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국 와인시장 리뷰를 다룬 지난 1편에 이어 이번엔 업계 전문가들이 새해 전망과 소망을 전한다. 위축된 세계 경제 앞에 2023 와인시장 전망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방향성이라는 점에서 속성이 같은 소망이, 전망의 이면이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들을 한다. 노력보다는 운을 기대하는 메시지라고 뼈 때리는 지적도 있지만, 운이 좋으면 노력할 기회도 더 생기지 않을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와 함께 소망하는바 모두 이뤄지길 기원하며, 업계전문가들의 전망과 소망을 내려놓는다.
2023년 국내 와인시장은 환율 증가, 원자재 및 원가 상승, 로지스틱 이슈 등으로 와인 가격 인상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여행객과 외식의 증가로 인해 리테일 시장은 성장률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외식시장에서의 와인소비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년간 국내 와인시장은 양적인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온라인 컨텐츠의 다양화(국산 와인 평가 플랫폼, 와인구독 서비스 등)로 질적 성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매력적인 와인시장으로 평가받았다. 올해도 시장에 꾸준히 좋은 와인을 제공하여 소비자들이 집에서도 집 밖에서도 와인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일상이 지속되길 바란다.
조현준 / E&J Gallo Winery 아태지역 본부장
2023년은 차별화된 다양한 와인을 선보일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제 국내 와인시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어 드라마틱한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 세밀해지고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2023년엔 서울에서 세계적인 와인박람회 빈엑스포가 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은 전 세계 와인시장에서 인정받고 또 주목받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글로벌 와인 기업과 협업 상품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높아진 와인 기준에 잘 부합하는 프리미엄 와인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최혜민 / 홈플러스 차주류팀 와인 바이어
지난 3년간 와인시장에 일어난 많은 변화를 보면 업계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흐뭇하다. 시장이 커지고 역동적인 변화가 생겨나니 새로운 와인들이 시장에 소개되고 창의적인 마케팅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와인 원산지별 점유율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오랫동안 가성비 와인으로 알려지던 칠레 와인은 저조한 반면 미국 와인은 성장세가 뚜렷하다. 변화는 또 다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와인은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거리마다 트랜디한 와인바와 와인 샵이 생겨나고 있고, 디지털을 이용한 와인 서치 및 구매 등도 활발해져 새로운 스타트업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와인 소비 증가가 시장 전체에 성장과 변화를 가져오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한국이 아시아의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와인 생산자, 협회, 교육 기관 등의 관심도 뜨겁다. 한국 와인시장이 이러한 성장의 트렌드를 잘 이어나가면서 더욱 성숙한 와인시장으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오미경 / 아콜레이드 와인 한국 지사장
2023년 와인시장은 세계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형 수입사들은 23년 계획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만큼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움직이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한다. 다만 2000년대 초반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던 와인시장이 후반에 급격하게 가라앉았던 양상과는 달리 2020년에서 2022년의 성장을 소화하며 성숙한 와인시장을 향한 초석을 견고히 하는 2023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20~30대 소비자들을 구심점으로 배우고, 즐기고, 나누며 마시는 와인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거나 각광받지 못한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생산지의 와인들이 한국에 소개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발맞춰 롯데백화점은 제8회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 최초 여성 우승자인 한희수 소믈리에를 필두로 경민석, 최준선 소믈리에와 함께하는 차별화된 와인 큐레이션, 흥미롭고 가성비 좋은 와인을 소개하는 ‘소믈리에 토크 콘서트’, 때와 장소에 맞는 ‘TPO 추천 와인’ 등 다양한 컨텐츠를 준비할 예정이다.
