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호주의 그랑 크뤼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 (Hickinbotham Clarendon Vineyard)
지난 5월에 열린 남호주 와인 시음회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오늘의 베스트’로 꼽은 와인 브랜드가 있다. 바로 호주의 그랑 크뤼라 불리는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이하 히킨보탐)이다. 시음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호레카 관계자의 약 10%가 업장 와인리스트에 히킨보탐을 추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고가의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인 점을 고려했을 때 고무적인 반응이다. 작년 말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몇 달 만에 프리미엄 와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을 한 히킨보탐에 대해 알아본다.
히킨보탐 클라렌던 빈야드의 시작
히킨보탐의 포도밭은 남호주 맥라렌 베일의 세부 와인 생산지인 클라렌던의 고도가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클라렌던은 1800년대 중반부터 와인 생산지로서 명성을 떨쳤는데 1971년 앨런 데이비드 히킨보탐(Alan David Hickinbotham)이 히킨보탐 빈야드를 세우며 그 역사를 이어왔다. 앨런 데이비드는 테라스 형태의 포도밭에서 관개를 하지 않는 드라이 파밍(Dry-Farming) 방식으로 보르도와 론 밸리 포도 품종을 재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렇게 생산된 포도는 곧 품질을 인정받아 남호주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들에 납품하게 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펜폴즈 그레인지(Penfolds Grange), 아일린 하디(Eileen Hardy)와 같은 최고급 와인을 양조하는 데도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앨런 데이비드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바로 호주 와인 양조학의 아버지이자 호주 최초의 와인 과학 교수로 알려진 앨런 롭 히킨보탐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아들레이드 대학의 와인 교육 과정이 그의 연구와 저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하니, 아들인 앨런 데이비드가 아버지의 열정과 에너지를 물려받았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자체 레이블로 모습을 드러내다
일찍이 포도의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히킨보탐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세상에 나온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앨런 데이비드의 사후인 2012년, 미국 최대의 패밀리 와인 회사인 잭슨 패밀리가 포도원을 매입하며 히킨보탐 자체 레이블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양조는 나파 밸리의 최상급 와인 까르디날(Cardinale), 로코야(Lokoya), 라호타(La Jota), 마운틴 브레이브(Mt Brave)의 와인메이커인 크리스 카펜터(Chris Carenter)가 책임지고 있다. 또한 맥라렌 베일의 와인 전문가이며 양가라 와이너리(Yangara Estate Vineyard)의 와인메이커인 피터 프레이서(Peter Fraser)와도 2017년부터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히킨보탐의 와인은 제임스 할리데이나 제임스 서클링과 같은 와인 평론가들에게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꼭 해외 평론가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번 남호주 와인 시음회에서 만난 국내 와인 전문가들의 반응에서 히킨보탐의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이낸셜 뉴스의 김관웅 기자는 그의 기사를 통해 “국내에 소량 수입되는 명품 와인답게 압도적인 품질을 보였다”라고 시음 후기를 전했다. 많은 이들이 매력 포인트로 꼽는 점은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와인의 풍미와 신선한 산미’이다. 이는 햇살이 뜨거운 맥라렌 베일에 위치하지만 클라렌던 언덕과 인근 해안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포도가 과숙하지 않고 잘 익을 수 있어 가능한 것이다. 2019년부터는 포도 재배 시 유기농과 비오디나미 농법을 적용한다고 한다. 높은 평가를 받고도 안주하지 않는 히킨보탐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히킨보탐의 와인들
히킨보탐 더 피크 Hickinbotham The Peake
쉬라즈의 풍부함과 까베르네 소비뇽의 파워풀함이 조화된 월드 클래스 프리미엄 와인이다. 포도원의 최상급 구획이자 1971년 식재된 올드 바인에서 생산한 포도로 양조하고 최고급 배럴에서 숙성하여 만든다. 2018 빈티지는 제임스 할리데이 2021 에디션에서 99점을 받았다.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의 블랙베리 파이, 다크 초콜릿과 같은 향기로운 향과 함께 쉬라즈의 검은 자두, 토스티한 오크의 향이 어우러진 화려한 향을 보여준다. 매우 정교한 탄닌과 산도의 균형감이 뛰어나며 긴 여운으로 남는다.
히킨보탐 리바이벌리스트 메를로 Hickinbotham Revivalist Merlot
페트리스, 마세토와 견줄 만한 최상급 메를로이다. 히킨보탐 출시 후 가장 먼저 완판을 이룬 와인이기도 하다. 제임스 할리데이 95점, 제임스 서클링 92점을 받았다. 와인은 블랙 체리, 밀크 초콜릿, 블랙베리, 토스트한 배럴의 향 등 화려하고 진한 향을 뿜어낸다. 좋은 산도감과 풍부하면서 정교한 탄닌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뛰어난 농축미를 보여준다.
히킨보탐 트루맨 까베르네 소비뇽 Hickinbotham Trueman Cabernet Sauvignon
남호주에서 가장 뛰어난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밭에서 나파 밸리 최고급 와인메이커의 노하우로 만든 최상급 와인이다. 제임스 할리데이 96점, 제임스 서클링 95점을 받았다. 와인은 잘 익은 블랙베리, 달콤 쌉쌀한 초콜릿, 장미 꽃잎, 야생 세이지 등 허브 향이 화려하며, 검은 자두 맛과 신선한 산도, 벨벳과 같은 탄닌이 긴 여운을 주는 와인이다.
글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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