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유려한, 샴페인 루이 로드레 컬렉션

Written by신 윤정

재작년 말, 샴페인 러버들의 시선은 루이 로드레로 향했다. 기본급 샴페인이던 ‘루이 로드레 브륏 프리미에’의 자리를 대신하여 ‘루이 로드레 컬렉션 242’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대형 샴페인 하우스의 기본급 샴페인은 항상 일관된 맛을 유지한다는 틀을 깨고, 매년 베이스 와인의 빈티지 특성을 담아낸다는 새로운 시도의 첫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루이 로드레의 총괄 이사 티에리 왈러트(Tierry Wallaert)와 수출 총괄 이사 스테판 리셰 드 포주(Stéphane Richer de Forges)가 방한하여 컬렉션 242, 243과 함께 블랑 드 블랑, 빈티지 로제 샴페인을 소개하는 프레스 런치가 열렸다. 더 신선하고 가벼워진 루이 로드레의 기본급 샴페인, 그 속에는 유려한 기품이 있었다.

루이 로드레의 총괄 이사 티에리 왈러트(Tierry Wallaert)(좌) & 수출 총괄 이사 스테판 리셰 드 포주(Stéphane Richer de Forges)(우)

루이 로드레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법

고급스럽고 우아한 미감, 강렬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풍미로 루이 로드레 브륏 프리미에는 여타 샴페인 하우스의 기본급 샴페인과는 레벨을 달리해 왔다. 가만히 있어도 늘 사랑받는 존재였던 이 샴페인엔 변화를 줄 이유가 털 끝만큼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루이 로드레에 몸을 담아온 셀러 마스터 장 밥티스테 레까이용(Jean Baptiste Lécaillon)은 매년 수확하는 포도와 완성된 와인에서 뚜렷한 기후 변화를 체감했고, 2013년 큰 그림을 위한 밑 작업에 착수했다. 신선한 와인을 추가해 가며 솔레라 방식으로 계속 숙성하는 퍼페추얼 리저브(Perpetual Reserve)를 만든 것이 그 시작점이었다. 목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높아진 과실의 성숙도와 낮아진 산도에 대응하여 ‘신선함’을 표현하는 것. 그리고 루이 로드레 고유의 우아함과 미네랄리티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기후 변화를 달리 해석하자면, 포도가 완전한 성숙도에 도달하기 힘겨웠던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블렌딩의 자유’를 꾀할 기회이기도 하다. ‘일관성’을 최고의 미덕이라 여기는 기본급 샴페인 세계에 루이 로드레는 컬렉션 시리즈로 과감한 출사표를 던졌다. 일관성 대신 매년 다양한 변주곡을 들려주되, 루이 로드레가 지향하는 신선함, 우아함, 미네랄리티를 공통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정형화된 레시피는 없다. 30~35%가량의 퍼페추얼 리저브와 10%가량의 오크 숙성 리저브가 블렌딩된 넌빈티지 샴페인이지만, 50% 이상 들어가는 베이스 와인의 빈티지 특성을 더 담아내고자 블렌딩 비율을 매년 달리한다. 기본적으로 샤르도네 비율을 41~42%로 묶어 두고, 작황에 따라 피노 누아와 피노 뫼니에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다. 2017 빈티지가 베이스인 컬렉션 242는 피노 누아 36%와 피노 뫼니에 22%가, 2018 빈티지가 베이스인 컬렉션 243은 피노 누아 40%와 피노 뫼니에 18%가 블렌딩되었다. 반면 곧 출시될 컬렉션 244는 2019 빈티지가 베이스인데, 작황이 좋았던 피노 뫼니에 비율을 26%까지 높였다 한다.

일관성이라는 정해진 답 없이 매 빈티지의 특징과 루이 로드레의 정체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 어찌 보면 양조 과정이 더 까다로워진 게 아닐까. 수출 총괄 이사 스테판 역시 “그렇기에 셀러 마스터가 늘 예의주시하며 예전보다 더 신경 쓰고 있다”라고 말한다. 숙성 기간에도 변화를 줬다. 예전 브륏 프리미에는 3년 숙성 후 출시했는데, 컬렉션은 4년 가까이 숙성한다고. 에노테카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같은 등급이 대체되었다고 하지만, 품질에 있어서 업그레이드되었다”라고 설명했다.

