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모금에 꽂힌다! 뉴질랜드 프리미엄 와인 #2

Written by뽀노애미

The Spirit of “Mana”: 단순한 맛을 넘은 뉴질랜드 와인의 힘

몇 년 전, 나는 마스터 소믈리에 과정 졸업 발표 주제로 뉴질랜드 와인을 선택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에게 뉴질랜드는 적당한 가격대의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만 떠오르는 나라였다. 하지만 발표를 준비하며 그 인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말보로(Marlborough)뿐 아니라 마틴보로(Martinborough), 혹스베이(Hawke’s Bay), 그리고 ‘부르고뉴의 대안’이라 불리는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까지 그 산지의 다양성과 잠재력에 적잖이 놀랐고, 무엇보다 와인메이커들의 도전 정신과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심에 매료됐다.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테루아, 이를 존중하는 철학, 그리고 지속 가능한 양조 방식은 뉴질랜드 와인을 단순한 신흥 산지가 아닌, 하이엔드 와인의 미래로 이끌고 있었다.

프리미엄 와인 산지로의 도약이라는 또 한 번의 전환점 앞에 선 뉴질랜드 와인. 그 변화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프리미엄 뉴질랜드 와인 캠페인의 공식 소믈리에이자, 현재 미식 트렌드의 중심에서 주목받고 있는 세 명의 소믈리에인 송민경(모수 서울), 김창욱(레스토랑 NOR), 정주희(살롱 뒤 부케)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이 ‘Discover a Sip of Premium New Zealand Wine’ 캠페인에서 경험한 뉴질랜드 와인의 매력, 그리고 뉴질랜드 명품 와인의 현재와 가능성을 들여다보자.

송민경 소믈리에가 선택한 뉴질랜드 와인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모수 서울(Mosu Seoul)’에서 소믈리에로 근무 중인 송민경은 CMS(Court of Master Sommeliers) 서티파이드 소믈리에(Certified Sommelier) 자격과 WSET Level 3를 보유한 실력파 소믈리에다.

송민경 소믈리에

크레기 레인지(Craggy Range) - 미래를 내다보는 와이너리

“와인바 와인소셜에 근무할 당시, 뉴질랜드의 유명하고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인 테 마타(Te Mata)의 불노즈(Bullnose) 시리즈를 맛보곤 그 매력에 빠져 혹스베이 탐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크레기 레인지(Craggy Range)의 와인을 마시게 되었는데요. ‘테 마타 피크(Te Mata Peak) 근방의 와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밸런스가 좋고 화사한 느낌을 지닐까?’라는 궁금증이 들 정도로 좋은 균형감을 지녔던 게 기억이 납니다."

크래기 레인지는 뉴질랜드 혹스베이의 나루로로 강(Ngaruroro River) 옛 강바닥에 자리한 김블렛 그레블스(Gimblett Gravels) 지역에 설립된 와이너리다. 따뜻한 기후와 자갈, 모래가 뒤섞인 충적토는 시라,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고품질 레드 와인을 생산하기에 이상적인 곳이며 고품질의 보르도 블렌딩 와인으로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크레기 레인지 전경

“김블렛 그레블스라는 이름은 토양에 중소형 자갈이 분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래하며, 이 자갈들은 낮 동안 열을 흡수해 밤에 방출함으로써 포도의 숙성을 도와줍니다. 이러한 토양 특성은 프랑스 보르도와 유사하며, 잘 익은 과실미와 꽃향기를 지닌 구조감 있는 레드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합니다.”

이후 와이너리는 마틴보로의 테 무나 로드(Te Muna Road)로 확장하며 피노 누아와 미네랄리티가 뛰어난 소비뇽 블랑의 포텐셜을 본격적으로 끌어올렸다. 시간이 지나며 포도밭은 성숙해졌고, 와인의 깊이와 완성도 역시 꾸준히 발전했다. 2014년, 크래기 레인지는 미국의 권위 있는 와인 전문지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로부터 ‘올해의 뉴 월드 와이너리(New World Winery of the Year)’에 선정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98년에 설립된 비교적 젊은 와이너리지만, 크래기 레인지는 가족 경영 철학을 지키기 위해 1000년 신탁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족의 경영권과 관련된 신탁보다 1000년간 와이너리가 운영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행보가 인상적입니다.”

