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몬탈치노 테루아의 거울, 카파나

Written by: 박 지현

“카파나 와인의 특별함은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귀한 포도로 만들었다는 것!”  

포도밭에 닥친 기후변화는 세계 와인산업의 지각 변동을 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전통적인 와인 생산지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해서 여러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11월 7일 단독으로 인터뷰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이하 브루넬로), 카파나(Capanna)의 수출 매니저, 다니엘 마르코니(Daniele Marconi, 아래 사진)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특별해진 카파나 와인을 위와 같이 언급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겹겹이 쌓인 베일 속 “신선하고 균형이 잘 잡힌 브루넬로, 카파나”와 마주했던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평생의 과업이 된 브루넬로

1957년에 주세페 센티오니(Giuseppe Centioni)는 몬탈치노 북쪽, 몬토솔리(Montosoli) 지역에 카파나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1960년대 들어서 와인을 병입해 내놓았고 1975년에 카파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1970을 독일에 수출하기 시작해 이후 미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일본 등 20개국에 진출했다. 현재 카파나는 가족이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직접 하며 4세대인 아마데오 센티오니(Amedeo Centioni)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콘소르지오 델 비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Consorzio del Vino Brunello di Montalcino)는 몬탈치노 와인의 품질을 규정하는 협회. 카파나의 주세페는 25명의 창립자 중 한 명으로 활동했다. 엄격하기가 보통 아닌 규정들을 보면 브루넬로 포도밭의 확장 금지, 외국 품종의 블렌딩 금지, 오크 숙성에 관한 규정 등 무려 53개에 달한다. 현재 브루넬로의 총면적은 2,100헥타르, 로쏘 디 몬탈치노의 면적은 510헥타르다. 이미 포화 상태가 된 포도밭의 재배 면적을 규제했더니 브루넬로의 가격 상승과 함께 희귀성도 커지는 결과까지 불러왔다.

멀리 보이는 언덕이 몬탈치노 언덕과 넓게 펼쳐진 카파나 포도밭
카파나 와이너리 전경

행운의 테루아, 북쪽의 남향 포도원

카파나는 총 25헥타르로 그 중 브루넬로를 위한 포도밭은 12헥타르. 앞서 언급했듯이 몬탈치노의 북쪽에 위치하지만 포도밭들은 모두 남쪽을 향하고 있다. “산지오베제는 매우 민감한 품종이기 때문에 어떤 기후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몬탈치노 언덕이 적절히 막아주기 때문에 카파나 포도원은 서늘한 편이다. 일교차가 커서 포도가 산도를 잘 간직할 수 있고 포도 숙성 또한 남향 포도밭이기 때문에 걱정 없다”고 한다. 바로 신선한 산도와 잘 익은 과일 풍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자연스럽게 서늘한 기후의 와인 특징인 우아하고 섬세한 스타일이 나오게 된다. 토양은 토스카나에서 볼 수 있는 갈레스트로(galestro) 토양이다. 예전 여기가 바다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조개 화석 등이 종종 발견되는데 와인에서 소금 같은 미네랄 느낌으로 존재감을 보여준다고 한다.

햇빛을 듬뿍 받으며 익어가는 카파나 포도밭의 산지오베제
넓은 간격 덕분에 공기 순환이 좋아져 곰팡이 걱정도 끝!

엄격한 선별과 세심한 양조

카파나는 마세라시옹을 길게 하기로 유명한데 “껍질이 두꺼운 산지오베제를 얻기 위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타닌, 풍미, 색깔을 더 많이 추출하려면 껍질이 두꺼워야 한다. 6월에 꽃이 피면 꽃 주변의 잎사귀를 모두 따서 꽃 이외로 영양분이 가는 걸 막는 등 포도밭에서 일일이 수작업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마세라시옹을 20-25일 정도 하지만 카파나에선 브루넬로는 40일, 리세르바는 50일 이상 한다(빈티지에 따라 조정). 모두 껍질이 두껍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 “그래서 카파나 브루넬로는 다른 브루넬로에 비해 색깔이 진한 편이다. 원하는 정도의 껍질 두께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주 소량만 만들거나 다운그레이드해서 로쏘로 만든다.” 아는 사람만 아는 가성비 하난 끝내주는 로쏘가 되는 셈이다.

