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오베제를 피노 누아와 연결 짓는 일부 와인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대해 혹자는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때로 투박한 면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바롤로와 왕좌의 자리를 다투려는 듯 짙고 깊은, 권위적인 풍미로 우리를 매료시키는 산지오베제니까. ‘피노’스러운 산지오베제가 상상이 안 간다면 이 와인을 꼭 만나봐야 한다. 지난 10월 27일(목), WSA 와인 아카데미에서 열린 리돌피(Ridolfi) 와인 세미나에서 산지오베제가 어디까지 '피노'스러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었다. 와이너리의 커머셜 디렉터인 아버 사바니(Arber Shabani)가 화상 연결을 통해 테이스팅을 이끌었다.
Up And Coming Winery
리돌피는 올해 에노테카코리아에서 새롭게 선보인 토스카나 와이너리다. 최근 가장 핫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생산자라 할 수 있는데, 감베로 로쏘 2021의 ‘가장 새롭게 부상하는 이탈리아 와이너리(Up And Coming Winery)’ 타이틀이 이를 대변한다. 같은 해 디캔터 매거진에서도 ‘몬탈치노의 라이징 스타’로 리돌피를 소개했으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6 빈티지는 이탈리아의 유명 와인 평론가인 루카 가르디니로부터 100점을 받는 등 이탈리아 와인 애호가라면 주목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좋은 반응은 이어지고 있는데, 리돌피의 글로벌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에티카 와인스의 류주희 지사장은 이날 세미나를 진행하며 “올해 론칭했지만 퀄리티가 좋아 금방 입소문을 탄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리돌피의 10년
리돌피는 토스카나 몬탈치노 지역의 오래된 귀족 가문이다. 몬탈치노 언덕의 북동쪽, 해발고도 300m 가량의 선선한 지역에 포도원이 있다. 현 소유주인 주세페 발테르 페레티(Giuseppe Valter Peretti)가 리돌피 와이너리를 매입한 것은 2012년. 이탈리아의 유명 명품 가죽 사업가인 그는 “가장 이름난 브루넬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리돌피의 오너가 되었다고 한다. 오로지 ‘품질’에 집중한다는 일념으로 차근히 단계를 밟아온 리돌피는 오너가 바뀐 지 10년 만에 감베로 로쏘와 디캔터, 루카 가르디니가 주목하는 와이너리가 되었다.
오너만큼 큰 전환점이 된 것은 2014년 와인메이커 지아니 마까리(Gianni Maccari)를 영입한 것이다. 그는 포지오 디 소토(Poggio di Sotto)에서 약 18년간 양조를 담당하며, 순수하고 우아한 풍미의 산지오베제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던 인물이다. 지아니 마까리의 합류와 함께 포도밭은 유기농 재배로 전환되었다. 총 21헥타르의 포도밭을 구획 별로 나누어 관리 및 수확, 양조를 따로 한다. 흥미로운 점은 보통 포도가 생산된 환경이나 포도의 품질에 따라 로쏘 디 몬탈치노를 만들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만들지 정한 후 양조를 시작하지만, 리돌피는 모든 포도를 동일한 방식으로 양조한다. 숙성 후 테이스팅을 통해 어떤 와인으로 출시할지를 정한다는 것. ‘리돌피 포도밭에서 생산된 모든 포도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만들 수 있다’라는 대단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것은 몬탈치노의 선선한 지역에서 가장 늦게 수확하여 고루 잘 익은 포도를 사용하고, 포도 재배와 모든 양조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여 세심한 품질 관리를 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리돌피 와인은 로쏘 디 몬탈치노부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급까지, 피노 누아를 연상시키는 투명하고 우아한 풍미로 산지오베제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리돌피 와인 세미나에서 시음한 와인
리돌피 로쏘 디 몬탈치노 2019 Ridolfi Rosso di Montalcino 2019
브루넬로와 동일한 생산 방식을 적용하고, 12개월의 오크 숙성 후 테이스팅하여 가장 잘 열리는 배럴을 로쏘 디 몬탈치노로 출시한다. 짧은 숙성기간에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와인이다.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약 50일간 침용하며 발효했다. 대형 슬로보니안/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2개월간 숙성 후 4개월의 병입 숙성을 거쳐 출시되었다.
