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꼭 수입되었으면 하는 두 개의 포도원

Written by정 휘웅

와인의 종류는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아마 평생 살면서도 시중에 나오는 와인의 1%를 다 맛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추천해 주는 와인을 맛보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절감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이 탐색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수입사가 하지만, 요즘은 와인 산업의 미션들이 세분화되기 시작하여 해외의 우수 포도원을 직접 발굴한 다음, 전 세계적으로 소개하는 팀들이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네고시앙으로 볼 수는 있지만, 네고시앙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까지 도모함으로써 와인의 판매를 촉진하고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으니, 과거에 비해서는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12월 님블리티 코리아가 진행한 포트폴리오 시음회

여러 팀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내가 알고 있는 팀은 에티카 와인즈와 함께 오늘 소개하는 님블리티다. 2018년 홍콩에서 이안 포드(Ian Ford)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국가별 특정 포도원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들의 와인 협회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물론 비정기적이나 와인 업계를 대상으로 수입되지 않는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는데, 감사하게도 초대받아 여러 와인들을 시음해 볼 기회가 있었다. 물론 여러 와인이 훌륭하였으나 몇 가지 더 눈에 띄는 와인들이 있었다. 한동안 국내에서 사라졌길래 이유가 무엇인가 했더니 국내 수입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에 두 개의 포도원을 우선 소개해본다.

Dievole

이탈리아 중부 키안티 클라시고 지역에 위치한 포도원이다. 1090년 설립되었는데, 어원은 'Dio Vuole(신의 뜻대로)'에서 유래했다 한다. 포도원의 시작은 1090년 5월 10일 두 마리의 말, 세 개의 빵, 6개의 은화를 지불하고 포도원을 만들었다는 기록에서 시작한다고 한다. 800년이 지나서 이 포도밭은 백작의 땅으로 미래의 아내에게 양도되었다. 물론 이탈리아의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단 이 포도밭이 1090년부터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해 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여러 전란을 겪고 기후가 변화했음에도 이 지역이 포도밭으로 1천 년 가까이 건재하다는 것은 테루아의 우수함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진 출처 디에볼레 와이너리 홈페이지(https://dievole.it/en)

이 포도원은 시에나 북쪽으로 약 12km 떨어진 곳에 있다. 해발 약 450미터에 있다. 중요한 3개 마을 중 가이올레(Gaiole), 라다(Radda) 두 마을에서 멀지 않은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키안티 지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해발이 꽤 높은데, 그 덕분에 뜨거운 태양과 높은 일교차로 좋은 당도와 산미를 품게 된다. 이 포도원의 주목할 와인은 노베첸토(Novecento, 900을 의미)인데, 포도원의 내력을 안다면 이 900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살아있을지 모르겠지만, 2090년이 된다면 1천을 뜻하는 밀레(Mille)가 출시될 것이라 확신한다. 포도원의 관록만큼이나 와인의 맛은 보장할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어느 수입사든 이 와인을 수입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Altos las Hormigas

안데스산맥 아래, 멘도자 지역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포도원이다. 아르헨티나가 국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와인이 그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1995년 이탈리아 유명 와인메이커 알베르토 안토니니(Alberto Antonini)는 아르헨티나 멘도자 지역을 여행하였고 이 지역의 고도와 기후, 테루아에 반하게 되었으며, 말벡(Malbec) 포도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이 포도원의 이름인 '호미가스(Hormigas)'는 개미를 의미하는데 포도밭을 처음 개간했을 때 개미들 때문에 크게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미를 박멸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도 자연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에는 “un trabajo de hormigas” 또는 “개미의 일”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겸손하고 인내심 가지며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다. 팀워크, 협업을 중요시하는 이 개미의 뜻은 포도원의 명칭이 되었다.

사진 출처 알토스 라스 호미가스 와이너리 홈페이지(altoslashormigas.com)

이 포도원의 특징은 이탈리아 양조 스타일로 만들어진 남미 와인이다. 과하게 진하지 않고 산미감이 대단히 좋다. 가격은 합리적이다. 10년도 훨씬 지난 과거에 이 포도원의 보나르다 품종을 애용한 적이 있는데, 산미감과 바디감이 잘 살아있어서 눈에 보일 때마다 사서 마셨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마셔보았을 때도 그 기본적인 스타일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히 이 포도원은 충분한 값어치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두 포도원 모두 이탈리아에서 만들었거나 이탈리아 양조자들이 설립하였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와인 스타일에 좀 더 친숙함을 느끼는 편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부디 이 와인들이 좋은 채널을 찾고 국내에서 많은 애호가들이 경험해보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정휘웅

온라인 닉네임 '웅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1,000건에 가까운 자체 작성 시음노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김준철와인스쿨에서 마스터 과정과 양조학 과정을 수료하였다. IT 분야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와인 분야 저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연초에 한국수입와인시장분석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으며, 2022년 현재 열 번째 버전을 무료로 발간하였다.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사 공개일 : 2025년 03월 12일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