크레기 레인지 테 무나 로드 소비뇽 블랑

한편, 이번 캠페인에서 소개되고 있는 ‘크래기 레인지 테 무나 로드 피노 누아(Craggy Range Te Muna Road Pinot Noir)’는 마틴보로의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테 무나(Te Muna)’는 마오리어로 ‘비밀’을 뜻한다.

“우아한 보랏빛 꽃 향이 인상적입니다. 라벤더를 연상시키는 아로마 속에 잘 익은 붉은 과실의 풍미가 살아 있고, 흙 내음과 버섯 향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캐릭터를 완성합니다. 100% 손 수확한 포도를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시켜, 요즘처럼 햇살 좋은 날에 즐기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티라키(Tiraki) – NZ’s First B Corp Wine

"이번 행사 전 티라키(Tiraki)를 접해본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먼저 티라키는 수많은 와인 중에서 독특한 라벨로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요. 라벨처럼 와인 또한 굉장히 진취적이고 모험적으로 강인한 인상이었으며 와인은 입안에서 잘 익은 패션프루트와 복숭아 같은 순수한 열대과실미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2020년 3월, 팬데믹을 피해 뉴질랜드 말보로로 돌아온 세 남매와 한 친구가 자가 증류한 모과 스냅스(Schnapps)를 시음하던 중 와인 레이블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티라키(Tiraki)’는 마오리어로 ‘하늘이 걷히는 순간(Clearing of Sky)’을 의미한다. 말보로 지역의 전통 마오리 명칭인 ‘Kei Puta te Wairau(와이라우 위 하늘에 뚫린 구멍)’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으로, 뉴질랜드 자연에 대한 경의이자, 새로운 시작에 대한 낙관과 모험심을 담은 와인 브랜드다.

티라키 와인들

"코로나 시절 항공 서비스를 전공하였지만 하늘길이 막혀 평소 관심이 있던 소믈리에를 시작한 저의 상황과 이 세 사람은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두운 먹구름이 온다고 한들 꿈을 지니고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사람은 어떠한 상황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세 사람이 품종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수하고 맑은 소비뇽 블랑을 생산하고, 또 제가 그들의 와인을 소개하게 된 상황이 참 재밌고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신생 와이너리임에도 불구하고, 티라키는 뉴질랜드 와인 업계 최초로 비콥(B-Corp) 인증을 획득하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글로벌 기업 커뮤니티에 합류했다. 비콥 인증은 기업의 거버넌스, 근로환경, 지역사회,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200여 개 항목을 평가하고, 1년에 걸친 심사와 검증, 조직 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매우 엄격한 제도다. 특히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이윤을 넘어 사람, 지역사회, 지구를 함께 고려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선 실질적인 실천을 요구한다. 티라키는 와인을 단순한 목적이 아닌, 세상의 선한 변화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바라보며 그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뉴질랜드 최초로 비콥 인증을 받은 티라키 와이너리

지난 3월 초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열린 이번 캠페인의 발족식에서 송민경 소믈리에는 티라키 소비뇽 블랑을 테이스팅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말보로 소비뇽 블랑의 개성이 가득 담긴 이 와인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추천 TPO를 보내왔다.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와인은 등산하고 전망대에서 땀 흘리며 마시기도 좋고, 여름날 혼자 훌쩍 떠난 바닷가에서 모래사장에 앉아 마시기도 좋은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라는 품종은 가볍기에 식전주로 마시는 경우도 많은데, 혼자 생각이 많을 때 떠난 여행에서 좋은 산미로 기분 전환하기 위해 마시기에도 좋아 추천하고 싶습니다."

