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공백을 깨고 비넥스포 아시아가 돌아온다. 오는 5월 23일에서 25일,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컨벤션 센터가 이 세계적인 와인전시회의 무대로 낙점됐다. 비넥스포지엄(2020년 비넥스포와 글로벌 이벤트 기업 컴엑스포지엄(Comexposium)의 합병으로 탄생했다)의 로돌프 라메제(Rodolphe Lameyse) 대표에 의하면, 이번 전시회의 테마는 ‘재회’다. 와인 비즈니스의 장, 새로운 시류를 읽는 무대, 다채로운 와인 교육의 기회 등 비넥스포와 같은 글로벌 와인 전시회가 와인 산업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다소 애틋한 키워드가 와 닿는다. 국내에도 많은 업계 관계자가 비넥스포 아시아의 컴백을 반기며, 출장 계획을 짜는 중이라고 한다.
비넥스포가 싱가포르로 간 까닭
비넥스포의 시작은 1981년이었다. 1970년대부터 가속화된 세계 와인시장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와인생산1번지 보르도에서 처음 열렸다. 비넥스포 아시아가 열린 것은 90년대 후반, 그러니까 1998년 홍콩에서였다. 아시아 시장의 존재감은 커지고, 홍콩은 아시아 와인 시장의 허브로 부상하던 때였다. 이후 2년에 한 번 돌아오던 비넥스포 아시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발목이 잡혔는데, 이번 5월 4년 만에 귀환하며 싱가포르행을 택했다. “최근 비넥스포 전시 참가사들 사이에서 아시아 시장으로 돌아가자는 요구가 아주 강했다. 가능한 최상의 컨디션으로 말이다.” 말문을 연 로돌프 라메제 대표는 비넥스포 아시아의 무대로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태평양 전 지역의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지역이고, 중국뿐 아니라 호주, 한국, 태국, 일본, 베트남 등 주요 와인소비국을 끌어당기는 자석 역할을 한다.” 태국의 와인바이어 벤스 페소(Bence Petho)는 이에 반가운 기색을 표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지역 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좋은 위치다. 불과 몇 시간 거리인데다 항공편도 좋고 도시 내에서의 교통편도 좋다. 어쩌면 새로운 홍콩이 될지도 모르겠다.”
비넥스포 아시아로 향하는 발걸음
2023 비넥스포 아시아에는 35개국에서 약 1천~1천 2백여의 출품업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방문객도 8천여 명으로 예상된다. B2B 와인전시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수입사 및 업계관계자들과 세계 각지의 와인생산자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비즈니스를 논하는 효율적인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다. 와인 비즈니스에는 주요 연례행사일 수밖에 없다.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팀 성은영 팀장도 오는 5월 싱가포르행을 계획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비넥스포를 방문해 해외 공급사들과 미팅을 갖고, 글로벌 트렌드와 아시아 시장에서의 주요 이슈나 움직임을 확인할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팬데믹을 지나오며 싱가포르는 아시아 비즈니스의 허브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이번 기회에 세계적인 와이너리들의 지사가 위치해 있는 싱가포르 와인마켓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그녀가 비넥스포 아시아에 기대하는 바는 또 있다. “다른 대륙에서 열리는 박람회보다는 ‘좀 더 아시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또는 ‘떠오르는 시장으로 아시아를 바라보는 해외 공급사’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아시아 내에서도 국가별로 시장과 소비자 패턴, 취향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전통 와인생산국인 유럽 등에 비해 와인 소비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아시아 시장의 경우 빠른 성장, 젊은 소비자층의 유입 등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시장에 적합한 브랜드 소싱부터 전략 방향 설정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이탈리아 와인을 북미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소개하는 에티카 와인스에서 한국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류주희 지사장은 “비넥스포 아시아 방문은 필수”라고 이야기한다. “에티카 와인스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시드니, 방콕에 오피스를 두고 아시아 태평양 전 지역에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의 수출과 마케팅 활동을 돕고 있다. 비넥스포 아시아는 우리 클라이언트뿐 아니라 잠재 고객을 만나 소통하며, 신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선보일 수 있는 필수적인 행사가 되어 왔다. 