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메트 밸리의 모든 순수함, 링구아 프랑카

Written by신 윤정

지난 10월 초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의 ‘그레이트 와인즈 월드 서울(Great Wines World Seoul) 2024’ 시음회가 개최되었다.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은 와인만 선보이는 이 시음회에는 전 세계 총 150개의 와이너리가 초대되었는데, 이중 오리건(Oregon) 와이너리로는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가 유일했다. 뛰어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가 생산되는 것으로 정평 난 오리건을 대표하여 초대되었다니 와인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침 링구아 프랑카의 와인 7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캐나다 출신의 아티스트 빈센트 매킨도(Vincent Mcindoe)와의 콜라보로 진행되는 ‘링구아 프랑카 x 빈센트 매킨도’의 전시회 오픈식을 겸하여 브랜드 시음회가 개최된 것.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한 브랜드 디렉터 조쉬 울루디카(Josh Wludyka)가 함께한 가운데, 최근 와이넬을 통해 국내에서 새롭게 론칭한 링구아 프랑카의 와인을 아트인더글라스 갤러리에서 만나보았다.

‘링구아 프랑카 x 빈센트 매킨도’ 전시회 오픈식에 참석한 링구아 프랑카의 브랜드 디렉터 조쉬 울루디카(Josh Wludyka/우)와 아티스트 빈센트 매킨도(Vincent Mcindoe/좌)

탑 스코어 오리건 와인, 그 시작은

2012년 12월 31일 오후 4시, 오랫동안 수많은 오리건 와인 생산자가 탐내던 포도밭 부지가 마침내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새로운 주인은 미국의 아홉 번째 마스터 소믈리에이자, 프랑스에서 열린 ‘그랑 프리 드 소펙사(Grand Prix de Sopexa)’ 대회에서 미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래리 스톤(Larry Stone)이었다. 윌라메트 밸리(Willamette Valley)의 에올라-아미티 힐스(Eola-Amity Hills)에 동향으로 자리 잡은 이 땅을 얻기 위해 래리 스톤은 2010년부터 협상을 시작했다. 아가일(Argyle)의 론 스타(Lone Star) 빈야드, 도멘 서린(Domaine Serene)의 예루살렘 힐(Jerusalem Hill) 빈야드, 이브닝 랜드(Evening Land)의 세븐 스프링스(Seven Springs) 빈야드와 같은 유명 포도밭들과 어깨를 맞댄 곳이었다. 인수 후 부르고뉴 품종으로 포도밭을 조성하기는 했지만 래리는 와인을 직접 만들 생각은 없었다. 좋은 포도를 재배하여 인근 와이너리들에 판매할 계획이었던 것. 그런 그에게 와인을 직접 만들 것을 권한 이가 있으니 바로 부르고뉴의 명장 도미니크 라퐁(Dominique Lafon)이었다.

이웃한 이브닝 랜드 와이너리를 컨설팅하며 래리의 행보와 그의 포도밭을 유심히 지켜봐 온 도미니크 라퐁은 이윽고 공동 작업을 제안했다. 그의 눈에 래리의 포도밭은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부지임이 확실해 보였고, 뼛속까지 와인메이커인 그는 본능적으로 와인을 직접 양조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부르고뉴에서 자신의 와인을 만들며 컨설팅을 위해 오리건을 오가는 도미니크 라퐁이었기에, 양조를 전담할 와인메이커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래리와 도미니크는 도미니크의 제자이자 유망한 와인메이커인 토마스 사브르(Thomas Savre)를 영입했다. 부르고뉴 대학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 두 분야의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동시에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ée-Conti), 도멘 뒤작(Domaine Dujac), 메종 니콜라 포텔(Maison Nicolas Potel) 등에서 인턴으로 경험을 쌓은 토마스는 도미니크 라퐁의 어시스턴트 와인메이커로서 이브닝 랜드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부르고뉴와 오리건에서 오직 부르고뉴 품종 한 우물만 파 온 토마스는 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의심의 여지 없는 적임자였다. 이렇게 모인 래리 스톤과 도미니크 라퐁, 토마스 사브르가 와이너리의 모든 세팅을 완료한 건 2016년에 이르러서였다.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세 사람은 자신들처럼 다양한 배경에서 온 사람들이 하나의 장소에 모여 대화와 즐거움을 나누는 멋진 꿈을 꾸었다. ‘공통어’를 뜻하는 ‘링구아 프랑카’로 와이너리명을 정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바로 한 잔의 링구아 프랑카 와인인 것이다.

