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구아 프랑카: 고지대 테루아와 부르고뉴 철학의 접점

Written by푸달크

지난 4월 14일(화),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라티튜드32에서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의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됐다. 이번 클래스는 브랜드 창립자이자 마스터 소믈리에인 래리 스톤(Larry Stone)MS이 직접 방한해 와이너리의 철학과 와인을 설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행사는 단순한 테이스팅을 넘어, 오리건 와인의 현재와 방향성을 짚어보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링구아 프랑카의 창립자이자 마스터 소믈리에 래리 스톤(Larry Stone)MS

테루아에서 출발한 프로젝트

래리 스톤은 미국인 최초로 ‘그랑 프리 드 소펙사(Grand Prix de Sopexa)’ 타이틀을 획득한 인물로, 25년 이상 포시즌스 호텔에서 활동하며 소믈리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이후 그는 오리건 윌라멧 밸리, 그중에서도 에올라-아미티 힐즈(Eola-Amity Hills)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와이너리 설립에 나섰다.

그 출발점은 2012년 인수한 얀젠 팜(Janzen Farm)이다. 해발 약 300피트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한 이 부지는 네키아(Nekia), 겔더만(Gelderman), 조리(Jory) 토양이 혼재된 복합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인근의 세븐 스프링스, 예루살렘 힐 등 검증된 포도원들과 맞닿아 있다. 래리 스톤은 이곳을 “위대한 와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소”로 판단했고, 토양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포도원을 23개 블록으로 세분화했다.

링구아 프랑카의 포도밭

부르고뉴 철학과 오리건의 결합

링구아 프랑카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축은 부르고뉴이다. 도멘 데 콩트 라퐁(Domaine des Comtes Lafon)의 도미니크 라퐁(Dominique Lafon)이 컨설팅 와인메이커로 참여하며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그의 제자인 토마 사브르(Thomas Savre)가 양조를 맡고 있다.

여기에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기반으로 한 포도 재배가 더해진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토양과 생태계를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다. 래리 스톤은 마스터 클래스에서 “와인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소가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테루아 중심의 철학을 분명히 했다.

(왼쪽부터) 래리 스톤MS, 도미니크 라퐁(Dominique Lafon), 토마 사브르(Thomas Savre)

링구아 프랑카의 샤르도네, 인상적인 미네랄리티와 잘 짜여진 구조감

이날 테이스팅은 샤르도네 라인업으로 시작, 총 7종의 와인으로 링구아 프랑카의 스타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아브니 샤르도네(AVNI Chardonnay)’는 윌라메트 밸리 전반의 다양한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을 블렌딩한 것으로, 감귤류와 흰 꽃, 은은한 향신료가 조화를 이룬다. 생동감 있는 산미와 함께 리 숙성에서 오는 부드러운 질감이 균형을 이룬다. ‘에스테이트 샤르도네(Estate Chardonnay)’는 보다 선명한 테루아의 표현을 보여준다. 레몬 블로썸과 자몽 제스트, 자스민 계열의 아로마 위로 크리미한 질감이 이어지며, 피니시에서는 솔티한 미네랄이 길게 남는다. ‘벙커 힐 샤르도네(Bunker Hill Chardonnay)’의 경우 해발 650~700피트 고지대의 화산 토양에서 비롯된 미네랄리티가 두드러진다. 부싯돌과 허브, 레몬 제스트 계열의 시트러스가 잘 짜여있다. 마지막 ‘시스터즈 샤르도네(Sisters Chardonnay)’는 셀러에서 선별된 배럴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플로럴한 아로마와 감귤류, 향신료가 균형을 이루며 긴 미네랄 중심의 피니시로 더 정갈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링구아 프랑카 시스터즈 샤르도네

피노 누아가 지닌 텍스처와 깊이의 확장

피노 누아 라인업은 링구아 프랑카가 지닌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브니 피노 누아(AVNI Pinot Noir)’는 다양한 포도원에서 온 과실을 블렌딩해 균형감을 강조한 스타일로, 붉은 과실과 블랙 체리, 홍차, 허브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와 함께 벨벳 같은 질감을 보여준다.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Estate Pinot Noir)’는 와이너리 핵심 블록에서 생산된 과실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장미 꽃잎과 미네랄, 구조감이 균형을 이루는 보다 집중도 높은 스타일이다. 자갈층이 많은 토양에서 생산된 포도를 기반으로 하는 ‘더 플로우 피노 누아(The Plow Pinot Noir)’는 블랙 체리와 향신료, 버섯, 흑연 등의 복합적인 풍미가 특징이다. 와이너리 내에서도 가장 입체적인 구조를 지닌 와인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에서 피노 누아를 소개하는 래리 스톤MS

테루아 표현에 대한 집요함으로 완성되는 링구아 프랑카

와인은 사람과 지구를 이어주는 끈이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 주기도 한다. 만국 공통어라는 의미의 링구아 프랑카는 그런 와인이다. 이날 마스터 클래스에서 래리 스톤은 테루아 표현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부르고뉴의 테루아 연구 권위자가 여러 와이너리를 방문하며 대부분의 와인에 대해 비판적이었지만, 링구아 프랑카에서는 오히려 아무 말 없이 시음을 이어간 뒤 “이곳에서야 비로소 테루아가 표현된 와인을 보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좋은 와인은 테루아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달려 있기에 자연에 대한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 말하는 래리 스톤, 이 일화는 링구아 프랑카가 지향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왔는가’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와인이 링구아 프랑카의 또다른 정체성이다.

링구아 프랑카는 이미 그 훌륭한 가치를 입증해 냈지만, 여전히 래리 스톤이 추구하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현재 진행형'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오리건이라는 새로운 토양 위에서, 부르고뉴의 철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가고 있는 링구아 프랑카의 모습에서 오리건 와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링구아 프랑카의 와인들

  • 링구아 프랑카 아브니 샤르도네(Lingua Franca AVNI Chardonnay)
  • 링구아 프랑카 에스테이트 샤르도네(Lingua Franca Estate Chardonnay)
  • 링구아 프랑카 벙커 힐 샤르도네(Lingua Franca Bunker Hill Chardonnay)
  • 링구아 프랑카 시스터즈 샤르도네(Lingua Franca Sisters Chardonnay)
  • 링구아 프랑카 아브니 피노 누아(Lingua Franca AVNI Pinot Noir)
  • 링구아 프랑카 에스테이트 피노 누아(Lingua Franca Estate Pinot Noir)
  • 링구아 프랑카 더 플로우 피노 누아(Lingua Franca The Plow Pinot N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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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달크 사진·자료 제공 (주)와이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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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6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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