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가 직접 운영하는 ‘전국의 와인바’를 찾다!

Edited by이 새미

전문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와인바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 자신만의 철학과 노하우를 담아, 노련한 손길로 완성한 와인 공간에는 소믈리에의 개성과 특색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소믈리에 출신 주인장이 운영하는 전국 와인바 5곳을 알아본다.

박민욱 & 최석명 소믈리에의 '센츠' / 부산 수영구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센츠(Scents)는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최석명, 박민욱 소믈리에가 공동 운영하는 와인바이다. 두 소믈리에는 파크 하얏트 부산, 그랜드 조선 부산, 미쉐린 가이드 1스타 레스토랑인 ‘팔레트’ 등 여러 경력을 공유하고 있다. 박민욱 소믈리에는 2019년 한국소믈리에대회와 같은 해 열린 ‘샤토 라피트 로칠드 스페셜 프라이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업계의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일과 취향 모두 합이 잘 맞는다는 두 사람은 특히 음식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잘 통했다고 한다.

박민욱 & 최석명 소믈리에의 와인바 '센츠'

와인을 다룰 때 ‘과몰입’하는 것이 아닌 ‘직업 윤리로’ 다룬다는 점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센츠는 최상의 콜키지 경험을 모토로 콜키지 서비스에 수량 제한을 두지 않아, 고가의 와인이나 올드 빈티지 와인을 가져오는 고객이 많은 편이다. 와인은 섬세한 핸들링을 통해 최적의 컨디션으로 서비스되는데, ‘와인에 대한 과한 관심’은 올바른 서비스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센츠는 동남아, 중식, 한식 등 아시안 터치와 발효를 테마로 하는 음식을 선보인다. 이들의 와인 리스트는 주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최석명 소믈리에의 설명을 빌리자면 "동남아·중식 요리는 샴페인, 화이트, 레드 와인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재미있는 특성"을 가졌다. 특히 피노 누아 고유의 스파이시한 뉘앙스와 아시아 향신료의 조합은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석명 소믈리에(좌)와 박민욱 소믈리에(우)

센츠   
▶인스타그램 scents_busan  

김우일 & 이지은 소믈리에 부부의 '용산피보' / 서울 용산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용산피보는 바(bar) 자리에 앉아 소믈리에들과 와인의 근본적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우일 & 이지은 소믈리에 부부는 캐나다의 와이너리 마을인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Niagara-on-the-lake)’와 인연이 깊다. 특히 김우일 소믈리에는 나이아가라 대학(Niagara College)의 와인양조(Winery Winemaking), 와이너리 교육과정(Winery and Viticulture Technician)을 참관하면서, 와인 본연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에 매료되어 와인업계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용산피보 외에도 타파코파, 도산코메 등 8개의 F&B 업장에서 와인 디렉팅을 맡고 있으며, 와인 교육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지에서 느꼈던 감정선, 와인이 가진 진짜 매력을 손님들과 공유하는 것이 이들 부부의 목표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와인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하고 익숙한 단어로 와인을 알려주는 점이 참 매력적이다.

김우일 & 이지은 소믈리에 부부의 와인바 '용산피보'

용산피보는 ‘와인이 주인공’인 곳이다. 와인 리스트는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와인’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셀렉했다. 또한 메뉴에 적용되는 숙성법, 가니쉬, 소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와인에 맞춰 개발된다. 주문하는 와인에 따라 메뉴의 하이라이트가 약간씩 달라지는데, 캐나다 현지 와이너리 내 와인바와 레스토랑의 ‘정통성’을 계승한 것이다.

글라스 페어링을 주문할 경우, 식전주(Aperitif), 식중주(Table Wine), 디저트 와인(Digestif) 순으로 완결성 있는 와인 페어링을 즐길 수 있다. 와인을 병으로 주문하면 코르크 체크나 와인 에티켓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브리딩을 거치면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맛과 향도 세심하게 짚어준다.

김우일 소믈리에

용산피보   
▶인스타그램 pivo_yongsan  

방극영 소믈리에의 '방스' / 서울 버티고개

버티고개에 위치한 방스는 와인업계 22년차의 방극영 오너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곳이다. 20대 초반부터 와인에 눈을 뜬 그는 조주기능사를 시작으로, 와인나라 5기, 조니워커스쿨, JC와인스쿨 등 여러 곳에서 배움을 이어갔다. 현재는 코리아와인챌린지(KWC) 심사위원으로 3년차, 한국소믈리에협회(KISA) 총무실장으로 2년차를 바라보고 있다.

방극영 소믈리에의 와인바 '방스'

2016년도에 오픈했던 옥수동방스가 2023년 버티고개로 이전하면서 방스가 탄생했다. 방극영 소믈리에는 ‘와인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슬리퍼 신고도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지인 소개로 왔다는 인근 주민을 찾아올 때마다 그의 진심이 통하는 것 같아 기쁘다고 한다.

방스의 와인 리스트는 컨벤셔널 와인이 중심이다. 여기에 직접 만든 파스타, 피자, 스테이크 등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음식을 판매한다. 새벽 3시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다 보니 외식업계 종사자도 드물지 않게 이곳을 찾는다.