테 파(Te Pa) - 800년의 역사를 담은 와이너리

"이 와인을 처음 접한 건 편의점 와인 코너였던 거 같습니다. 대중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편의점의 조화가 잘 어울린다고 느꼈으며, 또한 편하게 와인을 즐기고 싶을 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질랜드 말보로에 위치한 테 파 와이너리는 약 800년 전 이 지역에 정착한 마오리 선조들의 유산에서 시작되었다. 설립자 헤이슬리 맥도날드(Haysley MacDonald)는 와이라우 바(Wairau Bar)에 정착한 초기 마오리족의 직계 후손으로, 수 세대에 걸쳐 이 땅을 일구어 온 가족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2003년, 가족의 낙농 및 곡물 농장을 포도밭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고, 2011년 테 파 브랜드를 공식 론칭했다. 그의 가족은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이 땅에 깊이 뿌리내려 있으며, 자연에 대한 존중과 균형, 자립의 가치를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테 파 와인의 라벨 디자인에 반영된 마오리족의 전통 낚시도구 문양

‘테 파(Te Pā)’는 마오리어로 '땅의 수호자(Kaitiaki)'를 의미하며, 이 철학은 와인의 모든 과정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지속 가능한 농법, 간섭을 최소화한 양조 방식, 그리고 와인을 통해 마오리의 정체성과 뉴질랜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소개하는 것까지 테 파는 한 병의 와인 속에 문화와 철학, 자연을 함께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정신은 라벨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이것은 마오리족의 전통 낚시도구 문양인데 특히 중심을 감싸는 원형 패턴은 ‘공동체’와 ‘연결’을, 땅과 자연을 상징하는 곡선은 테 파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에 그런 말이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테 파 와인은 역사를 이어가며 자신들만의 와인 역사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모습을 라벨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확고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와인은 본인의 확실한 캐릭터와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라벨에서의 특징을 와인에 잘 녹여내겠다는 상징성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와이라우 바에 위치한 100헥타르 규모의 홈 에스테이트 빈야드(Home Estate Vineyard)에서 시작한 테 파는 아와테레 밸리(Awatere Valley)에 이르기까지 약 500헥타르의 포도밭을 운영하고 있다. 송민경 소믈리에가 이번에 만나본 테 파 소비뇽 블랑은 와이라우와 아와테레 두 지역의 포도가 블렌딩되었다.

"와이라우는 낮 시간 햇빛을 내리쬐는 시간이 길어 백도나 살구 같은 달콤한 핵과류의 향을 보여줍니다. 그와 반대로 아와테레 밸리는 더 건조하고 서늘하며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입니다. 따라서 소비뇽 블랑 특유의 특성이라고 하는 높은 산도감과 허브와 같은 산뜻한 캐릭터를 더 살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테 파의 소비뇽 블랑은 꽃놀이하러 갈 때 마시기도 좋을 거 같고 늦봄 초여름쯤 막 반팔을 입기 시작했을 시기에 대충 와인만 챙겨서 청계천 계단에 앉아 책 읽으면서 마셔도 참 좋을 거 같네요."

김창욱 소믈리에의 뉴질랜드 와인

레스토랑 NOR의 헤드 소믈리에 김창욱. 요즘 가장 주목받는 이름이다. 2024년 CMS 서티파이드 자격을 취득했고, 2023년에는 국제소믈리에협회(Association de la Sommellerie Internationale)에서 디플로마 실버(Diploma Silver)를 받았다. 제23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는 전국 결선까지 올라 4위를 기록했으며, 이전에는 라빈리커스토어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하며 리테일 경험까지 쌓아왔다. 그가 이야기하는 뉴질랜드 와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창욱 소믈리에

쿠퍼스 크릭(Cooper's Creek) – 뉴질랜드 와인의 세계화를 이끈 선구자

"와인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순간부터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수도 없이 마셨던 것 같아요. 대학교 과제로 조원들과 마트에서 와인을 고르고 소개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2~3시간 동안 열심히 구글링해서 선택한 와인이 바로 쿠퍼스 크릭(Coopers Creek)의 소비뇽 블랑이었죠."

