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 2021-09-02

예술적 레이블에 담긴 9가지 이야기, 오린 스위프트(Orin Swift)

1945년에서 온 10센트 동전부터 200개가 넘는 이미지로 작업한 콜라주까지. 오린 스위프트(Orin Swift)의 레이블은 힙하다. 단순히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포장지라 오해하면 안된다. 오린 스위프트 와인의 모든 […]
Written by : 신 윤정

1945년에서 온 10센트 동전부터 200개가 넘는 이미지로 작업한 콜라주까지. 오린 스위프트(Orin Swift)의 레이블은 힙하다. 단순히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포장지라 오해하면 안된다. 오린 스위프트 와인의 모든 레이블은 와인의 본질을 완전히 표현하기 때문이다. 와인을 마시며 레이블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와인, 오린 스위프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오린 스위프트 와인

대담한 와인을 만드는 대담한 발걸음, 와인메이커 데이브 피니

오린 스위프트의 와인메이커는 데이브 피니(Dave Phinney). 와이너리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의 이력이 흥미롭다. 대학에서 정치학과 역사학을 공부하던 중 재미삼아 한 학기를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이탈리아에 머물며 와인에 매료된 그는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나파 밸리로 떠났다. 이력서를 보낸 50군데의 와이너리 중 로버트 몬다비에서 연락이 왔고, 1997년 수확의 야간 교대자로 일을 하며 와인 업계에 발을 담그게 되었다. 이후 그는 그의 와인 스타일만큼이나 대담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바로 일년 뒤 1998년, 오린 스위프트를 설립한 것이다. 

물론 첫 빈티지가 바로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얻는 것이 경험이다”라는 데이브의 말처럼 오린 스위프트의 와인은 시행착오 속에서 꽃을 피웠다. 그리고 불과 몇 년만에 혁신적인 블렌딩과 한 눈에 각인되는 레이블로 와인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오린 스위프트의 와인은 대담하고 강렬한 향, 훌륭한 균형감과 매끄러운 세련미를 지녔다. 그 비법에 대해 데이브는 이렇게 말한다. “와인 양조에 있어 완벽한 비법이나 엄청난 비결은 없다. 우리의 철학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동일하다. 최고의 포도를 최고의 밭에서 찾는 것. 제대로 재배하고 수확한 포도를 와이너리로 가져와서 망치지 않는 것” 그 어떤 양조 비법보다 설득력이 있다.

E&J 갤로의 품으로

2016년, 오린 스위프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족 경영 와이너리인 E&J 갤로의 패밀리 브랜드가 되었다. 이로서 데이브는 E&J 갤로의 안정적인 비즈니스망과 자원을 바탕으로 포도밭과 와인 셀러, 창의적인 패키징에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데이브는 이에 대해 “와인을 판매하는 것이 이 비즈니스의 가장 까다로운 점이기 때문에 브랜드를 잘 관리하는 역량 있는 전문가의 손길에 맡긴다”라고 한다. 와이너리를 설립한지 20년이 지났고 그간 수많은 찬사를 받아왔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만족하는 와인을 만든 적은 없다고 말하는 데이브 피니. 오직 스스로와 경쟁하는 오린 스위프트의 진화는 계속된다.

오린 스위프트 레이블에 담긴 이야기

마네킹 Mannequin 

어느날 운전을 하던 데이브의 귀에 ‘당신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군요, 마네킹’이란 노래 가사가 들려왔다. 데이브는 이 노래로 옷을 전시하는 스타일리쉬한 형상물로서 마네킹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렌드가 끊임없이 변하는 패션과는 대조적이다. 와인 또한 패션과 마찬가지로 트렌드와 본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해가며 진화한다. 오린 스위프트의 와인 마네킹은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주품종인 샤도네이는 과거 버터 폭탄에 비유되기도 했던 품종이지만 현재는 산미가 좋은 활기찬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 트렌드이다. 마네킹은 이러한 점을 잘 반영한 와인으로 오린 스위프트와 함께 진화하고 있는 샤도네이 와인이라 할 수 있다.  

블랭크 스테어 Blank Stare 

기존에 소량 생산하던 소비뇽 블랑이 있었지만, 데이브는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독창적인 스타일의 소비뇽 블랑을 만들고 싶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은 소노마 카운티의 러시안 리버 지역.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아 포도가 오랜 기간에 걸쳐 충분히 익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소비뇽 블랑 특유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와인을 만들고 블랭크 스테어라 이름 붙였다. 데이브는 흔히 와인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분류해 생각하는데, 블랭크 스테어의 경우 여성의 관점으로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레이블도 한 여성의 사진을 기본으로 하고, 위에 다른 여성의 눈을 덧붙여 둠으로써 약간의 이질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앱스트렉트 Abstract 

데이브는 한 이탈리안 디자이너의 거실에 잔뜩 붙여 둔 콜라주 형태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 후 3년간 해외를 다닐 때마다 공항에서 모은 잡지에서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잘라 모았다. 그리고 이미지가 충분히 많아졌을 때 한데 모아 맞추기 시작했다. 2주 간의 작업 후 사다리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은 것이 앱스트렉트의 레이블이다. 이 와인은 그르나슈를 중심으로 시라와 쁘띠 시라를 블렌딩해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도록 만들었다. 100가지가 넘는 로트 번호의 와인들로 최적의 블렌딩을 한 것이다. 개별적으로도 좋은 와인이지만 수많은 사진을 모아 완성한 콜라주 작품처럼 더 크고 복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와인이다.  

