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와 와인의 매치에서 ‘안타’는 쉽지만 ‘홈런’은 꽤 어렵다. 달콤함 아래에 숨겨진 다채로운 풍미의 레이어를 찾아, 디저트의 온도, 텍스처까지 딱 맞는 와인을 곁들이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경험할 수 있다. 와인의 타닌과 구조감은 디저트의 풍미를 한층 더 복합적으로 만들어 주며, 와인의 미네랄리티는 상큼한 과즙미에 신비로운 깊이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와인과 디저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장 4곳의 문을 두드려 이들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살롱 드 뮤흐 – 서울 용산구

‘살롱 드 뮤흐’와 ‘파티세리 뮤흐’는 정통 프랑스 제과 기법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이곳을 지휘하는 최규성 총괄 셰프는 프랑스 현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피에르 에르메 파리(Pierre Herme Paris)와 로얄 몽쏘 호텔(Hotel Royal Monceau)에서 근무한 바 있다. ‘살롱 드 뮤흐’는 디저트와 주류 페어링에 특화된 공간으로, ‘파티세리 뮤흐’는 테이크 아웃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장은 오픈 1년만에 블루리본 서울 2026에 등재되었고, 서울미식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규성 셰프의 디저트들은 입안에서 층층이 쌓이는 텍스처와 향을 조화롭게 설계해, 마치 건축물을 감상하는 듯하다. 살롱 드 뮤흐에서는 다양한 글라스 와인을 갖추어 고객의 취향과 디저트의 풍미를 모두 고려한 페어링을 선보인다. 정교한 케이크가 주는 미각과 시각적 즐거움, 와인의 아로마와 풍미가 어우러지며 탐미적인 순간을 연출한다.
특히 셰프가 추천하는 조합은 스톨렌과 화이트 와인이다. 스톨렌은 속에 들어간 절인 과일과 버터의 풍미, 그리고 다양한 견과류의 너티함 때문에 여러 와인과 두루 어울리는 편이다. 프랑스 쥐라 지역 와인과는 특별히 잘 어울린다. 화이트 와인은 물론이고, ‘옐로우 와인’이라 불리는 뱅존(Vin Jaune)과 함께하면 두 배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살롱 드 뮤흐 & 파티세리 뮤흐
▶인스타그램 mur_patisserie
받터 – 서울 용산구

서울 용산의 받터는 젤라토와 와인을 판매하는 곳이다. 계절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 젤라토를 지향한다. 유럽에서 거주하던 주인장은 시간대와 상관없이 캐주얼하게 와인과 디저트를 즐기는 유럽 사람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파리 제과스쿨에서 디저트 과정을 전공한 후, 한국에 돌아와 받터를 오픈했다. 유럽의 라이프스타일과 진정성 있는 젤라토를 국내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받터는 젤라토와의 어우러짐을 고려하여 와인을 큐레이션 한다. 페어링을 맛본 고객이 완성된 풍미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가 주요한 기준이다. 산미가 있는 상큼한 소르베에는 산도가 또렷한 와인이, 고소하고 달콤한 젤라토에는 부드럽고 향이 풍부한 와인이 어울린다. 단순히 단맛과 상큼함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향의 균형과 질감을 맞추는 것, 그리고 신선한 젤라토와 퀄리티 좋은 와인을 제공하는 것이 ‘받터다운’ 페어링의 핵심이다. 매 시즌, 매달 제철 재료로 새로운 젤라토가 개발되면, 이에 맞춘 새로운 와인 페어링을 풍부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받터
▶인스타그램 battturr
미드나잇 플레저 – 서울 마포구

미드나잇 플레저는 프랑스 국립제과제빵학교 INBP 출신의 파티셰가 구심점인 ‘프랑스 파티스리’다. 계절에 따라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과 우리나라 고유의 재료들을 프랑스식으로 조합한 디저트를 선보인다. 모든 디저트는 매주 변경되는 글라스 와인과의 페어링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선정된다. 수 년에 걸쳐 디저트 페어링을 운영하다 보니, 방문하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디저트와 와인을 함께 즐기게 되었다.
11년 전 취향이 비슷한 세 명의 친구가 모인 자리, “와인과 프랑스 디저트를 같이 먹으면 맛있지!”라는 공통된 생각에서 미드나잇 플레저를 구상하게 되었다. 매니아 층이 확실하지만 흔하지 않았던 포트, 셰리, 마데이라 등 주정강화 와인을 시작으로 현재는 컨벤셔널, 내추럴 와인까지 구분을 두지 않고 이들의 취향을 소개하고 있다. 손님 개개인의 필요와 목적에 대해 짧게 대화를 나누며 원하는 와인을 찾아주는 맞춤형 서비스가 이곳의 장점이다.

미드나잇 플레저의 페어링 철학은 ‘시간’에 초첨을 둔다. 와인과 디저트는 쉽게 함께 즐기기 어려울 것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디저트가 지닌 복합 구조와 농축된 시간이 와인과도 유사하다는 것. “두 가지 장르가 촘촘하게 서로를 채우는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면, 더욱 맛있는 세계가 열린다”라고 이들은 말한다.
미드나잇 플레저
▶인스타그램 shop.midnight.pleasure
스윗문 – 경북 경주시

스콘으로 유명한 스윗문은 경주에서 시작된 디저트 베이커리다. 주인장은 ‘하루의 달콤함이 한 달의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베이커리를 시작했다. 로컬 재료를 활용해 촉촉하면서도 밀도 있는 스콘을 선보여, 경주 금리단길 스타점포로도 선정되었다. 경주시장 표창장 수상, 한국소비자산업평가 2년 연속 우수업체 선정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한다.
스윗문의 와인은 ‘어렵지 않은 한 잔의 즐거움’을 모토로 한다. 디저트의 달콤함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직접 경험하며 선별했고, 디저트를 더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와인을 다룬다. 스윗문의 시그니처인 ‘스윗문와인라떼’에서 주인장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제 음료로, 수제 와인 시럽과 커피, 그리고 연유가 세 개의 층을 이뤄 영롱한 컬러감을 드러내며, 연유의 포근한 달콤함에 이어 커피와 와인의 아로마가 화려하게 입안을 채운다.

주인장은 디저트와 와인의 페어링에 있어, ‘단맛의 강도를 맞추는 것’을 강조한다. 버터 풍미가 깊은 디저트에는 산도가 있는 와인이, 견과류나 초콜릿 계열에는 부드럽고 여운이 긴 와인이 잘 어울린다. 좋아하는 디저트와 곁들인다면, 와인은 일상을 조금 더 느긋하게 만드는 훌륭한 매개가 되어준다.
스윗문
▶인스타그램 sweetmoon_bakery_
정리 이새미 글·사진 각 업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