신선하고 달콤한 체리, 딸기 등의 베리류 과일향이 풍부하고 가죽, 페퍼, 향신료의 향도 느껴진다. 입안에서도 순수한 붉은 베리류 과일 풍미와 신선한 산미가 돋보이며, 좋은 밸런스와 로쏘 디 몬탈치노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우아함까지 겸비했다.
리돌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6 Ridolfi Brunello di Montalcino 2016
최상급 클래식한 스타일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다. 특히 2016 빈티지는 리돌피에서 만든 가장 우아한 와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약 50일간 침용하며 발효했다. 대형 슬로보니안/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36개월간 숙성 후 최소 12개월의 병입 숙성을 거쳐 출시되었다.
체리, 블랙베리, 바이올렛, 민트, 타르, 파마산 치즈, 낙엽 등 복합적인 향이 잘 조화되어 우아하게 다가오는 와인. 화사하고 밝은 톤과 여리여한 풍미로 순도 높은 과실미를 보인다. 산미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매끄러운 질감을 지녔다.
리돌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7 Ridolfi Brunello di Montalcino 2017
최상급 클래식한 스타일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다.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약 50일간 침용하며 발효했다. 대형 슬로보니안/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36개월간 숙성 후 최소 12개월의 병입 숙성을 거쳐 출시되었다.
블랙 체리와 블랙베리, 자두의 진한 과일 아로마와 바이올렛, 허브, 가죽, 정향, 치즈 등의 아로마가 풍성하게 피어오른다. 2016 빈티지보다 복합적이고 무게감 있는 풍미, 조금 더 확실한 존재감의 탄닌과 좋은 밸런스 뒤로 긴 여운이 남는다.
리돌피 R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7 Ridolfi R Brunello di Montalcino 2017
에티카 와인스와 협업하여 만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다. 클래식한 브루넬로 스타일은 유지하면서, 바로 마시기 좋고 가격 접근성도 더 좋게 만들었다.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후 대형 슬로보니안 캐스크에서 24개월간 숙성했다. 병입 후 8개월의 추가 숙성을 거쳤다.
잘 익은 블랙베리와 체리, 달콤한 향신료, 발사믹 등의 향이 풍부하게 올라온다. 벨벳과 같은 질감과 뛰어난 균형감을 보여주며, 2016년보다 따뜻한 2017 빈티지를 반영하듯 풍성한 볼륨감을 느낄 수 있다.
리돌피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메르카탈레 2016 Ridolfi Brunello di Montalcino Mercatale 2016
좋은 빈티지에만 최고의 포도를 수확하여 단 하나의 배럴만 생산하는 최상급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다. 수확부터 발효, 숙성, 보틀링을 개별적으로 진행한다. 33 hl의 슬로보니안 오크 배럴에서 55개월간 숙성 후 최소 12개월의 병입 숙성을 거쳤다.
블랙 체리와 자두, 바이올렛, 말린 허브, 민트, 파마산 치즈, 토마토, 달콤한 바닐라의 화려한 향이 향수 같이 번진다. 사워 체리와 자두의 신선한 과일 풍미와 발사믹, 드라이 플라워, 허브 등이 입안에 사뿐하게 내려앉고, 우아하고 풍성한 미감을 선사한다. 촘촘한 탄닌과 좋은 산미, 긴 여운이 남는다. 산지오베제의 우아함의 끝을 보여준다.
리돌피 피에로 토스카나 IGT 2018 Ridolfi Fiero Toscana IGT 2018
리돌피 소유의 끼안티 지역 포도밭의 메를로 품질이 매우 좋아 몬탈치노의 산지오베제와 블렌딩하여 만든 수퍼 투스칸 와인이다. ‘Proud’라는 뜻의 와인명 ‘피에로(Fiero)’에서 이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블렌딩 비율은 50:50으로 따로 양조하여 블렌딩했다.
블랙베리와 자두, 체리의 진한 아로마와 후추, 오크, 훈연, 정향, 촉촉한 흙 등의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다. 산지오베제와 메를로의 장점이 잘 배합되어 신선한 과일 풍미와 도톰하고 부드러운 질감, 긴 지속력을 지녔다.
수입사 에노테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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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신윤정 사진 제공 에노테카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