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느 멋진 순간>은 리들리 스콧의 필모그래피에서 남다른 위치에 있는 로맨스물이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글레디에이터>, <한니발> 등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전작들과 달리 소소하면서도 낭만적인 남프랑스의 영상미를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아마 대다수의 리들리 스콧 팬들에겐 의외의 작품이었으리라. 스크린을 통해 전해지는 햇살마저 로맨틱한 이 영화 곳곳에는 촬영지인 프로방스 지역과 그곳의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듬뿍 묻어 나온다. 남프랑스에 대한 찬가라고나 할까. 사실 리들리 스콧의 남프랑스 사랑은 영화가 개봉한 2006년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최근 까브드뱅을 통해 국내 수입되기 시작한 마스 데 앙페미에르(Mas des Infermieres) 와인이 그 증거. 가족과 함께 남프랑스 루베롱(Luberon) 지역을 즐겨 찾던 그가 1992년 한 포도원을 매입하며 시작된 와인으로, 이 지역의 자연과 여유롭고 건강한 프렌치 라이프 스타일을 담아낸 결과물이다. <어느 멋진 순간>의 러셀 크로우처럼 바쁘기만 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마리옹 코티아르같은 로맨스를 선물할 것만 같은 와인, 마스 데 앙페미에르를 만나러 남프랑스로 떠나 보자.

영감을 주는 장소
루베롱 지역 국립 자연공원(Luberon Regional Park)의 중심부, 포도밭과 올리브 나무, 트러플 참나무(Truffle Oaks)로 둘러싸인 곳에 마스 데 앙페미에르가 있다. 19세기 이전에는 교황청에 속해 있었고 이탈리아 수녀들이 운영한 치유의 장소로 여겨지는 곳, 나폴레옹 군대의 저명한 장군이 소유했던 기록이 남아 있는 땅이다. 루베롱 지역을 즐겨 찾던 리들리 스콧 가족은 이 지역의 고요함과 문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1992년 11헥타르의 포도밭과 함께 마스 데 앙페미에르를 구입했다. 이 지역의 와인 전통을 보존하기로 결정한 가족은 지역 최고의 방식을 유지하고 고품질 와인을 생산할 수 있도록 현대적인 셀러를 지었다. 가족과 장소,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세대를 이어갈 프로젝트였다. 유명인이 소유한 와이너리는 많지만, 리들리 스콧에게 마스 더 앙페미에르는 단지 하나의 소유물이기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닌다.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즐기지만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프로방스 자연의 한구석을 경건하게 지켜보는 역할을 가장 좋아한다"라는 말만 봐도 애정과 존중이 듬뿍 느껴질 것이다. 그는 루베롱의 풍부한 자연환경에서 받은 예술적 영감과 열정을 아낌없이 투영하여 손수 와이너리를 가꾸어 나갔다. 남프랑스의 감성을 가득 담아 직접 스케치하여 만든 와인 라벨이 이를 대변하는 듯하다. 포도 수확부터 양조, 모든 디자인까지 직접 관여하여 루베롱 지역의 자연을 담아내고, 여유롭고 건강한 프렌치 라이프 스타일 표현한 와인이 마스 데 앙페미에르인 것이다.

루베롱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론 밸리의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루베롱은 남프랑스답게 일조량이 풍부한 지중해성 기후를 보인다. 하지만 마스 더 앙페미에르는 해발고도 200m의 시원한 북쪽면에 포도밭이 있고, 석회암과 모래, 적색 점토가 혼합된 토양이라 매우 신선하고 균형미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 루베롱 테루아의 전형성을 대표하면서도 복합적인 아로마와 우아함을 지닌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 리들리 스콧 가족을 매료시킨 루베롱 지역의 아름다움을 보전하기 위해, 포도나무는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이는 ‘꿀벌 친화(Bee Friendly)’ 인증과 ‘HVE(High Environmental Value)’ 인증을 중심으로 실현되는데, "만약 꿀벌이 죽는다면 우리도 모두 죽는다(If the bees die, we will all die)"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 포도밭 한가운데에 다양한 꽃을 심어 벌의 생존에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화학물질과 심지어 유기농 물질도 최소화하기 위해 최첨단 지리적 정보 시스템을 이용하여 포도밭을 최적으로 관리한다. 이렇게 재배된 포도는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 콘크리트 통, 다양한 냉각 및 양조, 숙성 시스템을 통해 우아하면서도 복합적인 향과 루베롱의 아름다움을 담은 와인으로 탄생한다.

