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삶을 즐기는 초대장’과도 같은 것” - 주한스페인대사관 레나따 산체스 참사관

Edited by신 윤정

지난 10월 열린 ‘테이스트 스페인(Taste Spain) 2025’는 스페인 와인과 식품의 뛰어난 품질을 다시금 확인하고, 변화하는 현지 트렌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번 행사를 이끈 주한스페인대사관의 레나따 산체스 데 롤라노(Renata Sanchez de Lollano) 참사관에게 인터뷰를 청하고, 스페인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인 미식과 와인 문화, 그리고 한국과의 교집합과 미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가 보내온 스페인 미식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답변과 사진을 공유한다.

주한스페인대사관 경제상무부의 레나따 산체스 데 롤라노(Renata Sanchez de Lollano) 참사관

Q. 올해 한국에 부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한스페인대사관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

A. 스페인 정부에서 몇 년간 국제 경제 업무를 담당한 후, 올해 9월 1일부터 주한스페인대사관 경제상무부에서 참사관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 이 역할은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롭다. 한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희망하는 스페인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한국 및 국제기관들과 소통한다. 무엇보다 가장 즐거운 파트 중 하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스페인의 다양한 식품과 와인을 소개하는 일이다.

나는 다양한 맛에 민감할 뿐 아니라 좋은 음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잘 단련된 미각’을 가졌다는 말을 듣곤 한다. 스페인 제품의 뛰어난 품질을 굳게 믿기 때문에, 내가 깊이 즐기고 신뢰하는 것을 전하는 이 역할을 맡게 된 것을 무척 행운이라고 느낀다. 나의 가치관, 정체성, 그리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멋진 조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페인 음식과 와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점점 커지는 지금 한국에 있는 것도 매우 매력적이다. 더 많은 한국 소비자가 스페인 제품의 품질을 알아가고 있으며, 더 깊이 탐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 서울에서 보내게 될 시간과 새로운 기회들이 매우 기대된다.

Q. 지금까지 경험한 한국 문화에 대한 첫인상은?

A. 사실 서울에 오기 전에도 한국 문화를 접할 개인적인 기회가 있었다. 미국에서 지낼 때 한국인 룸메이트가 있었고, 남동생도 바르셀로나에서 한국인 룸메이트들과 함께 살았다. 그중 한 명은 우리 가족과 아주 가까워져 올봄 서울에서 열린 그의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이런 경험 덕분에 한국 생활에 대한 기대가 꽤 높았는데, 기대만큼 현실이 좋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고, 서울에서의 업무와 일상 모두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가장 인상 깊은 점 중 하나는 한국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과 ‘세심함’이다. 맛과 미적 요소에 민감한 사람으로서 이런 부분들이 정말 특별하게 다가온다.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냅킨 위에 얹어둔 귀여운 표정의 작은 돌멩이, 내 이름이 적힌 와인 라벨을 테이블에 올려주는 식당, 정성껏 꾸며진 매장과 카페, 활기찬 레스토랑 문화까지—이 모든 것들은 의도와 세련미, 그리고 작은 디테일의 힘을 존중하는 한국 문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참사관의 이름인 'Renata'가 적힌 와인병

나는 음식과 그 풍미에 담긴 아름다움을 포함해, 우리가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마음이 삶의 선함과 감사함을 느끼도록 도와준다고 믿는다.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도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속에서 지낸다는 것에 매일 감사함을 느낀다.

Q. 유서 깊은 와인 생산국으로서, 한국 시장에서 스페인 와인의 잠재력과 기회를 어떻게 보는가?

A. 최근까지도 스페인 와인은 한국에서 ‘아직 충분히 발견되지 않은 보물’ 같은 존재였지만, 점점 더 많은 인기를 얻으며 인정받고 있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세계적 수준의 품질을 즐길 수 있는 게 스페인 와인이다. 모든 가격대에서 그 이상의 품질을 제공하여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 훌륭한 선택지가 되어 준다.

