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와인의 REAL 심장, 시우다드 레알(Ciudad Real), 서울에 서다

Written by뽀노애미

UNIQUE WINES FROM SPAIN

리오하(Rioja)도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 DO 라 만차(La Mancha)의 심장부 시우다드 레알(Ciudad Real)이 4월 23일 앰버서더 서울 풀만에 나타났다. 시우다드 레알 주의회 의장이자 페나빈(FENAVIN) 회장 미겔 앙헬 발베르데 멘체로(Miguel Ángel Valverde Menchero)가 시우다드 레알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를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의장 취임 후 페나빈 대표단을 이끈 첫 방한이다. 행사장에는 DO 라 만차의 대형 협동조합부터 화산 테루아를 전면에 내세운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까지, 12곳이 시우다드 레알의 현재를 고루 선보였다.

돈키호테 속 시우다드 레알 와인 그리고 페나빈(FENAVIN)

"Dígame, señor, por el siglo de lo que más quiere, ¿este vino es de Ciudad Real?"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2부 13장에 나오는 산초 판사(Sancho Panza)의 대사다. 번역하면 이렇다. "나리, 제발 말씀해 주세요, 이 와인 시우다드 레알 산 아닌가요?" 와인 한 모금으로 원산지를 맞히는 장면이다. 산초는 자기 집안에 천부적인 와인 감별사가 대대로 있었다고 자랑하면서 이 말을 내뱉는다. 이 장면을 읽는 순간 "아, 시우다드 레알이 그 시우다드 레알이었어?" 하고 무릎을 칠지도 모른다. 돈키호테 2부가 1615년에 출판됐으니, 시우다드 레알 와인은 적어도 400년 전부터 이베리아 반도 사람들이 알아볼 만큼 널리 마셨던 와인이었다.

돈키호테 초판본

스페인 중남부 카스티야 라 만차(Castilla-La Mancha) 자치주 한가운데. 해발 600~900미터의 메세타(Meseta) 고원 위에 펼쳐진 시우다드 레알 주는 돈키호테보다 먼저 와인으로 명성을 얻은 땅이다. 카스티야 라 만차는 스페인 전체 와인 생산량의 25% 이상을 담당하며, 세계 최대 포도 재배 지역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하고 있다. 스페인이 포도 재배 면적 기준 세계 1위 국가라는 사실과 나란히 놓으면, 이 지역이 세계 와인 지도에서 차지하는 물리적 무게가 가늠된다. 시우다드 레알은 그 카스티야 라 만차의 중심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시우다드 레알이 스페인 최대 와인 산지로 자리잡은 데는 이유가 있다. 포도 재배에 최적화된 토양과 기후다. 토양은 석회질과 점토가 기본이지만, 남동쪽 끝에서 전혀 다른 테루아가 시작된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넓은 화산 토양 지대인 캄포 데 칼라트라바(Campo de Calatrava)이다. 약 5,000km²에 걸쳐 수백 개의 화산 지형이 분포하며, 이 토양이 와인에 독특한 미네랄리티를 부여한다. 와인에서 화산 토양이 주목받는 이유는 배수성과 미네랄 성분 때문이다. 포도나무가 깊이 뿌리를 내리고, 그 과정에서 흡수한 미네랄이 와인의 개성으로 살아난다. 2024년 2월, EU는 이 지역 16개 자치시 13,500헥타르를 독립 원산지 명칭 DO 캄포 데 칼라트라바로 공식 인정했다. 스페인 전체 와인 DO 중 102번째였다. 여기에 기후가 더해진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건조하고 뜨겁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포도 재배에 최적의 조건이다. 템프라니요(Tempranillo), 아이렌(Airén), 시라(Syrah),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물론 샤르도네(Chardonnay), 베르데호(Verdejo)까지 거의 모든 품종이 이 땅에서 자란다. 단일 품종 지역이 아니라 다품종 지역이라는 점이 시우다드 레알 와인 포트폴리오가 넓어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좋은 조건이 항상 좋은 와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세기 내내 이 땅은 대량 생산·벌크 와인 산지로 굳어졌다.