브루넬로를 얘기할 때 오크 숙성을 빼놓을 수 없는데 1995년 이전 몬탈치노에선 거대한 슬라보니안 오크통(위 사진)을 주로 사용했다. 브루넬로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보르도의 영향을 받으면서 프랑스산 작은 오크통, 바리크(Barrique, 225리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모던파와 클래식파로 나눠졌다. “바리크를 사용하게 되면 와인 자체의 향보다 오크나 바닐라 같은 향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바리크의 나무 두께가 얇기 때문에 산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와인이 빨리 숙성한다(시장에서도 빨리 소비되기 좋다.). 영한 브루넬로가 숙성된 색깔인 적갈색을 띠는 이유다. 최근 바닐라, 버터 같은 향보다 과일 풍미가 중요해지면서 바리크를 즐겨 사용했던 모던파 와인 생산자들도 다시 슬라보니안 오크통으로 돌아오는” 추세라고. 무조건 몬탈치노 전통을 따르는 카파나는 “오크의 향이 진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뉴 오크와 중고 오크를 함께 쓴다”고 설명했다. 일반 브루넬로의 경우 규정상 2년 오크통 숙성을 해야 하지만 카파나의 기본은 3년 오크통 숙성이다. 카파나가 얼마나 전통과 장기 숙성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카파나 브루넬로의 유혹을 허하노라

현재 카파나는 로쏘, 브루넬로, 리세르바 세 가지 몬탈치노 와인과 산탄티모(Sant’Antimo DOC) 와인, 모스카델로 디 몬탈치노 등 다양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 수입사 신동와인을 통해 수입, 유통되는 와인은 로쏘와 브루넬로 두 가지 와인이다.

카파나 로쏘 디 몬탈치노 2019 Capanna Rosso di Montalcino 2019
100% 산지오베제
슬라보니아 오크통에서 마세라시옹(18-20일), 알코올 발효와 말로락틱 발효가 이루어진다. 20-32헥토리터 슬라보니아 오크통에서 6~10개월 동안 숙성한 후 최소 3-4개월 병숙성을 한다. 출시는 빈티지에서 15~18개월 후에. 깊은 루비 레드에 신선하고 라스베리, 산딸기 같은 붉은 과일, 약간의 바닐라의 느낌이 난다. 타닌과 산도가 균형을 이뤄 목넘김이 편안하고 좋은 구조감을 만들어 준다.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구대륙 레드 와인 3만 원 이상 6만 원 미만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고기 라구를 곁들인 파스타, 구운 고기와 버섯을 듬뿍 올린 피자 등 두루두루 페어링하기 좋은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16 Brunello di Montalcino 2016
100% 산지오베제
마르코니에 의하면 2016 빈티지는 토스카나에서 “최고 빈티지”라고. 카파나가 추구하는 “신선하고 균형이 잘 잡힌 우아한 스타일” 그대로다. 슬라보니아 오크통에서 마세라시옹(25~30일), 알코올 발효와 말로래틱 발효가 이루어진다. 10~32헥토리터 슬라보니아 오크통에서 34~38개월 동안 숙성한 후 추가로 병숙성을 최소 6개월 한다. 빈티지에서 5년 차 1월에 출시한다.

다른 브루넬로보다 진한 루비 레드에 제비꽃 향기가 두드러진다. 시간이 지나도 신기하게 꽃향기는 계속 이어졌고 붉은 체리, 버섯, 부드러운 오크 풍미가 조화를 이루며 퍼진다. 신선하며 산도 또한 정숙하고 단정하다. 향이 잘 어우러져 길게 이어지며 타닌도 매끄럽게 넘어간다. 소고기 스테이크나 양고기처럼 육향이 진한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다. 제임스 서클링 95점, 로버트 파커 94점, 디캔터 94점 그리고 2022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구대륙 레드 와인 10만 원 이상 부문에서 대상 수상. 이런 높은 평가에 ‘전혀 이의 없음’이다.

마르코니는 “아버지는 아침에 브루넬로를 오픈해 놓고 나가서 장을 보고 돌아온다. 저녁이 되면 와인은 브리딩되어 마시기 좋은 상태가 된다. 그럼 스테이크를 구워 함께 먹는 게 브루넬로를 즐기는 특별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꾸미지 않은 소박한 즐거움이 눈에 선하다. 곧 다가올 연말연시에 브루넬로 한 병으로 몬탈치노식 저녁을 완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입사 신동와인
▶홈페이지 shindongwine.com
▶인스타그램 @shindongwine

박지현 자료 제공 신동와인 사진 카파나 홈페이지(capannamontalci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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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3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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