섬세한 디테일과 높은 품질을 중요시하는 한국에서 스페인 와인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 자리에서 좋은 와인을 나누거나, 레스토랑에서 즐기기에도 스페인 와인은 훌륭한 옵션이다. 레드·화이트·카바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와인의 폭넓은 스타일과 풍미는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한국의 다양한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서 스페인 와인이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길 바란다. 한국 소비자들이 글로벌 와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받아들이는 흐름 속에서, 스페인 와인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더 널리 사랑받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Q. 얼마 전 열린 테이스트 스페인 2025 행사를 총괄했다. 한국 와인 & 식품업계 관계자들을 실제로 만나본 소감이 궁금하다.

A. 테이스트 스페인은 프리미엄 스페인 생산자들을 한국의 수입사, 유통사, 레스토랑 관계자들과 연결하는 우리의 연례 행사이다. 올해가 세 번째였고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과가 매우 훌륭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최되길 기대한다.

한국 와인업계 전문가들을 직접 만난 것은 스페인 제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그들에게 스페인 와인의 세계적인 품질과 뛰어난 품종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생산자들을 만나게 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의 와인 & 푸드 씬은 정말 인상적이다. 평일에도 외식 문화가 활발한 도시인 마드리드 출신으로서, 서울 역시 매우 비슷하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새로운 식당을 탐방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정말 잘 맞는 도시에 온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요리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훌륭한 서비스까지, 품질과 경험을 모두 중요시하는 이 미식 문화에 스페인 제품은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욱 폭넓게 사랑받을 거라 확신한다.

테이스트 스페인 2025 현장

Q. 스페인 와인하면 뜨거운 햇살을 받고 자란 레드 와인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번 테이스트 스페인 2025에서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A. 스페인 와인은 긴 역사와 뛰어난 품질, 그리고 지역과 스타일의 놀라운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핵심 요소들은 소비자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스페인 와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 와인 시장은 매우 역동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맞닿아 있다. 2024년 스페인 내 와인 소비가 약 2.5% 증가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양보다는 질(drinking less but better)’을 찾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높은 품질의 와인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특히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 일부 증류주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스페인 와인은 전통적으로도 과하게 묵직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클래식한 레드 와인 범주 안에서도 보다 신선하고 가벼우며 우아한 스타일로의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저도주는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다. 적당한 알코올 도수를 가진 와인, 그리고 신선함과 다재다능함, 더 가벼운 스타일을 갖춘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카바 데 구아르다 수페리오르(Cava de Guarda Superior)’ 카테고리에서 100개월 이상 장기 숙성한 카바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토착 품종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화이트 품종인 고데요(Godello)와 레드 품종인 보발(Bobal)은 최근 인기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테이스트 스페인 2025 전경

젊은 소비층에서는 믹솔로지가 상승세이다. 와인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은 스피릿 기반 음료보다 자연스레 알코올 도수가 낮기 때문에 ‘적당한 음주’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또한 특별한 시그니처 와인(vinos de autor)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산지를 찾는 경향도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은 스페인 와인 산업의 핵심 트렌드이다. 세계 최대의 유기농 와인 생산국으로, 200곳 이상의 와이너리가 참여 중인 'Wineries for Climate Protection' 인증은 지속가능성을 향한 스페인 와인 생산자들의 강한 의지와 엄격한 기준을 보여준다. 물 부족 등 독특한 기후 조건 속에서 기후 변화에 더 강한 토착 품종을 보전하고 복원하려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이러한 전통, 혁신, 환경적 책임의 조화가 스페인 와인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종합하자면, 스페인 와인은 깊이 뿌리내린 전통과 지속적 혁신, 진정성, 품질, 지속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테이스트 스페인 2025에 나온 유기농 와인들

Q. 지속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A. 지속가능성은 현재 스페인 와인 산업에서 경쟁력의 핵심이자 품질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Wineries for Climate Protection' 인증은 스페인에서 가장 엄격하고 널리 인정받는 인증 중 하나다. 또한 우리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의 카다로그에도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을 강조하는 별도 섹션이 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생산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페인의 포도 재배 지역을 이루는 풍경, 생태계, 전통을 지키는 일 또한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부분이다. 유기농 재배를 확대하는 것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농촌 유산을 보존하며, 미래 세대가 풍요로운 테루아의 가치를 계속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와인 관광 역시 이 지속가능한 비전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 방문객들이 와이너리의 풍경을 직접 경험하고, 와인 생산 과정과 책임 있는 재배 방식에 대해 배우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 공동체의 활력을 높이고, 사람·토양·와인을 잇는 본질적인 연결을 더욱 깊게 만든다.