1990년대 스페인 전역에 품질 혁신 바람이 불면서 시우다드 레알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포도밭 관리 기준을 높이고 양조 전문 인력을 들였다. 오랜 준비 끝에 시우다드 레알 와인은 프리미엄 와인산지로의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시우다드 레알 주의회는 2001년 스페인 전역의 와인을 한 자리에 모으는 박람회를 직접 만들었다. 페나빈(FENAVIN, Feria Nacional del Vino)이다. 격년 홀수 해에 시우다드 레알 IFEDI(Institución Ferial Diputación de Ciudad Real) 전시센터에서 열리는 이 박람회는 2025년 기준 1,900개 이상 와이너리, 21,900명 이상 전문 바이어, 94개국 참가, 58만 건 이상의 비즈니스 인터랙션을 기록하고 있다.


시우다드 레알 주의회 의장이자 페나빈 회장 미겔 앙헬 발베르데 멘체로를 만나 방한 목적부터 시우다드 레알 와인의 정체성,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까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우다드 레알 주의회 의장이자 페나빈(FENAVIN) 회장 미겔 앙헬 발베르데 멘체로(Miguel Ángel Valverde Menchero)

Q. 이번 Ciudad Real 와인 서울 행사는 어떤 취지로 기획되었는가?

A. 이번 행사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페나빈을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우다드 레알 와인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페나빈은 시우다드 레알에서 열리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와인 박람회이다. 스페인 와인이 세계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전문가라면 페나빈에 와야 한다. 이번에 시우다드 레알을 대표하는 12개 와이너리와 함께 왔다. 이 지역 와인이 훌륭한 품질을 갖추고 있으며 충분히 알려질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Q. 스페인 내 여러 유명 산지들 사이에서 시우다드 레알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A. 스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가진 나라다. 시우다드 레알은 그 스페인 전체 와인 생산량의 25%를 담당한다. 지난 30년간 품질에 집중 투자해왔다. 가장 큰 차별점은 기후이다. 거의 모든 품종의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덕분에 합리적인 가격에 높은 품질의 다양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캄포 데 칼라트라바가 더해집니다. 이베리아 반도 최대의 화산 토양 지대로, 와인에 독특한 미네랄리티를 부여한다. 2024년 EU 공식 등록을 마친 DO 캄포 데 칼라트라바는 시우다드 레알 와인을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언어가 되었다.

시우다드 레알 서울 행사의 마스터 클래스 현장

Q. 시우다드 레알 와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A. 시우다드 레알의 와인은 트렌디하다. 스페인의 대표적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리오하(Rioja)와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깊은 구조의 와인을 만든다. 훌륭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와인 트렌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점점 더 가볍고 마시기 쉬운 와인을 원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도 다르지 않다. 시우다드 레알은 기후 조건이 이상적이어서 포도가 자연스럽게 균형 잡힌 성숙도에 도달한다. 다양한 품종과 스타일을 빠르게 시도할 수 있고, 시장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다. 트렌드와 방향이 맞아 있다.

Q. 최근 한국 시장에서 스페인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우다드 레알 와인이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A. 시우다드 레알은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접근 가능한 가격에 높은 품질의 와인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숙성 와인부터 스파클링, 가벼운 와인, 무알코올까지 폭넓은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한국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산지다.

Q.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한국과의 협업이나 추가적인 활동 계획이 있는가?

A. 주한 스페인 대사관 경제부 및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역방향 미션(misiones inversas)을 추진하고 싶다. 한국의 바이어와 유통 전문가들을 시우다드 레알로 초청하는 방식이다. 추가 프로모션 행사도 배제하지 않을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남겨달라.

A. 스페인 와인에 대한 애정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더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한국과 스페인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그 유대감이 결국 잔 안에서 만날 것이라 믿는다.

시우다드 레알 서울 시음회 현장

이번 행사에 함께한 12개 와이너리는 DO 라 만차의 대형 협동조합부터 화산 테루아를 전면에 내세운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이너리까지, 시우다드 레알의 다양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축소판이다. 각 와이너리가 속한 DO와 지역, 그리고 생산 철학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시우다드 레알이라는 땅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참가 와이너리 

엘 프로그레소(Bodegas El Progreso) — 1917년 창립,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협동조합이다. 빌라루비아 데 로스 오호스(Villarrubia de los Ojos) 소재. 저알코올·무알코올 와인, 상그리아까지 포함한 폭넓은 라인업이 특징이며,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www.bodegaselprogreso.com 