쿠퍼스 크릭 와이너리는 오클랜드(Auckland)에서 북서쪽으로 약 25분 거리, 전통 깊은 와인 산지인 후아파이(Huapai)와 쿠뮤(Kumeu) 지역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1980년 앤드류와 신시아 헨드리(Andrew & Cynthia Hendry) 부부가 설립한 이 와이너리는 뉴질랜드의 서늘한 기후를 반영한 고품질 와인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1982년 첫 빈티지를 출시한 이후 혹스베이에 두 번째 포도밭을 확보하며 성장했고, 이후 와인메이커 킴 크로포드(Kim Crawford)의 합류로 브랜드는 한층 더 주목받게 되었다. 앤드류 헨드리는 뉴질랜드 와인의 수출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해외 시장 개척에 힘썼으며, 1997년 뉴질랜드 수출 대상을 수상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오늘날 쿠퍼스 크릭은 전체 생산량의 약 80퍼센트를 해외에 수출하며, 뉴질랜드 와인의 세계화를 이끈 대표 와이너리로 평가받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뉴질랜드 와인은 세계적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국내 소비도 미미한 수준이었어요. 하지만 쿠퍼스 크릭은 그런 시대에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고, 지금의 뉴질랜드를 모두가 사랑하는 와인 산지로 만든 기반이 되었죠."

쿠퍼스 크릭 와이너리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열린 캠페인 발족식에서는 쿠퍼스 크릭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와인이 소개되었다. 혹스베이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라임웍스 샤르도네(Limeworks Chardonnay)가 그 주인공. 적절한 오크 숙성과 쉬르 리(Élevage sur lie) 방식으로 양조된 이 와인은 잘 익은 과실의 풍미와 함께 깊이 있는 텍스처가 매력적인 와인이었다.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 사랑받는 이유는 부담 없는 가격과 직관적인 과실 캐릭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편하게 시작할 수 있고, 저 역시 그렇게 와인에 빠졌습니다. 라임웍스 샤르도네는 그다음 단계에 있는 와인 같아요. 잘 익은 과실의 매력에, 양조 과정에서 오는 깊이까지 담고 있어서 어렵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흥미롭죠. 퀄리티에 비해 가격도 부담 없고, 와인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쿠퍼스 크릭의 와인들

함께 공개된 쿠퍼스 크릭의 소비뇽 블랑에 어울릴 최고의 마리아쥬에 대해 물었다. 그는 자신만의 페어링 팁을 전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페어링은 프라이드 치킨과 소비뇽 블랑입니다. 푸릇하고 생기 있는 과실 향, 오크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맛과 선명한 산도는 바삭하게 튀겨진 치킨의 기름진 질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개인적으로 치킨 무는 잘 안 먹는 편인데요, 느끼할 때쯤 한 잔 곁들이는 소비뇽 블랑이야말로 최고의 밸런스를 만들어줍니다. 꼭 한 번 경험해 보길 추천합니다.”

테 마타(Te Mata) - 뉴질랜드 프리미엄 와인의 아이콘

"테 마타의 와인을 소개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한창 신대륙 와인들을 공부하던 때, 테 마타의 피노 누아를 마시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거든요. 유럽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뜨겁고 푹 익은 느낌의 피노 누아가 대부분이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부숴준 와인이에요."

1896년 혹스베이에 설립된,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인 테 마타 에스테이트(Te Mata Estate)는 1854년, 존 챔버스(John Chambers)가 세운 테 마타 스테이션(Te Mata Station)이라는 목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그 아들 버나드 챔버스(Bernard Chambers)가 프랑스에서 돌아와 포도를 심으며 오늘의 전통이 시작됐다. 놀라운 점은 지금도 130여 년 전 심었던 세 개의 언덕 포도밭을 처음 그대로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혹스베이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보입니다. 서쪽의 루아히네 산맥(Ruahine Ranges)이 습한 바람을 막아주어 강수량이 낮고 배수가 뛰어나 병충해에도 저항력이 뛰어난 지역입니다. 또한 풍부한 일조량을 바탕으로 포도가 골고루 잘 익게 도와주고 점토, 석회 등 다양한 토양도 존재하는 이상적인 지역이죠!"

