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와인시장과 스마트오더

Written by: 강 은영

글로벌 와인 리서치 기관 와인 인텔리전스(Wine Intelligence)가 지난 7월 발표한 뉴스에 의하면 한국 와인 소비자 다섯 중 하나는 온라인에서 와인을 주문한다. 주류 스마트오더 이야기다. 침대에 누워 ‘아차’하고 자기 전에 앱으로 대파와 두부를 주문하면 몇 시간 뒤 현관 앞에 도착하는 시대지만 19금 주류에 통신판매는 가당치 않고, 대면판매가 원칙. 타협점이 된 것이 지난해 4월부터 허용된 스마트오더였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매장에 가서 픽업하는 시스템이으로 별다방 사이렌오더와 비슷하다고들 한다. 처음 스마트오더 시행 소식을 듣고는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결국 매장을 가야하는 건 똑같잖아!’ 그러다 기억이 났다. 와인 추천을 부탁하는 지인들에게 리스트를 적어주곤 “근데 어느 매장에 재고가 있을지 모르겠네” 멋쩍어 하던 날들. 보통은 ‘다음에 같이 가자’로 결말이 나곤 했다. 그때 스마트오더가 있었다면 이야기가 한결 수월해졌을까. 관습형 와인 소비자에 그닥 영제너레이션도 아닌지라 놓친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자기통찰의 시간을 잠시 가졌다. 정교하게 발달한 e커머스와 코로나발 홈술 트렌드, 역동적인 젊은 소비층을 갖춘 한국 시장에 스마트오더는 잘 맞는 퍼즐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던져 본 질문. 한국 와인시장에 스마트오더는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편의점들의 스마트오더 1년

편의점들은 주류 스마트오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먼저 살펴보자. 이마트24는 모바일 큐레이션 앱 ‘와인포인트’와 함께 와인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운영한다. 와인포인트에 접속해 와인을 예약하고 지정한 이마트24 매장에서 픽업하는 방식. 구매 가능한 와인은 200여 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이마트24 와인 O2O 서비스 이용은 지난 해 동기간 대비 3배 가까이(196%) 증가했다. 서비스 매장은 전국 3천개 점포까지 늘어났다. 스마트오더를 포함하여 이마트24에서는 올해 상반기만 143만 병의 와인이 판매됐다. 지난해 한 해 판매량이 173만 병이었던 걸 비교하면, 올해는 상반기에 전년도 성적 80%를 달성한 것이다.  

이마트24 와인
이마트24

GS25는 올 상반기 와인 매출이 132% 신장했다. 물론 이 성장세가 스마트오더 효과만은 아니었다. GS25 커뮤니케이션팀 박도영 부장은 “코로나19 등의 요인으로 와인을 사러 원거리를 이동하기 보다는 집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다”고 해석했다. GS25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와인은 40종 정도지만, 스마트오더로 주문 가능한 와인은 2천여 개에 달한다. 이용 가능한 매장도 전체 점포의 95% 수준. 박 부장은 “스마트오더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수도권을 제외한 고객이 50%를 차지하고, 경기권 포함 지방이 70%를 차지한다. 소비층은 20~40대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3번 이상 구매한 고객 비율이 매월 30% 이상씩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스마트오더의 장점은 “구하기 힘든 상품을 전국 어느 편의점에서나 구매할 수 있고 가격 면에서나 다양한 행사상품들을 비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GS25 와인
GS25 와인25