남프랑스의 낭만과 여유가 필요한 날, 와인 한 잔으로 <어느 멋진 순간>을 눈앞에 펼쳐 줄 마스 데 앙페미에르 와인 4종을 소개한다.

잭 루즈
Jack Rouge
스콧 가족과 마스 데 앙페미에르의 중요한 일원인 반려견 잭을 모델로 한 와인. 그르나슈 50%, 시라 30%, 카베르네 소비뇽 20%가 블렌딩되었다. 여러 구획의 품종을 각각 엄선하여 최적의 시기에 수확했고, 신선함과 독특한 풍미를 유지하기 위해 섬세하게 블렌딩되었다. 붉은 과일과 향신료의 향이 은은하게 전해지고, 부드럽고 라운드하며 실키한 풍미와 우아한 아로마, 아름다운 타닌으로 마무리된다.

수르스 루즈
Source Rouge
물이 풍부하여 ‘수원’으로 여겨지던 이 지역의 역사적 배경에서 영감을 받은 ‘수르스(Source)’. 웰빙, 힐링 그리고 행운을 상징한다. 포도는 각 구획에서 최적의 숙성도에 도달한 송이만 수확하여 선별 후 줄기를 제거하고 부드럽게 압착했다. 블렌딩 비율은 시라 70%에 그르나슈 30%. 여러 구획의 포도를 블렌딩하여 신선하고 우아한 와인을 만들었다. 신선하고 달콤한 향신료 향에 잘 익은 검은 과일의 뉘앙스가 더해지고, 입안에서는 둥글고 실키한 풍미가 붉은 과일과 향신료의 복합적인 아로마로 이어진다. 섬세하고 우아한 타닌이 균형을 이룬다.

수르스 블랑
Source Blanc
물이 풍부하여 ‘수원’으로 여겨지던 이 지역의 역사적 배경에서 영감을 받은 ‘수르스(Source)’. 웰빙, 힐링 그리고 행운을 상징한다. 오페드(Oppede) 북부 지역의 점토와 모래가 섞인 퇴적토의 테루아. 포도는 각 구획에서 최적의 숙성도에 도달한 송이만 수확하여 선별 후 줄기를 제거하고 부드럽게 압착했다. 롤 50%, 클라렛 30%, 루산느 20%가 블렌딩되었고, 여러 구획의 포도를 사용하여 신선하고 우아한 와인이 만들어졌다. 라임 나무의 꽃향에 이어 흰 과일과 시트러스 향이 은은하게 이어지며 이국적인 뉘앙스로 마무리되는 와인. 생동감 넘치는 노즈는 흰 과일과 복숭아 향에 신선한 아몬드의 고메 노트가 더해져 더욱 돋보인다.

슈발리에 블랑
Chvalier Blanc
중세 시대 이 지역의 풍부한 역사를 기리기 위한 퀴베로, 풍부하고 복합적이며 긴 지속성을 자랑하는 와인이다. 오페드 북쪽, 석회암 경향이 있는 점토와 모래 토양의 테루아. 양조 시 새오크통을 사용하고 정기적인 바토나쥬와 함께 6개월간 숙성한다. 품종은 롤 40%, 루산느 32%, 클라렛 28%. 입안에서 풍부하고 다양한 복합미를 보여주고, 아름다운 긴 여운과 함께 브리오슈 노트로 마무리된다. 바닐라 뉘앙스와 함께 꽃향기가 코를 자극하며, 잘 익은 무화과와 레몬의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문의 까브드뱅
▶홈페이지 cavedevin.com
▶인스타그램 @cavedevin
글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까브드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