비넥스포 아시아는 보다 아시아 시장 고객을 타깃으로 열리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롭게 다양한 생산자들의 와인을 테이스팅 할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롯데백화점의 한희수 소믈리에는 “현재 와인 시장과 트렌드를 이해하고 경험하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와인을 발굴하기 위해 비넥스포 아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 와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다른 주류와는 달리 큰 변동 폭 없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와인을 많이 접해 보고 인연이 된다면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고. “롯데백화점에서 단독으로 소개하고 싶은 좋은 와인을 찾는다면 롯데백화점 소믈리에들이 엄선하는 롯데셀렉션 와인으로 선보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녀의 말처럼, “비넥스포 아시아가 4년 만에 재개되는 만큼 아시아 와인 업계 종사자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녀도 소믈리에로서 다양한 부대행사에 관심이 많다며 말했다. “다양한 마스터클래스와 국제소믈리에연합(Association de la Sommellierie Internationale/ 이하 ASI)의 소믈리에 대회 등 부대행사도 많이 준비되어 있는데,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오고 싶다.”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요
한희수 소믈리에가 언급했던 ASI의 소믈리에 대회는 로돌프 라메제 대표가 비넥스포 챌린지와 더불어 이번 전시회의 하이라이트 행사 중 하나로 꼽았던 프로그램이다. 먼저 비넥스포 챌린지는 ASI와 2023년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로 선정된 레이몬드 탐손(Raimonds Tomsons)이 함께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1시간 동안 세계 최고 소믈리에와 함께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며 지식과 경험을 넓혀나갈 수 있다. 테스트 결과 Top 3에 드는 참가자들에게는 특별상도 준비되어 있다. ASI와 함께하는 소믈리에 대회는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소믈리에 대회인 만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2022 ASI 아시아 & 오세아니아 베스트 소믈리에로 선정된 Mason Ng, 세계 최고 소믈리에 대회 말레이시아 준결승 진출자 Chuan Ann, 베트남 최고의 소믈리에이자 2023년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 대회에서 베스트 아시아 소믈리에로 뽑힌 Le Hoang Khanh Vi가 함께 할 예정이다.
와인 업계 관계자들에게 비넥스포는 와인 시장의 트렌드를 읽는 무대로 활용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2023 한국의 술 소비 트렌드’, ‘중국 와인 시장의 변화’, ‘팔기 위한 사기: 와인 수입사를 위한 성공적인 구매법’, ‘2023년 소믈리에들이 찾는 것’ 등을 비롯 다양한 주제로 컨퍼런스들이 예정돼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시음회도 있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은 2020년 빈티지 와인 70여 종을 선보인다.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비니 이탈리아(Vini d'Italia)는 12개의 ‘Must try’ 와인들을 소개한다. 한편 비넥스포지엄은 프랑스의 유명 와인 가이드 베딴+드소브(Bettane+Desseauve)와 함께 특별 이벤트도 마련했다. 비넥스포 행사 하루 전날인 22일에는 베딴+드소브가 엄선한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는 그랜드 테이스팅이 열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나 호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산지나 유명 생산자들이 준비하는 마스터 클래스로 빼곡한 일정이 마련되어 있으니, 참가하는 관계자들은 숨 가쁘고 보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10월 한국에서 만날 비넥스포 미팅
5월 비넥스포 아시아에 이어 또 하나 반가운 뉴스가 있다. 오는 10월엔 한국에서 처음으로 비넥스포 미팅이 열린다. 10월 5일에서 6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 센터에서 예정돼 있다. 비넥스포 미팅은 생산자와 바이어 간의 사전 약속을 바탕으로 보다 긴밀하게 진행되는 비즈니스 맞춤 형식이다. 이틀간 밀도 있게 진행될 이번 행사에 60여 생산자들과 200여 명의 바이어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넥스포지엄이 2023년 비넥스포 미팅의 무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근래 세계적으로 한국 와인 시장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례로 글로벌 와인 리서치 기관 와인 인텔리전스(Wine Intelligence)는 한국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매력적인 와인 시장으로 꼽았다.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경제 규모로 봤을 때 미국은 부동의 1위라지만, 한국은 2019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차트 1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한 나라였다(2019년에는 9위였다). 이외에도 비넥스포지엄은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와인 소비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 기술과 효율적인 E-커머스가 발달해 있다는 점을 들어 왜 비넥스포 미팅 ‘코리아’인지를 피력하고 있다.
비넥스포 아시아 홈페이지 vinexpoasia.com
비넥스포 코리아 미팅 홈페이지 vinexpomeetings.com
문의 프랑스국제전시협회(Promosalon Korea) Tel. 02-564-9833
글 강은영 사진 제공 프랑스국제전시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