방스의 장점은 친근함과 편안함이다. 와인을 추천할 때도 선호하는 국가, 품종 등 여러 취향을 묻고 귀담아들어 준다. 희망 가격대와 몇 병을 마실 지까지 미리 물어보는 세심함과 노련함이 방극영 소믈리에의 서비스 스타일이다. 솔직하고 편하게 답할수록 주인장의 추천 또한 예리해진다. 나라, 품종, 이름, 빈티지 등 기본적인 정보를 상세히 알려주지만, 주관적인 테이스팅 후기는 말해주지 않는다. "와인은 그야말로 취향이기 때문에 손님들의 와인 경험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바(bar)에 앉는다면 주인장과 자연스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소통하기 좋아하는 방극영 소믈리에의 성향이 한껏 묻어난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와인과 삶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 그가 만든 방스다.

방극영 소믈리에

방스   
▶인스타그램 vins_winebar 

이가람 소믈리에의 '소이만' / 부산 동래구

유럽의 어느 비스트로를 옮겨 놓은 듯한 감성의 소이만. 이곳은 경력 20년 이상의 이가람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와인바다. 이가람 소믈리에는 코리아와인챌린지(KWC) 심사위원, 한국소믈리에협회(KISA) 부산지회장 등 업계에서 굵직한 자리를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소이만은 ‘소중한 이야기를 만드는 곳’의 줄임말이다. 250여 종의 와인과 함께 특색 있는 요리를 선보이는데,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표 메뉴 중 하나인 ‘아스파라거스와 치즈로 속을 채운 오징어’가 좋은 예다. 지중해의 어느 음식점에서 화덕에 오징어와 아스파라거스, 오일, 허브를 넣고 구운 후 탕! 탕! 두 번 썰어 접시에 담아내는 걸 보고, 이가람 소믈리에는 ‘이것은 꼭 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식재료의 차이 때문에 원하는 맛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 마침내 성공한 안주 레시피는 소이만의 와인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부산라구’ 파스타도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다. 명품 기장미역과 구포메밀면을 사용하여, 고기, 야채, 와인 등을 넣어 만든 화이트라구 파스타다. 타지에서 소이만을 찾는 손님들에게 부산의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대접하고 싶어, 기존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했다고 한다.

이가람 소믈리에의 와인바 '소이만'

소이만의 와인 리스트에서는 오랫동안 와인을 사랑해 온 주인장의 안목이 느껴진다. 카테고리별로 맛있는 와인을 선별해, 쉽게 즐길 수 있는 와인부터 특색 있는 와인까지 손님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리스팅했다.

그의 고급스러운 취향은 집기류에서도 드러난다. 커트러리는 이태리의 까사부가티(Casa Bugatti)를, 글라스는 리델(Riedel)을 기본으로 사용하며, 식후 준비되는 ‘생허브티’의 잔과 앞접시는 영국 로얄알버트(Royal Albert)사의 로즈컨페티(Rose Confetti)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다.

이가람 소믈리에

소이만   
▶인스타그램 soiman_busan  

신관호 소믈리에의 '바흐브' / 대전 도안동

와인바 바흐브(Barbe)는 프랑스 이브리쉬르센(Ivry-sur-Seine) 출생의 신관호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는 어릴 때 한국에 들어왔지만, 이후에도 프랑스를 자주 오가며 프랑스 문화에 친숙해졌다. 와인을 워낙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성인이 되자마자 병역 의무를 마치고 보르도의 카파 포르마시옹(CAFA Formations) 와인학교에서 소믈리에 과정을 전공했다. 프랑스 국가공인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후, 와인 마케팅 과정까지 수료하면서 와인을 보다 폭넓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바흐브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와인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지금을 만들었다.

신관호 소믈리에의 와인바 '바흐브'

바흐브는 프랑스어로 수염을 뜻한다. 수염은 신관호 소믈리에의 시그니처다. 수염난 곰이 그려진 바흐브의 로고는 프랑스에서 미술을 전공 중인 친구가 그를 모티브로 직접 디자인한 특별한 작품이다. 2021년 처음 오픈할 때는 소규모 와인샵이었지만, 2023년 대전 도안동 산책로 앞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지금의 와인샵 & 바 스타일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는 150여 종의 와인을 보유한 복합적인 와인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관호 소믈리에는 "프랑스에서 와인이 소주나 맥주처럼 일상적으로 소비되듯, 한국에서도 와인이 편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술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문턱을 낮추는 편안한 접근성으로 사람과 와인을 연결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바흐브에는 ‘와인 추천 택’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손님의 취향이나 기분,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주인장이 직접 와인을 골라, 손글씨로 코멘트를 남기는 방식이다. 한 켠에는 총 54가지의 와인 아로마 키트를 비치해, 손님들이 자유롭게 시향하며 와인의 향을 쉽고 즐겁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소소하면서도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 손님들이 와인을 더 친근하게, 그러나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바흐브의 목표다.

신관호 소믈리에

바흐브   
▶인스타그램 barbe.wine 

정리 이새미 글·사진 각 업장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기사 공개일 : 2025년 05월 13일
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