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은 와인의 특징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와인 재배에서 토양의 역할과 종류를 알아본다.
토양(Soil)
배수력, 수분 보유력, 열 흡수/열 반사 능력, 유기물의 함량(비옥도) 등 토양이 가진 특성에 따라, 포도나무의 성장, 스트레스 수준, 생육에 기여한다. 나아가, 최종 수확물인 포도 열매의 성숙도, 산미, 풍미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포도 품종별로 유리한 토양 유형이 존재한다.
모재/부모 토양(Parent Material)
토양의 기반이 되는 암석이나, 퇴적물을 일컫는 말. 모재가 침식·풍화·퇴적 등의 과정을 거쳐 토양으로 변한다.

입자의 크기에 따른 분류
자갈 토양
자갈 알갱이로 이루어진 토양이다. 자갈 크기에 따라 그래블(gravel, 2~4mm), 페블(pebble, 4~64mm), 코블(cobble, 64~256mm)로 분류한다. 이 토양은 배수가 매우 뛰어나며, 포도나무에 약간의 가뭄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작고 응축미 있는 열매가 생산된다. 자갈은 낮에 흡수한 열을 밤에 방출하는 성질이 있어 포도가 잘 익을 수 있도록 돕는다.
프랑스 보르도(Bordeaux) 좌안의 특히 메독(Médoc), 그라브(Graves) 지역의 자갈 토양이 유명하며, 프랑스 남부 론 밸리(Rhône Valley)의 샤토뇌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 뉴질랜드 혹스 베이(Hawke's Bay)의 김블렛 그래블스(Gimblett Gravels)처럼 하천에서 퇴적된 자갈 토양도 명성이 높다.
자갈 토양은 열기가 필요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에 최적이며,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 등 여름철 복사열에 잘 적응하는 론 품종을 재배하기에도 적합하다.

모래 토양(Sand Soils)
배수가 빨라 습한 기후에서 유리하고, 필록세라(Phylloxera)로부터도 비교적 안전한 토양으로 여겨진다. 모래 토양에서 생산된 와인은 힘이 부족할 수 있으나, 대신 섬세하고 마시기 편하다. 바롤로(Barolo) 서부의 세라룽가 달바(Serralunga d’Alba)가 대표적이다.
점토 토양(Clay Soils)
점토질 토양은 입자가 매우 작고 보수력이 높아 수분과 미네랄을 잘 간직한다. 열기가 쉽게 식으며 배수는 더디다. 점토질 토양은 보르도 우안의 포므롤(Pomerol)이 대표적이다. 메를로 중심의 블렌딩 와인이 대표적이며, 둥근 질감과 검붉은 과실 풍미가 두드러진다.
미사토/실트 토양(Silt Soils)
토양의 입자가 미세한 토양이다. 점토보다는 입자가 크지만 모래보다 훨씬 가볍다. 배수가 더딘 편으로, 지나치게 비옥하여 와인 생산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예외적으로, 규소질(silica)이 풍부한 실트 토양인 ‘뢰스(Loess)’에서는 품질 좋은 와인이 생산된다. 오스트리아 바하우(Wachau) 지역의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 독일 라인가우(Rheingau) 서쪽의 리슬링(Riesling)이 유명하다.
양토/롬 토양(Loam Soils)
모래, 실트, 점토가 혼합된 토양이다. 점토 함량이 높으면 비교적 성질이 차갑고 보수력이 좋으며, 모래 비율이 높으면 반대로 성질이 따스하고 배수력이 좋다. 비옥도가 좋은 편이라 포도나무가 과도하게 생장하지 않도록 조절이 필요하며, 풍만한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된다.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Napa Valley), 소노마 밸리(Sonoma Valley)의 일부 지대가 모래 섞인 롬 토양이다.
토양의 종류
석회암 토양(Limestone Soils)
석회암은 퇴적암의 일종으로, 조개나 생선 뼈 등 유기 생물의 탄산석회질이 침전되어 만들어졌다. 높이 평가받는 와인 생산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석회암 토양의 일종인 ‘백악질 토양(Chalk Soils)’은 토질이 부드러워 뿌리가 깊게 뻗기 용이하며, 물성이 차서 포도의 산도를 높여준다. 지면에서 배수력이 좋으나, 깊은 층에는 물을 머금는 특성이 있어 재배에 유리하다. 부르고뉴(Bourgogne), 샹파뉴(Champagne), 남부 론(Southern Rhône) 등 유명 생산지가 이에 속한다.
키메리지앙(Kimmeridgian)도 석회암을 기반으로 한다. 쥐라기(Jusassic) 후기에 바다가 융기되며 석회암, 점토, 조개껍질 등 해양 생물의 화석이 섞여 형성된 독특한 토양으로, 프랑스 샹파뉴와 샤블리(Chablis), 루아르 밸리(Loire Valley) 일부에서 발견된다. 와인의 산도와 미네랄리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회암 기반의 또다른 유명한 토양으로 테라로사(Terra Rossa)가 있다. 바다가 육지화된 토양 표층의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붉게 변한 것으로, 배수성이 좋아 포도나무 뿌리가 땅 속 석회암까지 쉽게 뻗어나갈 수 있다. 호주 쿠나와라(Coonawarra)가 테라로사 토양을 지닌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 고품질 카베르네 소비뇽이 주로 생산된다.
화산암 토양(Volcanic Soils)
현무암, 응회암, 화산재 등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부스러기 암석으로 이루어진 토양을 말한다. 대체로 알갱이가 거칠거나 다공성인 경우가 많아 배수가 잘 되고 지면이 빠르게 건조하는 편이다. 수분과 양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포도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높은 산도와 낮은 당도, 작은 크기를 가진 열매를 맺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응축미가 있으며, 흙, 향신료, 화산재의 풍미와 함께 짠맛이 나는 경우도 있다. 헝가리 토카이(Tokaji)와 솜로(Somló)가 유명하다.
화강암 토양(Granite Soils)
마그마가 식어 굳어지면서 형성되며, 석영이 40~60% 정도 함유된 토양이다. 토양 자체의 산도(pH)가 높아, 산도가 높고 구조감이 뛰어난 와인이 생산된다. 화강암이 다공성 암석이기 때문에 배수력이 뛰어나고 열 보존력이 좋으며, 포도나무에 가뭄 스트레스를 준다. 보졸레(Beaujolais), 남부 론의 코르나스(Cornas), 포르투갈 다웅(DAO) 등에서 발견된다.

점판암 토양(Slate Soils)
진흙 퇴적암이 열과 압력을 받아 변성된 암석으로, 어두운 색상에 층을 이루며 잘 쪼개지는 특징이 있다. 바위가 판처럼 얇게 쪼개져 자갈 및 암석 조각이 많은 흙을 형성하는데, 돌 틈 사이로 포도나무 뿌리가 깊이 파고들기 쉬워 단단한 기반암까지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따라서 포도나무가 지하의 수분과 미네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도록 도와준다. 열을 잘 보존하기 때문에 추운 지방에서도 포도가 잘 익을 수 있게 돕는다. 독일 모젤(Mosel)의 리슬링(Riesling)이 유명하다.
편암 토양(Schist Soils)
편암은 점판암과 마찬가지로 변성암의 일종이다. 점판암보다 더 단단하고 열을 잘 보존한다. 미네랄 함량이 높고 밀도가 높으며 농축된 풍미의 강건한 와인이 생산된다. 포르투갈의 도우로 밸리(Douro Valley)가 유명하다.
자료 조사·정리 이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