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야외에서 와인 마시기 딱 좋은 시기다. 물오른 따스함과 살랑이는 봄바람 속에서 마시는 와인 한 잔이라면 누구나 미소 짓게 마련. 초록이 활짝 핀 이 계절과 페어링할 와인을 하나만 고른다면 많은 이가 싱그러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떠올리지 않을까? 지난 5월 2일(금),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New Zealand Trade and Enterprise, 이하 NZTE)은 국제 소비뇽 블랑 데이(International Sauvignon Blanc Day)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뉴질랜드 대사관저의 야외 정원에서 열린 이벤트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만큼이나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가 넘쳤다.

소비뇽 블랑 데이 이벤트는 5월 첫 금요일인 국제 소비뇽 블랑 데이를 기념하여 NZTE가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재작년 양양 해변에 이어 작년 잠원 한강공원 등 NZTE는 그동안 뉴질랜드의 청정 자연을 연상시키는 장소에서 행사를 열어왔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NZTE는 ‘작은 뉴질랜드’라 불리는 뉴질랜드 대사관저의 야외 정원에서 소비뇽 블랑 데이를 기념했다. 국내 뉴질랜드 와인의 열풍을 이끌고 있는 말보로(Marlborough) 소비뇽 블랑을 포함하여 다양한 산지와 품종의 와인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뉴질랜드 와인의 다양성과 확장성을 보여준 이 와인들을 북섬에서 남섬으로 지역별로 살펴보자.

오클랜드(Auckland)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 오클랜드(Auckland)에서도 와인이 생산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북섬에서도 북부에 있는 오클랜드는 따뜻하고 습한 해양성 기후와 화산 활동에서 기인한 점토를 바탕으로 시라와 레드 블렌드, 세계적 수준의 샤르도네와 아로마틱한 화이트 와인이 주로 생산된다. 이번 소비뇽 블랑 데이 이벤트에는 1938년에 설립된 역사적인 와이너리이자 1980년대부터 프리미엄 뉴질랜드 와인의 시대를 선도한 쿠뮤 리버(Kumeu River)의 와인이 오클랜드를 대표하여 나왔다. 고소한 깨소금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부르고뉴 블랑 러버라면 누구나 좋아할, 뉴질랜드산 고품질 샤르도네와 스파클링 와인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해 준 와인들.

혹스 베이(Hawke’s Bay)
북섬의 동쪽 해안에 있는 혹스 베이(Hawke’s Bay)는 부르고뉴와 보르도 사이의 일조량과 해양성 기후를 바탕으로 긴 재배 시즌을 갖는 지역이다. 자갈, 점토, 양토 등 다양한 토양에서 생산된 레드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고, 특히 고급 보르도 블렌드와 시라가 좋은 평을 받는다. 소비뇽 블랑 데이를 맞아 NZTE는 크래기 레인지(Craggy Range)와 테 마타(Te Mata)의 와인을 선보였다. 국내 론칭한 지 1년 만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크래기 레인지는 이날 혹스 베이에서 생산된 와인들로 참석자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섬세한 딸기류 과일 향과 신선한 산미가 조화를 잘 이룬 메를로 베이스의 로제 와인, 그리고 양고기 바비큐와 완벽한 조화를 보였다는 시라가 그 주인공. 1896년 설립된 혹스 베이를 대표하는 테 마타는 “뉴질랜드의 보르도 1등급 와인”이라는 별명답게 뛰어난 레드 와인들로 주목받았다. 2019 빈티지로 선보여 프리미엄 뉴질랜드 시라의 숙성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불노즈 시라(Bullnose Syrah)와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복합미를 경험할 수 있었던 알마 피노 누아(Alma Pinot Noir), “뉴질랜드의 보르도 1등급 와인”이 과장이 아님을 입증한 보르도 블렌드 아와테아(Awatea) 등 놓칠 게 없었던 라인업으로 참가자들을 매혹시켰다.