Q. 한편 테이스트 스페인 2025 행사장에서는 올리브 오일과 치즈 등 고품질 식품에 대한 찬사도 끊이질 않았다.

A. 스페인 미식은 모든 카테고리를 아울러 놀라울 만큼 다양한데, 그 근간에는 ‘좋은 재료’가 있다. 스페인이 세계 7위 농식품 수출국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페인 식재료를 정의하는 요소는 바로 탁월한 품질과 풍미이다. 가장 단순한 요리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힘이 있는데, 예를 들어 프리미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한 스푼이면 토마토·참치 샐러드처럼 간단한 음식도 완전히 다른 요리가 된다.

품질에 대한 이러한 강조는 스페인의 또 다른 보물인 ‘하몽 이베리코(jamón ibérico)’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좋은 와인과 함께 그대로 즐겨도 훌륭하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기에도 완벽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 식사도 좋은 빵 위에 갓 갈아낸 토마토, 고품질 하몽 이베리코,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르는 조합이다. 아티초크와 함께 가벼운 전채 요리로 내는 것도 좋아하고, 완두콩과 함께 하나의 메인 요리로 내는 것도 좋아한다.

올리브오일과 하몽은 풍미의 깊이와 다재다능함 덕분에 한국 시장에서 큰 잠재력을 가진 대표적인 스페인 식품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앞으로 ‘올리브’ 자체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함께 나눠 먹는 애피타이저로 완벽한 재료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식품은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을 이루며, 균형과 품질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는 점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결국 스페인 프리미엄 식품의 차별점은 ‘품질, 단순함, 다양성’이 어우러진 독특한 조합이다. 뛰어난 맛 덕분에 일상의 작은 순간도 특별한 경험으로 바꿔주며, 동시에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에도 자연스럽게 맞는 영양적 가치를 제공한다.

Q. 이러한 스페인 식품들의 한국 시장 내 위치는

A. 한국 소비자들에게 스페인 식품은 아직 ‘숨겨진 보물’ 같은 존재다. 돼지고기처럼 이미 큰 인기를 얻은 품목도 있고, 올리브오일도 점점 주목받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보다 한국 시장에 진입한 시기가 다소 늦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아직 충분히 발견되지 않은 분야도 있다.

스페인 제품을 독보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바로 탁월한 품질과 고유의 풍미이다. 앞서 설명했듯, 스페인 식재료는 ‘단순함을 품격으로 바꿔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몽 이베리코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완성된 요리가 될 만큼 풍미가 뛰어나며, 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곁들인 간단한 샐러드도 몇 가지 재료만으로 놀랍도록 맛있어진다. 또 와인, 하몽 이베리코, 엔초비, 올리브, 바비큐용 돼지고기처럼 많은 스페인 식품은 ‘함께 나누어 먹기 좋은 음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단순한 음식에 담긴 아름다움 그리고 함께 나누는 문화를 중시하는 한국 식문화와도 완벽하게 어울린다.

스페인 제품은 한국에서 매우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품질, 진정성, 그리고 다양한 활용 방식을 경험하게 되면, 이러한 식품들은 특별한 날뿐 아니라 일상의 건강한 식단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Q. 스페인 미식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데,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문화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해진다.

A. 나는 음식을 통해 타인과 삶을 나누는 문화에서 자랐기 때문에, 식탁은 언제나 자연스러운 만남의 공간이었다. 한국에 올 땐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와 아주 비슷한 정서를 이곳에서도 발견했다. 함께 먹고 마시는 방식에서 두 문화가 얼마나 닮아 있는지 알게 된 것은 참 반가운 놀라움이었다.