행사에 선보인 알마 피노 누아(Alma Pinot Noir)는 1999년 처음 식재된 알마 빈야드(Alma Vineyard)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테 마타 에스테이트가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위대함에 헌신해 온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이 와인은 디암(Diam) 코르크로 밀봉되어 병 속에서 안정적으로 숙성되며, 테 마타는 공식적으로 수확 연도로부터 약 10년의 숙성 잠재력을 제시하고 있다.

"알마 피노 누아는 개인적으로 뉴 월드와 부르고뉴 스타일의 피노 누아가 절묘하게 섞인 와인 같아요. 과실이 포워딩되는 뉴 월드의 특징에 더해, 토양의 특징이라든지 스파이스, 가죽 뉘앙스 같은 모두가 사랑하는 부르고뉴 스타일도 함께 느껴졌거든요. 산도랑 타닌 밸런스가 너무 좋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10년, 그 이상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사실 이건 테 마타뿐만 아니라 센트럴 오타고나 마틴보로도 마찬가지예요. 일조량, 고도, 토양의 특징들이 잘 맞아떨어지는 와인들은 이미 그 잠재력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테 마타의 대표 와인 콜레인

테 마타는 뉴질랜드의 국보급 와이너리로, 오랜 역사와 함께 압도적인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영국의 와인 전문지 <디캔터(Decanter)>는 테 마타를 “뉴질랜드의 1등급 와이너리(1st Growth)”라 평했고, <와인 애드보케이트(Wine Advocate)>는 “5성급 아웃스탠딩 프로듀서(Outstanding Producer)”라 극찬했다. 대표 와인인 콜레인(Coleraine)은 단연 뉴질랜드를 넘어 세계적 명성을 가진 아이콘 와인이다. “뉴질랜드 최고의 레드 와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2016년 <디캔터> 선정 ‘와인 레전드(Wine Legend)’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 명성은 현재진행형이다. 콜레인 2021 빈티지는 <와인 애드보케이트>에서 98점, 와인 평론가 샘 킴(Sam Kim)으로부터는 100점 만점을 받으며 “뉴질랜드 와인의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테 마타의 콜레인은 개인적으로도 2020년 빈티지를 소장하고 있어요. 여러 평론가들에게 엄청난 평가를 받고, 특히나 <디캔터>에서는 뉴질랜드의 보르도 1등급 스타일 와인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해서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2023년 빈티지는 알코올이 무려 13.5%!! 이제는 기본이 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피노 누아의 알코올 또한 14~14.5%가 되어 가는 시점에,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한 보르도 블렌드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우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소비자분이 혹스베이의 보르도 스타일 와인을 드셔 보셨으면 좋겠어요! 최고거든요!"

그레이스톤(Greystone) – 지금 주목해야할, 와이라파 밸리

"그레이스톤(Greystone)은 사실 처음 접해 본 와이너리입니다. 대사관저에서 열린 캠페인 발족식에서 선배님인 배정환 소믈리에님이 직접 다녀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너무 맛있다고 하셔서 테이스팅을 해 보니 그 이유를 단번에 깨달았습니다."

그레이스톤 와이너리가 위치한 뉴질랜드 남섬의 와이파라 밸리(Waipara Valley)는 최근 주목받는 와인 산지로, 캔터베리(Canterbury) 지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독특한 테루아와 품질 높은 와인으로 인해 점차 세계적인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지역이다.