킨타 데 아베스(Quinta de Aves) — 캄포 데 칼라트라바 소재. 화산 토양과 자연 호수로 둘러싸인 81헥타르 포도밭에서 유기농·비건 와인을 생산한다. 2021년 비건 인증, 2023년 공식 유기농 인증을 취득했다. www.quintadeaves.es 

보데가스 아루스피데(Bodegas Arúspide) — 발데페냐스(Valdepeñas) 소재. 1999년 와인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발데페냐스는 더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설립했다. 현재 20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으며, 땅을 믿기에 인위적인 보정이 필요 없다는 철학을 고수한다. www.aruspide.com 

보데가스 로메로 데 아빌라(Bodegas Romero de Ávila) —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가족 경영 생산자. 로마인들이 2,000년 전 사용한 방식 그대로 암포라 발효를 이어가고 있다. 느리고 자연스러운 이 공정이 이 와이너리의 정체성이다. www.bodegasromerodeavila.com 

엔코미엔다 데 세르베라(Encomienda de Cervera) — 캄포 데 칼라트라바 화산 지대 한가운데 위치한 300년 역사의 농장이다. DO 캄포 데 칼라트라바 소속 와이너리 중 유일하게 농장 안에 화산이 있다. 일부 와인은 화산 동굴에서 숙성한다. www.encomiendadecervera.com 

파밀리아 벨리도 비녜도스 이 보데가스(Familia Bellido Viñedos y Bodegas) — 만사나레스(Manzanares) 소재. 대량 생산 라인과 테루아 중심의 아티장(artisan) 라인을 함께 운영하며, 산지를 존중하고 정직한 와인을 만드는 것을 철학으로 삼는다. www.familiabellido.es 

보데가스 몬탈보 윌모트(Bodegas Montalvo Wilmot) — 스페인 전체 5,000개 와이너리 중 24개만 보유한 최고 등급 비노 데 파고 로스 세리요스(Vino de Pago Los Cerrillos)를 취득한 생산자다. 라구나스 데 루이데라 자연공원(Lagunas de Ruidera) 인근 40헥타르 포도밭에서 베르데호, 템프라니요, 카베르네 소비뇽, 프티 베르도, 시라를 생산한다. www.montalvowilmot.com 

핀카 엘 레푸히오(Finca El Refugio) —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포도밭의 자체 관리를 기본 철학으로 삼는다. 혹독한 겨울과 뜨거운 여름, 석회질 점토 토양에서 소량 생산하는 고품질 레드·화이트 와인을 IGP 티에라 데 카스티야(Tierra de Castilla) 명칭으로 출시한다. www.fincaelrefugio.es 

보데가스 베룸(Bodegas Verum) — 토멜로소(Tomelloso) 소재 가족 경영 유기농 와이너리. 90헥타르 포도밭에서 재래 품종과 외래 품종을 함께 재배하며, 지하 10미터 깊이의 동굴 셀러에서 오크 배럴과 암포라로 숙성한다. www.bodegasverum.com 

보데가스 캄포아메노(Bodegas Campoameno) — 안달루시아에 뿌리를 둔 가족 경영 와이너리. 보데가스 이시드로 밀라그로 인수를 통해 라 리오하, 라 만차, 티에라 데 카스티야로 확장했다. 현재 85개국 이상에 수출하고 있으며 대표 브랜드 마르케스 데 캄포아메노(Marqués de Campoameno)가 있다. www.bodegascampoameno.es 

비르헨 데 라스 비냐스(Virgen de las Viñas) — 1961년 15개 가문의 연합으로 출발한 유럽 최대 규모 와인 협동조합이다. 현재 3,000개 가문, 25,000헥타르 포도밭을 관리하며 20만 제곱미터 규모의 시설에서 생산부터 병입까지 일괄 처리한다. 브랜드 토밀라르(Tomillar)로 국제 시장에 알려져 있다. www.vinostomillar.es 

보데가스 카냐베라스(Bodegas Cañaveras) — 1889년 창립, 현재 5세대인 두 자매가 경영을 이끌고 있다. 자체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암포라, 프렌치 오크 배럴 숙성, 유기농, 특수 양조 등 다양한 방식의 와인을 생산한다. www.bodegascanaveras.com

“시우다드 레알을 위해 건배합시다. 태양과 토양이 열정을 키워내고, 그 이야기가 한 잔 한 잔에 담겨있는 곳입니다.”

“건배” (시우다드 레알 브로슈어 발췌)

이효주 사진 제공 행사 주최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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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6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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