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와인 전용 교육 프로그램이 국내 런칭된다. 캘리포니아와인협회가 지원하고 세계적인 와인전문가들이 완성한 ‘캡스톤 캘리포니아(Capstone California)’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와인 교육 프로그램들이 몇 있지만, 오로지 캘리포니아 와인 하나만 파는 자격증(certification)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앞서 지난 7월 26일에는 캡스톤 캘리포니아 런칭 기념 시범 교육 행사가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있었다.
왜 일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확장을 목표로 하는 캘리포니아와인협회는 다각도로 전략을 모색해 10년치 계획을 구상했다. 캡스톤 캘리포니아는 그 계획의 일부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은 언제나 미래를 위한 주춧돌이고, 더욱이 와인업계의 마케팅 전략에서 교육은 빠질 수 없는 과제 아니던가. 캡스톤 캘리포니아의 런칭 배경은 행사 당일 줌으로 연결한 캘리포니아와인협회 국제 마케팅 대표 오노어 콤포트(Honore Comfort)를 통해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요약하면, 캘리포니아가 와인 업계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은 만큼 캘리포니아만의 고유한 특징을 보여주기 위해 최고의 교육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
캘리포니아는 와인 산업의 변화가 빠른 곳이다. 새로운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s), 즉 새로이 인정받는 와인생산지가 계속해서 나오고(2022년 7월 31일 기준, 최근 새롭게 추가된 WEST SONOMA COAST AVA를 포함해 총 146곳의 AVA가 있다), 실험과 도전정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지역 생산자들의 열정에 힘입어 새로운 품종과 와인양조법이 계속 도입된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대변할 얼굴과 목소리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시점이었던 만큼 그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녀는 “캡스톤은 높은 지점, 자랑스러워할 업적을 뜻하는 말”이라며 “캡스톤 캘리포니아는 독자적인 접근법과 우리만의 시각으로 만든 캘리포니아를 대변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자 “전문가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와인 교육 인증(Certification)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WSET나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 같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교육 프로그램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마스터하고 싶다면
20명 이상의 마스터 소믈리에, 와인 작가, 와인 업계의 영향력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이 모여 캡스톤 캘리포니아의 콘텐츠를 구성했다. 빈티지 차트, 테이스팅 시트, 캘리포니아 와인 항공지도 동영상, 와인 스타일과 페어링 팁, 캘리포니아 와인 여행가이드, 유용한 와인 웹사이트 등 캘리포니아 와인에 관한 모든 것이라 해도 좋을 만큼 방대한 자료가 총망라됐다. 예시로 보여준 와인지도 영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나파의 창공에서 러더포드(Rutherford)와 오크빌(Oakville)의 경계를 뚜렷이 구분하는 명쾌함이란! 자꾸 지도에 집착하게 되는 와인애호가의 입장에서 보통 은혜로운 자료가 아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 와인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온라인 이용이 기본이며,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4개의 레벨로 나뉜다. 레벨1 입문 단계는 6시간 분량의 22개 모듈. 레벨2 중급 단계는 20시간, 22개 모듈. 레벨3 어드밴스 단계는 50시간, 26개 모듈. 레벨4 전문가 단계는 125시간 27개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앰버서더 레벨4+는 캘리포니아 방문까지 포함된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퀴즈를 풀게 되어 있고, 최종 레벨 테스트도 통과해야 한다.
와인 시음은 마스터 소믈리에처럼
캡스톤 프로그램 과정에서 와인 시음은 코트 오브 마스터 소믈리에(Court of Master Sommeliers)에서 활용하는 와인 테이스팅 노트를 기반으로 한다. 이른바 연역적 시음법이다. 행사 당일, 이 테이스팅 방식에 따라 와인을 시음하는 시간도 있었다. 마스터 소믈리에 이반 골드스테인(Evan Goldstein)이 줌으로 참여해 시범을 보였다. 그는 캡스톤 캘리포니아 프로그램에 참여한 20명의 전문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준비된 와인은 샤르도네 와인 1종(Paul Hobbs Russian River Valley Chardonnay)과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2종(Beringer Knights Valley Cabernet Sauvignon, La Jota Howell Mt. Cabernet Sauvignon). 물론 캘리포니아 와인들이었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용 테이스팅 시트는 세부 구성에는 차이가 있지만, 접근 방식은 같다. 먼저 컬러 확인. 그 다음은 과일 캐릭터와 과일 이외의 캐릭터(꽃, 채소, 커피, 오크, 동물성 냄새 등)를 체크하고 묘사한다. 테이스팅 시트에는 좀 더 세밀하게 분류되어 있다. 다음은 구조. 이 항목에 탄닌, 산도, 알코올의 세기를 가늠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조합하여 품종, 와인산지, 기후 특징, 숙성기간 등을 추측하고 와인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블라인드로 시음하는 경우다). A4 한 장 사이즈에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는 항목들을 따라 가보면 확실히 좀 더 체계적으로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또 단지 와인 시음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와인 지식을 쌓는데도 도움이 된다. 논리적인 추론으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선 결국 탄탄한 와인 지식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이 새로운 와인 입문자인 비기너(beginner)에게는, 어쩌면 와인 시음에 익숙한 이들에게조차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반 골드스테인은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테이스팅 시트를 활용하여 와인 시음을 계속해보면 두 달 안에 테이스팅 정확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와인아카데미 대면 교육 예정
국내에서는 캡스톤 캘리포니아 과정이 대면 강의 위주로 진행되며 와인 아카데미에서 수강할 수 있다. 교육은 권위 있는 와인 교육기간 WSA 와인아카데미와 와인비전이 맡는다. 7월 26일 프로그램 런칭 기념 행사에서 WSA아카데미 박수진 원장과 와인비전의 방문송 원장이 시범 강의를 선보였는데, 각각 까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를 주제로 잡아 품종별 역사와 특징, 그리고 와인 스타일 등 핵심을 콕콕 짚어 주었다. 현재 예정되어 있는 대면수업은 레벨1 과정이다. 레벨1 대면수업에는 와인 시음이 포함되며, 수강료는 36만원이다. 시음 와인은 캘리포니아와인협회에서 제공한다. 덕분에 미수입 와인이 포함될 수도 운 좋게 올드 빈티지 와인을 만날 수도 있다. 내년 초에는 레벨 2 대면수업도 개설될 예정이다.
대면수업 참여가 어려운 경우 집에서 온라인으로도 수강할 수 있다. 단 온라인 과정에는 와인 시음이 포함되지 않으며, 수강료는 레벨에 따라 다르다. 캘리포니아 와인에 대한 자료와 캡스톤 캘리포니아 자격증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웹사이트(www.capstonecaliforn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