"와이파라 지역은 뉴질랜드 남섬의 북단, 캔터베리의 소구역이에요. 포도를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건조한 기후, 석회암을 기반으로 한 토양과 해안가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지역입니다. 이런 완벽한 조건을 바탕으로 최근에 각광받고 있죠. 일교차가 크고 서늘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익는 샤르도네, 피노 누아는 항상 우아하고 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최근에는 석회 토양을 기반으로 한 미네랄리티가 넘치는 리슬링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레이스톤 와이너리

그레이스톤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와이너리로, 합성 화학물질을 전면 배제하고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단지 그레이스톤만의 노력이 아니다. 뉴질랜드 전체 포도밭의 약 98%가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았을 정도로, 이 나라는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에 있어 세계적으로도 앞서 나가고 있다. 눈앞의 수확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땅의 보전과 미래에 대한 투자에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유기농 방식은 그저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개념을 넘어, 포도가 자라나는 토양과 그 안의 미생물, 와인을 만들어 병입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유기체로 접근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의 리스크도 분명 있겠지만, 포도와 토양, 기후에 정직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접근을 통해 해당 와인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후대까지 이어지게 만들어 주는 거죠.”

김창욱 소믈리에가 테이스팅한 ‘그레이스톤 에린스 샤르도네(Greystone Erin's Chardonnay)’와 ‘그레이스톤 빈야드 퍼멘트 피노 누아(Greystone Vineyard Ferment Pinot Noir)’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와인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개인적으로 피노 누아도 너무 좋았지만 샤르도네를 너무 감명 깊게 테이스팅했습니다.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를 베이스로 고소한 견과류, 크리미한 바닐라의 질감과 백후추, 자칫 묵직할 수 있는 뉘앙스들을 미네랄리티가 밸런스를 잡아주는 와인이었거든요. 제가 자주 접하고 사랑하는 부르고뉴 와인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정주희 소믈리에가 말하는 뉴질랜드 와인

소믈리에의 철학이 살아 숨 쉬는 와인바 ‘살롱 뒤 부케(Salon du Bouquet)’에서 활동 중인 정주희 소믈리에는 CMS 서티파이드 소믈리에 자격을 보유하고 있고, 최고의 와인 셀렉션과 섬세한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정주희 소믈리에

코노(Kono) - 마오리 정신인 “Mana”가 깃든 순수한 와인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그중에서도 코노 소비뇽 블랑(Kono Sauvignon Blanc)은 제게 첫사랑 같은 와인입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와인에 입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반할만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코노의 소비뇽 블랑은 좀 더 발랄하고, 풋풋한 이미지라 한강 피크닉을 갈 때마다 챙겨갔던 '피크닉 와인'입니다."

코노(Kono)는 토후(Tohu)를 아우르고 있는 세계 최초의 마오리족 소유 와인 브랜드다. 이 둘의 관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토후는 1998년 설립된 프리미엄 와인 전문 와이너리이며, 코노는 보다 캐주얼하고 일상에 가까운 스타일을 지향하는 브랜드다. 성격은 다르지만, 두 브랜드의 중심에는 “마오리 정신”이 흐른다. 자연을 존중하고, 유산을 보존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 있는 생산을 실천하는 것. 이러한 정신은 “마오리 전통”의 핵심 가치이다.

마오리 전통으로 운영되는 코노 와이너리

"뉴질랜드는 큰 기업들의 자본으로 운영되는 와이너리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에 반해 소규모로 운영되며,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 가족의 소유로 전통을 잇고 있는 코노 와인즈(Kono Wines)는 단순한 사업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와인뿐만 아니라, 음식, 장소,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서 전통을 보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에, 뉴질랜드 와인산업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토후(Tohu)’는 마오리어로 ‘표시’ 혹은 ‘서명’을 뜻한다. 이는 뉴질랜드의 자연이 마오리족에게 이 땅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토후의 모든 병에는 고유한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 문양은 마오리 전통 문양인 코루(koru)에서 비롯된 것으로, 성장과 생명, 자연 세계를 상징한다. 토후는 단순한 와인을 넘어, 오랜 세월 이 땅을 지켜온 마오리족의 뿌리와 정체성을 담아낸 자부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토후를 설립한 마오리족은 땅을 존중하며, 그 땅과 사람들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순수하고 강인한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그들의 로고인 ‘코루’와 이름 ‘토후’는 이러한 그들의 철학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라벨에 마오리 전통 문양인 '코루'가 새겨진 토후 와인

대사관저 행사에 나온 코노 소비뇽 블랑(Kono Sauvignon Blanc)과 토후 웨누아 마투아 샤르도네(Tohu Whenua Matua Chardonnay)중 정주희 소믈리에의 픽을 물어보았다.