(왼쪽부터)래리 스톤(Larry Stone), 도미니크 라퐁(Dominique Lafon), 토마스 사브르(Thomas Savre)

드림팀의 드림 빈야드

래리는 처음부터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나믹 원칙으로 포도밭을 관리했다. 2년 여의 협상 끝에 손에 넣은 포도밭 부지를 자신이 매료되었던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포도밭은 오직 디종 클론과 헤리티지 클론만 사용하여, 르 몽라셰(Le Montrachet)와 같은 명망 있는 포도밭에서 공급받은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포도나무들로 조성되었다. 토양 조건을 반영하여 대목(rootstock)과 접가지(budwood)의 다양한 조합으로 포도밭을 구성한 것이다. 이후 포도밭은 절친한 친구이자 저명한 재생(Regenerative) 포도 재배 전문가인 미미 카스틸(Mimi Casteel)의 지도 아래, 저영향 경작(Low-Impact Farming) 방식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에서 한발 더 나아가 토종 동식물의 생물 다양성과 포도나무의 건강을 증진할 수 있었다. 그 결과물로 생산된 독보적인 순수함과 우아함을 지닌 래리의 포도는 이윽고 이웃에 있던 도미니크 라퐁을 사로잡았고, 이는 곧 토마스 사브르의 합류와 링구아 프랑카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드림팀의 드림 빈야드였다.

첫 와인을 생산한 건 불과 2015년이었지만 링구아 프랑카의 와인은 이미 월드 클래스로 입지를 다졌다고 볼 수 있다. 첫 빈티지인 2015년산 와인으로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고, 이후로도 매 빈티지가 여러 평가 매체로부터 고득점을 받고 있다. 제임스 서클링 행사에 초대받은 유일한 오리건 와인이라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이번 링구아 프랑카의 브랜드 시음회에서 선보인 총 7종의 와인을 만나보자.

링구아 프랑카 아브니 샤르도네 2022
Lingua Franca Avni Chardonnay 2022

윌라메트 밸리의 여러 포도밭에서 생산된 포도를 엄선하여 만든 와인이다. 압착에 앞서 파쇄한 2.5%의 포도와 홀 클러스터를 함께 압착하여 머스트를 얻었고, 24시간의 안정화를 거친 후 배럴에서 야생 효모로 발효했다. 26%는 새오크 펀천에서, 74%는 중성적인 대형 캐스크와 오래된 프렌치 오크 펀천, 그리고 바리크에서 리스(Lees)와 함께 11개월간 숙성했다. 1차 발효에 이어 유산 발효까지 모두 자연적으로 진행되었다. 병입 전 밀폐형 탱크에서 리스와 함께 다시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2022 빈티지로 만나본 아브니 샤르도네는 순수하고 신선한 아로마와 좋은 접근성이 특징적이다. 레몬과 복숭아, 파인애플, 배 등의 과일과 허니서클의 아로마에 신선한 버터와 토스트, 약간의 코코넛으로 표현된 오크 터치가 복합미를 더한다. 크리미한 미감과 높지만 부드러운 산도로 인해 우아한 피니쉬로 마무리되는 와인. 2022 빈티지로 디캔터(Decanter) 매거진에서 93점을 받았다.