스페인에서는 하루 중 거의 모든 순간에 맞는 식사가 있는데, 때로는 누군가와 이어지기 위한 ‘핑계’처럼 느껴질 정도다. 아침 식사로 만나고, 점심 전 아페리티보(aperitivo)를 함께 하고, 타르데오(tardeo)라 불리는 점심 이후의 여유로운 음료나 타파스 시간도 있으며, 저녁 전 간단한 한입거리, 그리고 물론 본격적인 저녁 식사까지 이어진다. 이 모든 순간이 음식을 중심으로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준다.

개인적으론 식탁 주위에 놓을 수 있는 의자를 최대한 많이 두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리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스페인 와인과 식재료는 그 자체의 풍미만으로도 큰 노력 없이 훌륭한 식탁을 만들어준다. 나에게 ‘초대한다’는 행위는 일종의 너그러움의 표현이며, 단순히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넘어, 함께 삶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Q. 그렇다면 가장 즐기는 스페인 음식과 와인의 조합은 무엇인지?

A.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그만큼 스페인 음식의 다양성은 놀라운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특정한 요리만이 아니더라도, 스페인 식재료가 이제 전 세계의 다양한 주방에서 사용된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스페인 와인과 식품은 다른 나라의 미식과도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예를 들어 최근 여러 미식 행사에서 확인한 뚜렷한 트렌드는, 템프라니요가 멕시코 타코와 놀라울 만큼 잘 맞고, 카바는 다양한 아시아 요리와도 완벽히 어울린다는 것이다. 스페인 식재료는 본래부터 ‘다재다능함’을 갖고 있어 글로벌 퓨전 요리에 특히 잘 맞는다.

개인적인 취향을 이야기하자면, 여름철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는 ‘피데우아(fideuà)’이다. 쌀 대신 짧은 면을 사용한 해산물 빠에야로, 가볍고 풍미가 뛰어나며 스페인 화이트 와인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개념은 바로 스페인의 아페리티보 시간이다. 점심 전에 간단한 한입거리와 와인 또는 베르무트 한 잔을 나누는 여유로운 순간. 나는 단순하지만 질 좋은 음식을 특히 좋아한다. 올리브오일로 튀긴 감자칩(색이 더 짙은 노란색이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올리브, 좋은 하몽, 그리고 다양한 스페인 치즈는 언제나 완벽한 조합이다. 특히 이디아사발(Idiazabal), 만체고(Manchego), 갈리시아 치즈, 카나리아 제도의 훈연 고트 치즈를 아주 좋아한다.

피데우아(좌)와 길다(우)

아티초크에 잘게 썬 하몽을 곁들인 요리도 좋아하고, 멸치나 홍합도 즐겨 먹는다. 특히 스페인 캔 해산물이 한국의 누룽지와 놀랍도록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한국에 와서 발견했다. (다음에 나올 사진에도 바로 그 조합이 등장한다!) 그리고 물론, 올리브·엔초비·고추 피클을 함께 꽂아 만든 ‘길다(gilda)’도 정말 좋아한다.

이런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는 스페인 레드 베르무트가 정말 좋다. 허브와 향신료로 풍미를 더한 강화 와인으로, 보통 얼음을 띄우고 오렌지 한 조각을 넣어 마신다. 약간 달콤하지만 균형이 훌륭해 이러한 전채 요리들과 아주 잘 어울리며, 점심이나 저녁 전에 한 잔하기에도 더없이 완벽한 선택지가 된다.