“저는 특히 토후 샤르도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하여 힘찬 과실과 더불어 헤이즐넛, 바닐라, 태운 버터 향이 느껴지고, 실키한 질감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가격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와인이라고 생각해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머드 하우스(Mud House) - 다양한 품종으로 쓴 뉴질랜드 와인의 새 역사

"머드 하우스(Mud House)는 저에게 소비뇽 블랑이 아닌 다른 품종을 뉴질랜드에서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와이너리입니다. 머드 하우스의 피노 누아는 물론이고, 리슬링과 피노 그리는 독자적인 스타일로 그들만의 독창성을 보여준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드 하우스의 포도밭

머드 하우스는 전 세계를 항해하던 용감한 부부가 뉴질랜드 땅에 매료되어 정착하며 설립한 와이너리다. 자신들이 반했던 땅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와인 생산에 있어서도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뉴질랜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면서 각 분야에서 그것을 지키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머드 하우스 또한 와이너리를 설립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러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포도원에서는 트랙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양을 방목하며, 포도원 밖으로는 '카이푸푸 야생동물 보호구역(Kaipupu Wildlife Sanctuary)'을 후원하는 스폰서로 활동 및 식물 심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앞장서 보이며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들의 열정과 헌신이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쳐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머드 하우스 피노 그리

뉴질랜드 피노 그리는 소비뇽 블랑 다음으로 가장 인기 있는 화이트 포도 품종 중 하나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피노 그리는 이탈리아의 드라이한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보다는 알자스 쪽에 더 가까운데, 신선하면서 풍부한 맛으로 사과, 배, 허니서클, 향신료와 빵의 노트가 특징적이다. 발족식에 준비된 30여 종의 와인 중 피노 그리는 오직 3종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머드 하우스였다.

"뉴질랜드에서 피노 그리는 점점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피노 그리지오’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와인과 스타일에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뉴질랜드의 피노 그리는 리치하고 질감 또한 풍부하며, 구운 배, 꿀, 생강, 사과 등의 프로필이 느껴지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피노 그리는 앞으로 소비뇽 블랑을 벗어난 뉴질랜드만의 와인 스타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잘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머드 하우스의 소비뇽 블랑과 푸드 페어링에 대해서 조언을 구했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특유의 구스베리와 풀 내음 때문에 그린 샐러드와 잘 매칭됩니다. 특히나 머드 하우스의 소비뇽 블랑은 산도가 좋고 크리스피한 느낌이 있어 바싹하게 튀긴 생선을 곁들여 비네그레트(vinaigrette)로 버무린 샐러드와 함께 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러브블럭(Loveblock) - 차별화된 소비뇽 블랑을 만들기 위한 도전

"러브블럭(Loveblock)은 이번 뉴질랜드 와인 캠페인의 대표 소믈리에로 활동하게 되면서 처음 만난 와이너리입니다.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생산자인 에리카 크로포드(Erica Crawford)님을 만나 뉴질랜드 와인 산업 전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역시 생산자를 직접 만나보니 더욱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러브블럭의 앰버서더까지 하게 되어 영광이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와이너리가 될 거 같습니다."

러브블럭의 와인메이커 킴 크로포드(Kim Crawford) & 포도 재배자 에리카 크로포드(Erica Crawford)

러브블럭은 킴 크로포드와 에리카 크로포드 부부가 2006년, 뉴질랜드 말보로의 아와테레 밸리에 설립한 유기농 와이너리다. 과거 버추얼 와이너리 개념을 선도하며 큰 성공을 거둔 이들은, 이후 보다 본질적인 와인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러브블럭을 시작했다. 아와테레 밸리는 말보로 지역 중 가장 고도가 높은 산지 중 하나로, 선명한 산도와 복합적인 아로마를 형성하기에 이상적인 테루아로 평가받는다.