링구아 프랑카 에스테이트 샤르도네 2021
Lingua Franca Estate Chardonnay 2021

이 지역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식물이 살아남기 힘들었던 2021년이었지만, 링구아 프랑카의 에스테이트 포도밭은 관개를 하지 않아 복원력이 뛰어났고, 현무암의 단열 효과와 저장된 빗물 덕분에 큰 피혜는 입지 않았다. 포도밭에서 바로 선별 과정을 거친 포도는 손수확되어 송이째 압착되었다. 24시간의 안정화를 거친 후 배럴에서 야생 효모로 발효했고, 유산 발효도 자연적으로 이루어졌다. 사용된 오크통의 21%는 가볍게 토스트한 새 펀천과 바리크, 79%는 오래된 프렌치 오크 펀천과 바리크였다. 11개월간 리스와 함께 숙성 후 병입 전 5개월간 탱크에서 추가적인 리스 컨택을 거쳤다.

이번 제임스 서클링 행사에서 선택된 와인. 레몬 껍질과 사과, 복숭아 등의 과일과 허니서클, 시원한 허브의 아로마에 꿀, 효모, 코코넛, 토스트의 향이 더해진다. 먼저 테이스팅한 아브니 샤르도네보다 아로마는 정제된 느낌이고 힘 있는 산미와 미네랄리티가 돋보는 스타일. 약간의 타닌감과 풍부한 질감으로 인해 바디감도 좀 더 느껴진다. 밸런스 좋고 피니쉬는 길게 이어진다. 2021 빈티지는 디캔터 매거진 95점, 젭 던넉(Jeb Dunnuck) 95점,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 94점, 와인 스펙테이터 93점을 받았다.

링구아 프랑카 벙커 힐 샤르도네 2022
Lingua Franca Bunker Hill Chardonnay 2022

살렘 힐스(Salem Hills) 남쪽에 자리한 벙커 힐(Bunker Hill) 에스테이트 빈야드는 오리건에서 디종 클론을 가장 먼저 식재한 곳 중 하나로, 1995년부터 존재해왔다. 2022 빈티지는 완성된 와인에 신선함과 텐션을 최대화할 수 있는 시기에 수확했다. 67%는 송이째 압착했고, 33%는 파쇄한 후 압착했다. 24시간의 안정화 후 배럴에서 발효했다. 26%는 새오크 펀천, 74%는 오래된 프렌치 오크 바리크와 펀천을 사용했다. 각 배럴에서 유산 발효는 자연적으로 진행되었고, 리스와 함께 11개월의 숙성 후 병입 전 다시 탱크에서 5개월의 리스 컨택을 했다.

첫 향이 꽤 달콤했는데, 복숭아와 파인애플, 시트러스, 배 등의 과일 아로마에 노란 꽃, 신선한 허브, 솔잎, 그린 올리브, 비스킷과 치즈, 요거트 등이 더해져 복합적인 향으로 표현되었다. 산미는 미디엄+, 실키한 텍스처와 긴 피니쉬, 미네랄리티가 돋보이고 모든 것이 조화로운 와인. 백악관에서 미국 샤르도네 와인만 모아 놓고 진행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미국 국빈 만찬용 와인으로 선정되었고, 실제로 미일 정상회담 때 사용되기도 했다.

링구아 프랑카 시스터즈 샤르도네 2022
Lingua Franca Sisters Chardonnay 2022

포도의 50%는 에올라-아미티 힐스의 남쪽 린스 힐 빈야드(Lynx Hill Vineyard)에서, 나머지 50%는 남서향 고지대인 살렘 힐스의 메이플 그로브(Maple Grove) 포도원에서 재배되었다. 손수확하여 송이째로 압착하여 얻어낸 머스트는 24시간의 안정화 이후 배럴에서 자연 발효했다. 25%는 새오크, 75%는 오래된 프렌치 펀천을 사용했다. 자연적으로 진행된 유산 발효에 이어 와인은 11개월간 리스와 함께 숙성했다. 병입 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리스와 함께 5개월간 추가 숙성을 했다.

이날 테이스팅한 링구아 프랑카의 샤르도네 중 과일향이 가장 풍부했던 와인. 레몬, 청사과, 복숭아, 배 등의 과일에 노란 꽃, 머스크, 약간의 향신료, 버터와 바닐라와 같은 달콤한 오크 향이 매우 복합적으로 표현된다. 풍성한 꽃 향으로 인해 향수 같은 느낌을 주며, 쨍한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 오래 지속되는 피니쉬가 고급스러운 인상을 더한다. 2022 빈티지로 제임스 서클링 94점을 받았다.