Q. 한국의 젊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공유할 만한 와인을 즐기는 팁이 있다면

A. 사실 요즘 젊은 소비자, 특히 X세대와 Z세대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보다 의식적으로 음주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이전 세대보다 호기심이 많고 열린 사고를 지니고 있어, 새로운 스타일, 산지, 와인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에도 적극적이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보면, 스페인에서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삶을 즐기라는 초대장’과도 같다. 친구들이 한 바(bar)에서 다른 바로 이동하며 작은 음식, 웃음, 와인을 나누는 길거리는 활기로 가득하다. 와인을 즐기는 기쁨은 단순히 음식이나 와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나누는 경험 속에 있다. 마드리드 같은 도시에서는 와인 중심의 바가 점점 인기를 얻으며, 와인 경험 자체를 더욱 풍부하게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와인을 즐기는 가장 좋아하는 방식 중 하나는 주말 아페리티보 시간이다. 친구들을 초대해 가벼운 안주와 와인 한 잔으로 점심을 시작하곤 한다. 또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여유로운 주말 저녁을 보내는 것도 좋아한다. 가끔 캐주얼 와인 테이스팅 모임을 열어 각자 스페인 와인을 몇 병씩 가져오기도 한다. 이런 자리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품질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부담 없이 나누어 마실 수 있어 아주 좋다. 결국 좋은 음식과 훌륭한 스페인 와인,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에 관한 것이다.

한국의 젊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스페인 와인을 ‘소중한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도구’로 접근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페인 와인은 다양성이 뛰어나 와인에 대한 나만의 공식을 만들기에 이상적이다.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고, 와인의 우아함과 복합성을 살리는 페어링을 시도하며, 식사나 친구와의 저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한 병을 고르는 경험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길. 스페인 와인은 프리미엄 퀄리티를 즐기면서도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게 해준다.

Q. 한국 와인 애호가들에게 추천하는 스페인 여행지가 있는지?

A. 역시 쉽지 않은 질문이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특산물과 와인·음식을 연결하는 방식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북쪽으로 가면 신선한 알바리뇨(Albariño)로 유명한 갈리시아와 같은 지역에서, 환상적인 해산물과 아름다운 와이너리를 만날 수 있다. 남쪽에서는 헤레스(Jerez)가 전통적인 산화 숙성 와인으로 독보적이다. 카탈루냐의 페네데스(Penedès) 지역은 특히 뛰어난 스파클링 와인, 즉 카바를 제공한다. 이 세 지역은 스페인 와인 제조의 다양성, 우수성, 오랜 전통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내륙 지역으로 여행하면 스페인에서 가장 상징적인 와인 산지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와이너리가 방문객을 위한 몰입형 투어와 훌륭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을 잊지 못할 경험으로 제공한다. 물론 바스크 지역도 절대 놓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 뛰어난 해산물과 육류, 훌륭한 와인리스트, 그리고 많은 한국 방문객이 좋아하는 바스크 치즈케이크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마드리드 출신으로서, 최근 몇 년간 마드리드의 레스토랑 문화가 크게 발전한 점도 언급하고 싶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추천하자면, 와인 바는 Gota Wine Bar를 좋아하고, 트렌디한 분위기에서 캐주얼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Bar Trafalgar를 추천한다. 전통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점심 전 아페리티보를 즐길 수 있는 Bodegas La Ardosa가 필수다. 아침이나 아페리티보를 찾는다면 La Maruca를 추천한다. 감자 오믈렛인 Tortilla de Patata와 내가 좋아하는 치즈케이크가 아주 훌륭하다. 고급 다이닝 경험을 원할 경우 음식과 서비스 모두 완벽한 Filandón이 좋은 선택지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몇 곳만 적었지만 리스트는 매우 길다. 스페인 어디를 가든 와인과 음식은 단순한 문화가 아니라, 방문객을 환영하고 우리의 가치를 나누는 방식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한국 와인 애호가들이 직접 다양한 목적지를 탐방하며 자신만의 즐거움을 발견하길 바란다.

Q. 앞으로 한국에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한국에 지내는 동안 스페인 와인이 한국인의 입맛과 라이프스타일에 얼마나 아름답게 어울리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호기심이 많고 품질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스페인 와인과 식품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준다. 우리의 와인이 소중한 순간에 함께하고, 나아가 스페인을 방문해 직접 음식과 와인을 경험해보고 싶은 영감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스페인 와인을 한국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소개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INTERVIEWEE 주한스페인대사관 경제상무부 참사관 레나따 산체스 데 롤라노(Renata Sanchez de Lollano)
정리 신윤정 사진 제공 레나따 산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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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5년 1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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