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로 매력적인 와인 시장, 한국

Written by: 강 은영

2년 연속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2위

와인 인텔리전스(Wine Intelligence)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2위로 한국을 꼽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글로벌 와인 리서치 기관인 와인 인텔리전스는 해마다 주요 50개국을 대상으로 경제 상황과 와인 시장 요인을 분석하여 점수를 매기고, 이를 토대로 순위를 정한다. 1위는 미국이다. 경제 규모로 보나 와인 소비 파워로 보나 너무나 예상 가능한 이 나라는 지난 몇 년간 부동의 1위였다. 반면 한국은 2019년 처음, 차트 10위권에 진입했다. 다시 말해 2019년 9위로 10위권에 진입했다가 이듬해 2020년 여덟 계단을 뛰어올라 단숨에 세계 2위의 매력적인 와인 시장이 된다. 그리고 얼마 전 업데이트된 2021년 최신 결과에서도 한국은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1위(역시나 미국)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평을 들으면서.  

우리의 매력은 어디에 숨어있나

지난해 한국 시장이 2위로 점프한 데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선방한 국가라는 이점과 최근 5년간(2014~2019) 와인 소비량이 연평균 약 5.2% 성장세를 유지했다는 점이 플러스점으로 작용했다. 와인 인텔리전스의 CEO 룰리 할스테드(Lulie Halstead)는 올해 순위를 발표하면서 한국이 이 랭킹에서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적인 주류 및 와인 연구 기관인 IWSR의 주류 시장 분석에 따르면 미국 시장의 와인 성장세는 잦아드는 반면, 한국 시장의 스틸 와인 볼륨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1%가 넘었다”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하지만 속이 시원하지가 않다. 한국 와인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는 기쁘지만 글로벌 2위라는 성적은 다소 얼떨떨한 감도 있다. 그러니까 한국 시장의 어디가 어떻게 매력적인건지 구체적으로 맥을 짚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마침 적임자가 전화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갤로 한국지사의 조현준 대표다.  

“한국이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2위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질문을 드리고 싶다”는 말에 조현준 대표는 웃음부터 터뜨렸다. 요즘 그 얘기 많이 듣는다며 “도대체 이 어려운 시국에 어떻게 계속 성장하는 것이냐?” 질문공세가 이어진단다. 예쓰! 일단 인터뷰 번지수는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이 준비된 인터뷰어는 한국 와인 시장의 현주소이자 매력으로 분류될 만한 특징들을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빠른 트렌드, 잘 구축된 인프라, 소비자 수준의 3박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시장 트렌드가 빨리 반영된다는 것이 강점이다. 예전에 오프-프래미스와 온-프래미스의 비율이 7:3 정도였다면, 지금은 8.5:1.5 정도로 오프의 비중이 더 늘었다. 오프의 경우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그리고 편의점이 오프 프래미스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이 어떤 스타일의 와인, 가령 칠레 와인을 밀기 시작하면 2년 사이에 칠레 와인 트렌드가 형성됐다. 지금은 그 기간이 1년 정도로 줄어든 것 같다. 즉 시장이 유행에 맞춰서 빨리 돌아간다. 더욱이 한국은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다. 인구는 5천만 명이 넘고 1인당 GDP는 3만 달러가 넘으면서 스마트폰 사용률이 90%가 넘는 나라. 이 세 가지 요건을 다 갖춘 나라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물론 한국에서는 와인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스마트 오더는 완전한 e-커머스라고 할 수 없으니 배제하고) 스마트폰 사용의 의미는 와인 정보 확인 정도에 그친다고 할지라도. 정리를 하면 트렌드가 빨리 형성되는 시장에 지식수준이 높고 구매력이 있는 와인 소비자들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 겹쳤다. 한국은 코로나 방역에 선방한 나라이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있긴 하지만 다른 해외 시장에 비교하면 굉장히 잘 버티고 있는 편이다.” 

두 번째는 와인 시장 성장률 지표가 말해준다. 조 대표는 “최근 와인 시장 성장률도 한국이 아시아 1위고 다른 주요국가와 비교해도 성장률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와인 수입 통관 자료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 지난해 와인 수입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전년대비 27.3% 상승하여 3억 3천만 달러에 달했고, 수입량은 5400만 리터(750ml 기준 와인 7300만 병)였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서거나 근접한 수준이다.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8월 말 기준 와인 수입액은 3억 7천만 달러, 수입량은 5228만 리터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와인 시장은 어땠을까? 팬데믹 상황을 감안하면 예상만큼 나쁘진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IWSR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글로벌 와인 소비량은 7% 조금 안 되게 떨어졌고, 소비액면으로는 약 5% 감소했다. 

세 번째는 와인 소비의 프리미엄화다. 한국은 프리미엄 와인 판매가 지속 성장하는데, 특히 이점이 건강한 성장률로 평가된다고 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은 특수상황에서 프리미엄 와인의 성장률이 높은 건 고무적이다. 그래서 조 대표는 “한국의 프리미엄 와인 소비 트렌드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편 어떤 시장들은 저가 와인의 성장률이 높아졌는데, “이런 경우는 위험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4번째 특징은 기실 한국 시장의 단점이나, 긍정회로를 가동하면 잠재력으로 읽힌다. 그의 해석은 이렇다. “한국 와인 시장은 규제가 많고, 세금이 높고, e커머스가 안 된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달리 말하면 더 이상 나빠질 건 없고, 좋아질 가능성은 많다. 이 세 가지 요인 중 하나만 풀려도 엄청난 성장이 가능하다. 또 한국의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은 1리터 미만인데 지금 패턴으로 보면 2리터, 3리터로 성장하는 건 시간문제다.”  

이 흐름이 5년은 갈 것

해외 와인생산자들이나 관계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에도 달라진 점이 있을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해외 와인 생산자들의 입장에서 한국은 규제의 나라였다. 규제가 많고 자주 바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규정이 좀 더 다듬어지거나 혹은 와인 생산자들이 한국의 시스템에 적응한 면도 있는 것 같다. 원래도 잠재력은 인정을 받았다. 이제는 투자한 것에 대한 수익이 잘 나오는 시장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일본이나 중국 시장 다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도 변했다. 이제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결론을 말하면 한국이 앞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상위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는 이렇게 점쳤다. “이 흐름이 5년은 이어질 것 같다. 그 사이 한국이 5위권 아래로는 안 내려갈 것 같다.” 

강은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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