링구아 프랑카 아브니 피노 누아 2022
Lingua Franca Avni Pinot Noir 2022

포도의 32%는 링구아 프랑카 에스테이트의 선별된 블록에서, 68%는 이웃한 몇몇 최고의 포도원에서 재배되었다. 손수확 후 줄기를 제거한 포도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시멘트 발효조로 상자로 옮겨 담아 자연 발효했다. 이때 수확한 포도의 10%는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홀 클러스터 발효를 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12개월간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숙성되었는데, 27%는 새오크이다.

약간의 유분 향이 걷히며 레드베리, 라즈베리, 체리, 석류와 같은 붉은 베리류 과일 아로마에 바이올렛, 장미 꽃잎, 블랙 페퍼, 홍차, 신선한 허브가 더해지며 화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높은 산미와 미디엄 타닌, 부드러운 질감,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균형을 맞추고 있는 와인. 한 모금 삼키면 우아한 피니쉬가 이어진다. 아브니 피노 누아 2022 빈티지는 제임스 서클링과 디캔터 매거진으로부터 94점을 획득했다.

링구아 프랑카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 2021
Lingua Franca Estate Pinot Noir 2021

2021 빈티지는 에스테이트 포도밭의 가장 좋은 구획에서 나온 포도를 주로 사용했다. 포도밭에서 1차로 선별하며 수확한 포도의 21%는 이산화탄소 없는 환경에서 홀 클러스터로 발효했고, 나머지는 줄기를 제거하고 포도알만 선별하여 발효했다. 야생 효모로 자연 발효가 진행되는 동안 전통적인 방식으로 펀치 다운을 했다. 와인은 12개월간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숙성되었는데, 새오크의 비율은 25%다. 이후 탱크에서 4개월의 시간을 보낸 후 병입되었다.

앞서 만나본 아브니 피노 누아 2022보다 확실히 무게감이 느껴지는 아로마. 검붉은 체리, 자두, 으깬 포도와 같은 과일에 장미 꽃잎, 홍차, 흙, 토스트의 향이 풍성하게 표현된다. 향이 매우 풍부하고 다채로운 반면 약간의 차분한 캐릭터도 있어 복합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산도는 미디엄+, 촘촘한 타닌은 와인에 질감과 구조감을 더한다. 좋은 균형미와 우아함을 지닌 와인.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95점, 젭 던넉으로부터 95점을 받았다.

링구아 프랑카 더 플로우 피노 누아 2021
Lingua Franca The Plow Pinot Noir 2021

에스테이트 포도밭의 마살 셀렉션 PN777 클론이 심어진 세 구획의 포도를 사용했다. 포도밭에서 1차로 선별하며 손수확한 포도는 포도알만 분리하여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자연 발효했는데, 이 중 25%는 홀 클러스터 발효였다. 부드러운 펌프 오버와 전통적인 방식의 펀치 다운이 진행되었다. 발효가 끝난 와인은 12개월간 프렌치 오크 바리크에서 숙성되었는데, 새오크의 비율은 25%였다. 병입 전 탱크에서 5개월의 추가 숙성을 거쳤다.

이번 제임스 서클링 행사에서도 선보인 와인이다. 검붉은 체리와 자두, 블랙베리 등의 과일 아로마에 장미, 숲, 삼나무, 시나몬, 홍차, 발사믹의 향이 더해지고, 이어지는 모렐 버섯의 향에서 숙성미도 느낄 수 있다. 장미와 제라늄과 같은 꽃 향으로 인해 화사한 캐릭터가 있으며, 오크 향은 예쁘게 발현된다. 약간은 닫힌듯하지만 무척 복합적이고 농밀한 매력이 있는 와인. 더 플로우 피노 누아 2021은 젭 던넉 98점, 로버트 파커 95+점, 와인 스펙테이터 94점을 받았다.

브랜드 시음회에서 테이스팅한 와인들

수입사 (주)와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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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02-325-3008

글·사진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주)와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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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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