이얼스 인 더 데저트 8 Years in the Desert 

오린 스위프트를 설립한 1998년, 데이브는 자신이 좋아하는 진판델 포도를 약 2톤 구입하며 첫 와인을 만들었다.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진판델 포도를 직접 재배하여 와인을 만들었고 이는 오린 스위프트의 첫 상업용 와인이 되었다. 그리고 어려운 빈티지였던 2000년, 진판델을 베이스로 모든 적포도를 블렌딩하여 프리즈너(Prisoner)라는 와인을 만들었다. 이 와인은 성공을 거두었고 2008년, 데이브는 향후 8년간 진판델을 만들지 않겠다는 계약에 동의하며 프리즈너 브랜드를 팔게 된다. 마침내 8년 후,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2016년이 왔고 오린 스위프트의 진판델은 8 Years in the Desert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진판델을 향한 데이브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슬랜더 Slander 

2015년 슬랜더라는 이름으로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기까지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간 다양한 피노 누아 포도밭과 지역, 프렌치 배럴을 실험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대부분의 와인은 너무 견고했고 피노 누아의 특징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2015년, 피노 누아를 만드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조금 이른 수확을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마침내 피노 누아다운 향과 맛이 나는 와인을 만들게 된 것이다. 와인의 레이블은 병 주위를 감싸는 접착 테이프 조각처럼 보이도록 디자인되었다. 이는 와이너리에서 수확 시기에 배럴과 탱크 샘플에 접착 테이프 조각을 붙여 번호를 표기하는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마체테 Machete 

어느날 데이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중 길가에 세워진 중고의 낡은 경찰차를 발견했다. 차 안엔 팔을 창밖으로 걸치고 담배를 피우는 우체부 직원이 있었고, 차의 옆면에는 ‘Killers’라는 단어가 긁어 새겨져 있었다. 이 장면이 멋있다고 생각한 데이브는 한 폐기장에서 마체테(Machete-날이 넓고 무거운 칼)를 든 모델의 사진을 찍었다. 1만 장 중에 12개의 사진을 추려내 시리즈로 레이블을 만들었다. 모델은 항상 비슷한 크기이거나 프레임 상단에 위치하는데 이는 그녀가 항상 권력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와인의 주재료가 된 쁘띠 시라의 강렬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를 그대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팔레르모 Palermo 

데이브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서 이 사진을 발견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팔레르모에 있는 한 지하 묘지에서 찍은 미라 형태의 성직자였다. 그것에서 힘과 품격, 숭배의 기운을 느낀 데이브는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는 위대한 까베르네 소비뇽에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사진을 그대로 레이블로 사용하고 와인명을 팔레르모로 정했다. 머큐리 헤드와 파피용에 들어가는 것과 동일한 와인이 사용되는 팔레르모는 오린 스위프트의 와인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까베르네 소비뇽이다. 데이브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까베르네 소비뇽이기도 하다. 

파피용 Papillon 

데이브는 세 살 무렵의 딸을 목마를 태우고 포도원을 걷고 있었다. 이때 어디선가 날아든 나비를 보고 딸이 프랑스어로 ‘나비’인 “파피용(Papillon)”을 외쳤고, 이 단어는 그대로 데이브의 뇌리에 박혔다. 당시 그는 누군가의 손가락 관절 부분에 감옥 스타일의 문신을 새겨 넣은 레이블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그를 맴돌던 ‘파피용’을 아이디어에 반영했다. 와인명을 프랑스어로 선택했듯 파피용은 까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까베르네 프랑, 메를로, 쁘띠 베르도, 말벡을 블렌딩한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이다. 오늘날의 나파 밸리 와인을 있게 한 보르도 블렌딩에 대한 오마주라 할 수 있다.  

Mercury Head 머큐리 헤드 

어린 시절 동전 수집이 취미였던 데이브가 가장 좋아했던 동전은 10센트짜리 리버티 다임(Liberty Dime)이다. 데이브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포도밭에서 엄선한 포도로 만든 플래그십 와인에 이 동전을 붙이기로 했다. 머큐리 헤드라는 별칭이 있는 이 동전은 1945년 이래로 발행되지 않아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 역시 희소성이 있는 머큐리 헤드 와인과도 일맥상통했다. 요즘엔 와인을 마신 소비자들이 빈 병에서 동전을 떼 와이너리로 되돌려 보낼 정도로 매니아층이 두터운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사진/자료 제공 E&J 갤로, 신윤정

E&J 갤로 와인 / 수입사 롯데와인
▶롯데와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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