최준선 / 롯데백화점 Wine&Liquor Chief Buyer&Sommelier
2023년은 과도하게 커진 한국 와인시장의 과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와인샵과 업장들이 증가한 상태를 소비 추세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국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전체적인 와인 소비 추세는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와인을 즐겨본 이들은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라는 말처럼 와인을 마시는 인구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 전반의 코로나 후유증과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다양한 원가 상승 요인이 빠르게 회복되어 와인 가격이 안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또 온라인 쇼핑의 강국인 만큼 주류 온라인 쇼핑과 배송도 가능하게 되어 와인 시장의 다양화와 다각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홍진기 / 국순당 수입주류사업부 마케팅팀 팀장
2019년 3월 이마트24는 업계 최초로 100~200여 종의 와인, 위스키 등 주류를 구비한 주류특화매장을 선보이며 편의점 와인시장 확대에 불을 붙였다. 이후 이마트24는 주류특화매장을 지속 확대하고 단독 와인을 늘리는 등 와인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후 편의점들이 일제히 주류특화매장을 확대하면서 편의점은 근거리 와인 쇼핑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편의점들은 매월 새로운 테마로 와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24 꼬모, CU 음 같은 단독 브랜드 와인도 지속 늘려가고 있다. 이처럼 와인 섹션을 강화함에 따라 편의점에서 와인을 찾는 고객들이 지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 니즈에 맞춰 각 편의점도 와인 관련 마케팅과 상품 구색을 늘려가는 등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손아름 / 이마트24 일반식품팀 와인MD
그간 와인시장이 급성장하며 와인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만 원 이하 저가 와인들이 대형마트 등을 통해 많이 소개되고 판매량도 매우 높았다는 뉴스를 많이들 접했을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애호가들이 좀 더 양질의 다양한 와인을 선호하면서 평균 구매가격도 2배 이상 높아졌다. 이에 대규모 소매점들도 이러한 와인들을 위주로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은 경기 위축과 불안정한 금융시장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인 와인애호가들의 니즈에 맞춘 고가 와인의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이러한 와인들을 편의점 등 다양한 채널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해본다. 매년 이슈로 떠오르는 와인 통신판매에 대한 제재도 다시 한번 거론되어 한걸음 진전하는 단계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한우성 / ㈜뱅레어 대표
코로나 이후 지난 3년간 양적 성장을 통해 ‘와인의 대중화’는 많이 이루어진 것 같다. 와인을 고르는 요인으로 가격뿐만 아니라 생산지의 특성과 와인메이커의 철학 그리고 수입사의 포트폴리오도 눈여겨본다면 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한다. 또 레스토랑을 방문한다면 소믈리에가 준비한 페어링 메뉴를 경험해보거나 선호하는 스타일과 가격대를 밝히고 추천받아 와인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와인 매출이 더욱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정하봉 /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 식음 총괄 디렉터
2023년의 한국 와인시장은 낙관적인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정에서 와인 소비가 늘면서 지난 3년 한국 와인시장은 양적·질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작년부터 물류 대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와인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2023년은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이미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많은 소규모 동네 와인 샵이 1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고, 와인 재고 반품이나 미수금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아마도 전반적인 와인소비는 다소 위축될 듯하다. 이럴 경우 규모가 커진 국내 와인시장이 도미노 현상으로 여러모로 타격을 받을 것이 염려된다. 이제는 규모나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경제 불황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할 것 같다.
이인순 / 이인순 와인랩 대표
2023년의 경기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가운데 와인 소비 성장 추이는 판매 채널별로 달라질 것 같다. 위드 코로나가 정착되면서 온트레이드 쪽은 더 활발해질 수 있겠지만 대형 로드샵이나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경기 변화에 영향을 받기 쉬우므로 성장이 주춤해질 수도 있겠다.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길 바라며 주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어 와인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최은정 / 에노테카코리아 마케팅팀장
지난 몇 년간 이루어낸 양적인 성장과 함께 이제 소비의 질도 함께 성장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레스토랑 및 소매점이 더욱 늘어나 성장하는 시장을 견인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최용수 / 베러댄보틀샵 대표· 와이넬 세일즈 경상 본부장
2023년은 와인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와인 업계에서도 제2의 원소주를 노리는 콜라보 상품들이 출시되지 않을까 싶다. GS리테일에서는 와인 관련 차별화된 마케팅을 세우고 상품 소싱 및 개발을 통해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홍보를 강화하고자 한다.
김유미 / GS리테일 주류기획팀 매니저
2023년에도 새로운 젊은 와인애호가들의 유입은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친환경 와인이나 저알코올 와인과 같은 카테고리는 계속해서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와인 교육에 대한 수요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로 꽉 채워 10년을 와인전문가로 일했다. 시장의 ‘호황’은 이번에 처음 경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떤 산업도 경기에 영향을 받고 업앤다운의 그래프를 그리겠지만, 사실 와인은 대단한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대중화로 인한 시장의 성장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를 경험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더욱 에너지를 불어넣고, 업계 내부는 더욱 유기적으로 단단히 결속시키고 서로 상생의 시너지를 내며, 궁극에는 질적인 성장까지 진작시킬 수 있는 대단한 힘을 보았다. 와인 대중화의 그래프가 끊임없이 위를 향하기를 고대해 본다.
김민주 / 신세계㈜ 헤드소믈리에(버건디&)
글·정리 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