와이라라파(Wairarapa)
뉴질랜드 최초로 피노 누아를 재배한 와이라라파(Wairarapa)는 마틴보로(Martinborough) 지역을 포함하는 와인 산지다. 북섬의 남쪽 끝에 자리하여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를 바탕으로 긴 재배 시즌을 가지고, 자갈이 많고 배수가 잘되는 충적지대 토양에서 피노 누아와 소비뇽 블랑이 주로 생산된다. 소비뇽 블랑 데이 행사장의 와이라라파 부스에서는 펄리셔 에스테이트(Palliser Estate)가 눈에 띄었다. 펄리셔 에스테이트는 지난 30년간 뉴질랜드 전체 와인의 단 1%만 생산되는 소지역인 마틴보로의 독특한 기후와 토양을 담은 와인을 생산해왔다. 이날 선보인 와인 중 특히 펄리셔 에스테이트 샤르도네(Palliser Estate Chardonnay)와 펄리셔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Palliser Estate Pinot Noir)는 참석자들이 “버건디 같다”라며 입을 모아 호평했다. 앞서 혹스 베이에서 소개했던 크래기 레인지가 마틴보로에서 생산한 테 무나 소비뇽 블랑(Te Muna Sauvignon Blanc)도 시음 와인으로 준비되어 섬세한 소비뇽 블랑의 매력을 뽐냈다.

말보로(Marlborough)
뉴질랜드 남섬으로 내려와 뉴질랜드 와인 생산의 81%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 말보로를 살펴볼 차례다. 긴 일조시간과 큰 일교차, 고대 빙하로 형성된 배수가 잘되는 깊은 자갈 토양을 바탕으로 강렬한 과일 풍미와 높은 산미의 소비뇽 블랑이 주로(81%) 재배되는 곳이다. 핵심 지역인 만큼 이날 행사에서도 말보로 소비뇽 블랑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남섬 서던 알프스와 말보로 사운즈 상공 25,000피트에 있는 새털구름(권층운)에서 영감을 받은 시로(Cirro) 와인에서는 말보로의 순수하고 깨끗한 테루아가 그대로 전해졌고,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의 수석 와인메이커였던 에블린 프레이저(Eveline Fraser)가 본인 소유의 포도밭에서 생산하는 리틀 뷰티(Little Beauty) 와인에서는 여성 와인메이커의 섬세한 터치를 느낄 수 있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이어진 와인들도 있었다. 4,000명 이상 마오리족 후손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코노(Kono), 그리고 와이라우 바(Wairau Bar)에 정착한 초기 마오리족의 직계 후손이 운영하는 테 파(Te Pa)가 해당되는데, 친근하고 대중성 있는 말보로 소비뇽 블랑의 전형적인 매력을 보여주었다. 색다른 양조법을 시도하는 와이너리들도 돋보였다. 녹차 잎에서 추출한 타닌 파우더를 천연 보존제로 사용하며 이산화황 사용을 배제한 러브블럭 티 소비뇽 블랑(Loveblock Tee Sauvignon Blanc), 발효 후 효모 찌꺼기와 와인을 함께 숙성하는 쉬르 리(Sur Lie) 과정을 거쳐 소비뇽 블랑의 깨끗한 과실미와 복합미를 살린 오투(OTU) 와인이 그 예.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와인마다 캐릭터가 비슷비슷하다는 평을 받는 말보로 소비뇽 블랑이 현재 와이너리들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
센트럴 오타고(Central Otago)는 마스터 오브 와인을 포함하여 수많은 와인 전문가가 주목하는 지역이다. 특히 영국의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피노 누아의 성배가 발견될 곳”이라 극찬한 바 있다. 세계 최남단에 자리한 와인 산지인 센트럴 오타고는 반대륙성 기후를 보이며 높은 일조량과 짧고 뜨거운 여름, 건조한 가을을 특징으로 한다. 잰시스 로빈슨의 코멘트에서도 알 수 있듯 피노 누아가 각광받는데, 구조감이 좋고 실키한 텍스처와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소비뇽 블랑 데이 이벤트에서는 뉴질랜드 여러 지역에서 접근성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머드 하우스(Mud House)의 피노 누아가 나왔는데, 프렌치 오크 숙성을 통해 구조감과 복합미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센트럴 오타고에서 처음으로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실시한 번 코타지(Burn Cottage)의 와인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프리미엄 뉴질랜드 피노 누아의 정수를 맛볼 수 있었다.
NZTE는 지난 3월 초부터 ‘Discover a Sip of Premium New Zealand Wine(프리미엄 뉴질랜드 와인의 발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탭샵바에서의 프로모션과 캠페인 대표 소믈리에들과의 미디어 홍보에 이어, 오는 5월 말에는 뉴질랜드 와인 생산자들이 직접 방한하여 행사를 진행한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및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와인하우스, SG다인힐 붓처스컷 삼성점과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뉴질랜드 와인의 매력을 전하며 캠페인은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글 신윤정 사진 장원준 포토그래퍼 사진·자료 제공 NZ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