. 당시 30대 중반의 적잖은 나이로 소믈리에 일을 시작했는데, 그걸 알기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공부했던 것 같다. 운이 좋게도 스승으로는 이승훈, 동료로는 박민욱 소믈리에가 함께했기에 단기간에 이 일에 빠르게 녹아 들었다 생각한다. 이후로는 업계의 좀 더 넓은 시장을 경험하고 싶어서 와인 수입사 와이넬의 마케팅 부서에서 대내외 홍보 마케팅과 해외 와인 소싱, 교육 등의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Q. 와인샵&바 ‘베러댄보틀’은 어떤 공간인가?
A. 베러댄보틀은 수입사 퇴사 후,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와 오픈한 작은 규모의 와인 편집샵이었다. 주로 소믈리에로서 현장에서 서비스하며 경험했던 뛰어난 퀄리티의 소량 생산 와인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정기적으로 시음회나 교육을 진행하면서 고객들과 소통해왔다. 오픈 당시 300종의 SKU로 시작했는데, 매장을 이전한 현재는 2,000종이 넘는 다양한 국가와 지역, 품종의 주류를 폭넓게 소개하고 있다.
Q. 한국 와인 시장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도 매장을 확장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현실화하기까지는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그 배경 이야기와 부산에서 샵&바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비결을 공유한다면?
A. 사실, 매장을 이전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대내외적으로 쉽지 않은 경기의 시그널을 2022년 후반부터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고 진심을 담아 소개하는 다양한 상품들을 고객분들이 믿고 꾸준히 찾아 주었고, 그분들에게 조금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싶었다. 이전한 지 이제 갓 한 달 보름 남짓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먼 곳을 보며 천천히 달려 나갈 생각이다.
Q. 단순한 와인샵&바 운영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음회와 타 매장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활발한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A. 오픈 후 몇 달간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큰 인기를 끌던 ‘율링’이라는 다이닝 레스토랑 대표이자 소믈리에 선배인 박준용 대표가 콜라보레이션 디너를 해보자고 제안을 해왔다. 디너 이후로 규모가 작은 베러댄보틀 매장을 알고 찾아주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참 감사한 인연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업장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는데 그 대부분이 현재 미쉐린 스타 혹은 가이드에 등재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오랜 기간 부산 지역의 와인 문화를 경험해 온 만큼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체감하는 차이점이 있을 것 같은데?
A. 확실히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와인을 즐기는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젊은 층의 유입이 확연히 늘어난 것을 느낀다.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에 대한 수요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한, 고객들의 와인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꾸준히 긴장하며 공부하고 있다.
Q. 와인 수입사 와이넬의 경상본부장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을 포함한 경상 지역의 와인 문화가 더욱 확장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수입사로부터 와인을 공급받는 베러댄보틀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수입사의 입장으로 와인을 공급하는 와이넬의 세일즈 업무도 겸하고 있다. 부산을 아울러 경상 지역은 수도권만큼 다양한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시음회나 교육의 기회가 적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지역 업계 종사자와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B2B 혹은 B2C 시음회 등의 수입사 이벤트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다. 소믈리에 커뮤니티로 보자면, 아무래도 수도권에 비해 인구수가 적고 소믈리에 및 와인 관련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재 풀도 얕은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선후배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모두가 조금 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 향후 부산 지역의 와인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A. 부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도시로 현재도 반얀트리 등 신규 리조트 및 호텔 등이 오픈 예정에 있다. 내국인은 물론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 방문도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국제적인 불경기로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방문객들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흐름에 잘 편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베러댄보틀을 확장 이전한 만큼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이 예상된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한다면?
A. 베러댄보틀은 한국 소믈리에 대회 어드바이저 1위, 코리아소믈리에오브더이어 어드바이저 1위, CMS 서티파이드 소믈리에, WSET 레벨3, Wine Scholar Guild의 FWS(프랑스), IWS(이태리), SWS(스페인) 전 과정을 이수 및 취득한 전문가가 상시 상주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 세계의 다양한 주류 특히 와인을 검증된 컨텐츠로 소개하며, 고객들에게 진정한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
Interviewee·사진 제공 최용수 대표 정리 신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