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 2021-11-11

언젠가는 홍콩으로, 와인과 미식을 위하여

집에 앉아 와인으로 여행의 허기를 달래는 날들이 잦은 요즘. 생각해본다.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면, 그래서 와인과 미식을 테마로 여행지를 고르라면 어디가 좋을까? 여러 […]
Written by : 강 은영

집에 앉아 와인으로 여행의 허기를 달래는 날들이 잦은 요즘. 생각해본다.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면, 그래서 와인과 미식을 테마로 여행지를 고르라면 어디가 좋을까? 여러 후보지가 있지만 만족도가 높았던 곳을 생각하면 홍콩이다. 홍콩은 그랬다. 아시아의 와인 허브이자 외식의 도시답게 저녁은 길고 와인은 적재적소에 있었다. 파인다이닝의 두터운 와인리스트에 턱을 떨어뜨리고, 해피아워의 와인 한 잔에 들뜨고, 케찹을 듬뿍 찍은 프렌치 후라이에 가장 잘 어울릴 와인을 찾을 때면 어깨가 들썩인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11월이 여행 적기다. 토스트와 밀크티, 딤섬, 애프터눈 티세트, 야경과 칵테일, 그리고 언제나 와인. 먹방 일정을 빡빡하게 채워 떠나는 거다. 유명 맛집과 핫한 바들을 섭렵하려면 야무지게 하루 네끼를 먹어야 될 수도 있다. 멀지 않은 그 언젠가를 기다리며 지금은 방구석 1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을 맛보기로 감상하기로 한다. 핫플들도 미리 찜해두고.  

방구석 1열_ 와인앤 다인 페스티벌

2008년 홍콩은 와인 관세 제로 정책을 시행하며 와인 도시로의 새 전환점을 마련했다. 홍콩관광청이 주최하는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도 그해 처음 열렸다. 이후 매년 가을이면 와인의 거리로 변한 센트럴 하버에는 전 세계에서 온 미식가와 와인애호가들로 북적이곤 했다. 한 손에는 와인잔, 다른 손에는 핑거푸드를 들고서. 그렇게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미식 축제로 꼽히기도 했다. 특유의 식문화가 ‘와인의 도시’를 부추기는 것도 있지만, 와인 향을 부여잡는 도시의 밤공기도 홍콩만의 매력이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11월은 날씨도 호의적이다. 코로나19 이후 페스티벌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많은 행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올해는 11월 한 달 간 홍콩 현지에서의 오프라인 이벤트와 더불어 온라인 이벤트가 열린다. 주제는 ‘새로운 미식의 장(Showroom of New Culinary Perspectives)’이다. 중식 요리의 혁신적인 변화, F&B 씬의 주목할 만한 인물들, 홍콩 다이닝 세계의 틈새를 공략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소개되고, 번뜩이는 영감을 안겨 줄 온라인 마스터클래스들도 준비되어 있다.

늘 새롭고 짜릿해! 홍콩의 미식 씬

지난 11월 2일에는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버추얼 투어가 열렸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접속하여, 채팅창은 홍콩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인사로 시끌벅적했다. 페스티벌의 열기가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듯,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덩달아 흥겨워지는 기분이다. 40분간 이어진 버추얼 투어는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는데, 홍콩의 새로운 미식 트렌드가 그만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새삼 깨닫는다. 미식에 진심이며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홍콩의 최신 다이닝씬은 늘 새롭고 짜릿하단 걸. 코로나 시국의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레스토랑과 바의 오픈은 멈추지 않았다 한다. 오히려 전대미문의 팬데믹 이후 미식의 나가야 할 방향을 고민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메시지였다.

여긴 가야해! 지속가능한 미식을 위하여

와인생산자들이 흔히 가슴에 품고 사는 그 가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철학이 홍콩 다이닝 씬에 스며들고 있다. 아주 창의적인 방법으로. 다시 홍콩을 여행할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메모해 둔 꼭 가보고 싶은 두 곳을 공유한다.

#1. 홍콩 최초 서스테이너블 바 <Penicillin Bar>

2019년 베스트 아시아 바로 선정된 홍콩의 올드맨(The Old Man)이 롼콰이퐁에 새로 오픈한 곳. 2021 아시아 베스트 바 50에서 진행하는 ‘서스테이너블(지속가능한) 바 어워드’에서 수상한 홍콩 최초의 서스테이너블 바라고 한다.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푸른곰팡이에서 얻은 최초의 항생제. 인류의 생활을 바꾸어놓은 이 위대한 발견에서 감흥을 얻었다고. 하루의 끝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겠다는 이들의 다짐도 생활의 작은 변화가 될 테니까. 이름에 이질감 없이 바 분위기도 실험실 같다. 실제 실험도 많이 한다. 과일껍질이나 남은 음식물을 근사하게 재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도 그 중 하나. 다 쓴 레몬껍질과 남은 술은 손 세정제를 만드는 데 활용하고, 아보카도 씨는 얼려서 얼음큐브로 쓴다. 스낵으로 변신한 감자껍질도 있다.  창의적인 칵테일을 선보이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재료는 모두 지역(홍콩)에서 난 것들로 사용한다. 와인리스트는 바이오다이나믹이나 유기농법으로 만든 와인 위주로 채워져 있다. 

address L/G Amber Lodge, 23 Hollywood Road, Central, Hong Kong 

#2.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편집샵 <Slowood>

뱃속에 8개월 된 딸이 자라고 있을 때 아이의 부모는 생각했다. 아이를 위한 유기농 식품, 지속가능한 상품들을 찾을 수 없을까. 도라와 제프 부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슬로우드를 설립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식료품 편집샵. 뉴질랜드의 제로웨이스트(zero-waste) 샵에서 영감을 받았다.  북유럽, 뉴질랜드, 캐나다 등에서 엄선한 유기농 식료품을 선보인다. 로컬 맥주와 유기농 와인 리스트도 흥미롭다. 착한 맥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맥주들도 있는데 무려 판매수익의 30%를 기부한다고.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상품들을 선별하는 것만큼 1회용 용기나 비닐봉지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도 슬로우드가 지향하는 바다. 일례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빈 용기를 가져 와 원하는 양만큼 시리얼이나 디저트를 담아간다. 슬로우드 매장이 위치한 센트럴마켓은 과거 재래시장이었던 곳으로, 현재는 도시재생사업으로 문화, 미식, 쇼핑을 아우르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address  Shop 1-3, G/F, The Hudson 11 Davis Street, Kennedy Town, Hong Kong  

사진/자료 제공 홍콩관광청, 강은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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