프레스 런치에 나온 루이 로드레 샴페인

유연한 242와 엣지 있는 243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날 런치는 안다즈 강남의 레스토랑 조각보의 음식에 맞춰 네 샴페인을 페어링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컬렉션 242와 243은 비교 테이스팅할 수 있게 에피타이저에 맞춰 동시에 준비되었다. 먼저 컬렉션 242부터 보자. 피노 누아나 피노 뫼니에보다 샤르도네의 작황이 좋았던 2017 빈티지를 베이스로 하는데, 좀 더 즉각적이고 순수한 과실미와 크리미한 질감, 선이 고운 산미가 어우러져 부드러운 우아함을 남긴다. 반면 243은 포도가 전반적으로 잘 익었던 2018 빈티지가 베이스로, 40%까지 블렌딩된 피노 누아의 파워가 확연히 드러난다. 보다 풍성하고 깊으며 복합적인 풍미, 조직감이 느껴지는 질감에는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에너지가 있었다. 이렇듯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지닌 컬렉션 242와 243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신선함‘이다. 컬렉션 242는 물론이고, 아주 무더웠다는 2018 빈티지를 베이스로 하는 컬렉션 243 역시 늘어지는 법 없이 신선함을 입 안 가득 가져다주었다. 루이 로드레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인 ‘우아함‘과 ‘미네랄리티‘와 함께.   

루이 로드레 컬렉션 242 & 컬렉션 243

뭘 해도 루이 로드레는 루이 로드레

기본급인 ‘컬렉션’과 플래그쉽인 ‘크리스탈’에 비해 인지도는 낮지만, 실은 루이 로드레는 거를 타선 없는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뭘 해도 루이 로드레는 루이 로드레니까. 이날 나온 빈티지 블랑 드 블랑과 빈티지 로제도 마찬가지다. 원래 가족들이 마실 목적으로 소량 만들었던 블랑 드 블랑은 이제 출시된 지 20여 년 밖에 안 되었다. 240년이 넘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루이 로드레에선 YB인 셈. 소량이나마 시장에 나오게 된 건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의 품질이 가족들만 공유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뛰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꼬뜨 데 블랑의 아비즈(Avize) 그랑 크뤼 밭에서 나온 샤르도네를 메인으로 사용하며, 포도를 아주 가볍게 압착하여 순수한 과실미와 크리미한 풍미, 가는 산미가 섬세하게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프레스 런치에선 2015 빈티지 블랑 드 블랑이 레몬그라스로 포인트를 준 도미 요리와 함께 나왔는데, 요리와 샴페인이 서로 시트러스 향을 주고받으며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2016 빈티지로 준비된 로제 샴페인은 컬러만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냈다. 보통의 로제 샴페인보다 연한, 프로방스 로제 와인과 같은 살구 색조를 보였기 때문인데, 이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양조 과정이 꽤 흥미롭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블렌딩하는 게 아니라, 약하게 스킨 컨택하여 추출해 낸 피노 누아 주스를 샤르도네 주스와 함께 발효한다는 것. 기나긴 샴페인 양조 여정의 초반부터 두 품종이 융화되어 더 잘 어우러지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한다. 최소 5년 숙성 후 출시되어 현재 유통되는 빈티지는 2016.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미감, 부드러운 질감은 함께 서빙된 비스크 소스 랍스터 요리와 무게감을 맞추며 조화를 이루었다.

1667년 설립되어 가장 오래된 샴페인 하우스 대열에 들어가는 루이 로드레. 가족 경영 샴페인 하우스 중에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 세계 120개국에 수출하지만 한 국가에 하나의 수입사에만 독점 공급하고, 프리미엄 레스토랑, 샵에만 공급하는 등 철저한 유통 관리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아가는 중이다. 앞으로 매년 출시될 컬렉션 시리즈는 이러한 루이 로드레의 포트폴리오 첫 줄에서 루이 로드레의 심볼로서 빛날 것으로 보인다.

수입사 에노테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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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enoteca_kr

글·사진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에노테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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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3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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