"말보로 내에 위치한 아와테레 밸리는 와이라우 밸리에 비해 더욱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서늘한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지역의 과실과 비교해서 산도가 높고 토마토, 허브 등의 식물성 캐릭터가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미네랄과 허브 캐릭터가 돋보여 샐러드나 신선한 애피타이저랑은 더욱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방문했던 러브블럭 와이너리의 오너이자 포도 재배가인 에리카 크로포드는 남편 킴과 함께 만든 와인 브랜드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와인메이커이다. 그 후 상업적 성공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다시 자연이 허락하는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고, 그 풍미를 온전히 느끼는 삶으로 돌아왔다. 또한 그녀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뉴질랜드 글로벌 여성 자문위원회(Global Women NZ Advisory Board)에서 활동하며, 차세대 여성 리더들을 멘토링하고 와인업계의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기여를 이어가고 있다.

"저는 에리카 크로포드님의 철학과 도전 정신, 그리고 자신감이 좋았습니다. 소비뇽 블랑은 뉴질랜드 와인산업에 있어 아주 중요하고 고마운 존재지만, 동시에 획일화되어 간다는 점에서 와인메이커들에게는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에리카님은 자연주의 농법과 더불어 차별화된 소비뇽 블랑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또한 이미 킴 크로포드를 성공시켰고, 오랜 기간 와인을 만들어오며 쌓은 노련함으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러브블럭의 와인들

러브블럭은 총 다섯 가지 와인을 선보였다. 섬세한 버블감이 인상적인 ‘러브블럭 스파클링(Loveblock Sparkling)’, 풍부한 아로마와 부드러운 질감의 ‘러브블럭 말보로 피노 그리(Loveblock Marlborough Pinot Gris)’, 클래식한 스타일의 ‘러브블럭 말보로 소비뇽 블랑(Loveblock Marlborough Sauvignon Blanc)’, 녹차 타닌을 활용해 만든 소비뇽 블랑인 ‘러브블럭 티 말보로 소비뇽 블랑(Loveblock Tee Marlborough Sauvignon Blanc)’, 그리고 남섬의 서늘한 기후가 만들어낸 정교한 구조감의 ‘러브블럭 센트럴 오타고 피노 누아(Loveblock Central Otago Pinot Noir)’까지, 각기 다른 개성과 테루아를 담은 와인들이 준비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저는 러브블럭의 와인들을 모두 즐겁게 테이스팅했습니다. 특히 ‘티 소비뇽 블랑’은 녹차 타닌을 이용한 와인으로 독특하면서도 생산자의 도전 정신과 철학이 느껴지는 와인이라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한 가지 더 추천하자면, 러브블럭의 센트럴 오타고 피노 누아입니다.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는 다른 어떤 나라의 피노 누아보다 부르고뉴에 필적할 만한 퀄리티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 더 눈여겨보아야 할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러브블럭의 피노 누아는 생기발랄하고 잘 익은 딸기, 기분 좋은 산도, 은은한 제비꽃 향과 삼나무 향이 어우러져 즐거움을 줍니다."

와인업계 전반이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뉴질랜드 와인은 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는 세계 와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한때 소비뇽 블랑의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되던 뉴질랜드는 이제 단일 품종의 성공을 넘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깊이 있는 산미와 균형감을 지닌 샤르도네, 섬세한 구조의 피노 누아, 밀도 높은 보르도 블렌드까지. 분명, 뉴질랜드는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만의 개성과 방향성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특히 이번에 세 명의 소믈리에가 소개한 와이너리들은 단지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는 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들은 뉴질랜드라는 신대륙 와인 산지가 지닌 철학과 가능성을 스스로의 방식으로 증명해 온 주체로, 자연과의 조화, 마오리 정신,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며 그 가치를 와인 속에 담아내고 있다.

뉴질랜드 와인은 이제 누군가의 대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세계가 선택하는 와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는 가장 눈부신 시대를 향해 조용하지만 단단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뽀노애미 소믈리에 사진 장원준 포토그래퍼 사진·자료 제공 각 수입사, New Zealand Winegr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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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5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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