CU는 지난해 6월 모바일 와인 예약 주문 서비스인 CU와인샵을 오픈했다. 서비스 시행 전(2020년 1~5월) CU의 전년 대비 와인 매출신장률은 48.6%였으나 도입 직후인 6월은 64.1%, 7월은 75.5%로 크게 성장했다. 8월에는 장마의 영향으로 서비스 이용건수가 큰 폭으로 늘면서 121.8%를 기록했다. 서비스 시행 1년이 지난 올해 6월 와인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배 신장했다(올 상반기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9.9% 신장). 이용 층은 20~30대 젊은 층부터 50대 중장년층까지 폭이 넓다. CU와인샵의 매출 약 30%는 15만 원 이상의 고가 와인이 차지한다(가장 비싸게 팔린 와인 TOP5는 로마네 생 비방(420만원), 샤또 무똥 로칠드(161만원) 샤또 라뚜르(150만원), 샤또 마고(150만원), 샤또 라피트 로칠드(140만원)이다).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와인은 3만 원 이하 중저가 상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인 수치다. 현재 CU와인샵을 통해 주문할 수 있는 와인의 종류는 약 100여 종, 스마트오더를 이용할 수 있는 점포는 수도권 3,500여 점이다.  

CU 와인 예약
CU 와인 예약 서비스

세븐일레븐은 상반기 와인 매출 성장률이 240%가 넘는다. 세븐일레븐 임도현 홍보담당자에 따르면 스마트오더 실시도 와인 매출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그녀는 “그동안 편의점 공간의 한계 때문에 많은 와인을 보유할 수 없었다면, 스마트오더를 통해 다양한 와인들을 라인업이 가능해졌다”며 “원하는 상품을 미리 예약하고 찾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느낀다”고 했다. 이용객은 3040 여성층의 비중이 높은 편. 세븐일레븐에서 스마트오더를 통해 구할 수 있는 와인은 100여 종 정도 된다. 1~2만원 저가 와인의 구매 비중이 가장 높지만 최근 들어 3~5만 원대 와인들의 판매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오더를 이용하고 있는 한 와인애호가는 “사실 가격이 매력 있어서 이용을 해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편했다”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예전에는 와인 종류가 얼마 되지 않아 편의점에서 와인을 구매한 적이 없는데, 스마트오더로 파는 건 꽤나 리스트가 다양했다. 와인 정보야 검색으로 찾을 수 있으니 원하는 와인이 있으면 집 앞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 같다. 가끔은 예전에 마셨던 와인을 다시 구매하고 싶어 찾아갔다가 막상 매장에 없는 경우도 있어 실망한 적도 있는데 말이다. 스마트오더가 점점 활성화되면 사람들이 음식 포장해오듯 활용하지 않을까 싶다.”   

와인 픽업부터 다이닝 서비스까지

스마트오더를 편의점에서만 이용하는 건 아니다. 와인픽업서비스 앱 달리(Dali)로 와인을 주문하면 동네 치킨집이나 인근 냉면맛집에서 와인을 픽업할 수도 있다. 매장에 따라 콜키지 비용을 지불하고 해당 업소에서 와인을 소비할 수도 있다. 달리는 주류 픽업 서비스에서 나아가 다이닝 서비스로 확대하는 걸 목표로 한다.  

와인 픽업 서비스 달리 프로세스

현재는 매장에서 식사를 하며 와인을 마시길 원하는 경우 별도로 예약을 해야 하지만, 앱에서 예약까지 한 번에 진행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겹살 식당에 갈 때마다 소주나 맥주 말고 그날 기분에 따라 위스키나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쉬워했다는 배선경 대표이사는 “일반음식점에서는 재고 부담이나 서비스의 한계로 제대로 된 와인리스트를 꾸리기 힘들지만, 앱 서비스와의 제휴를 통해 수백 종의 와인리스트를 보유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리하여 올해 4월 오픈한 달리는 현재 회원 수가 약 2만 명에 이른다. 월 주문건수(7월말 기준)는 1,500건 이상이다. 앱을 통해 주문 가능한 와인은 300종이 넘는데, 올 연말까지 1,000여 종으로 확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픽업서비스 지역은 서울, 경기, 충남 일부 지역에서 8월 초에는 부산 지역도 오픈했다. 현재 픽업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은 약 230개. 이들의 지향점은 “고급 레스토랑뿐 아니라 곱창집에서도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강은영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이마트24, GS25, CU,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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