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 와인 시장을 돌아보며

Written by: 강 은영

돌아보면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다. 와인 시장도 다이나믹했다. 올해도 한국 시장은 와인 인텔리전스(Wine Intelligence) 선정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 시장 2위로 꼽혔다.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스틸 와인 수입량 연평균 성장률이 11%가 넘는다”는 평가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로 와인 시음 행사는 감소했지만 온라인 와인 세미나가 기틀을 갖추었고, 코로나발 홈술 트렌드는 와인 대중화를 지피는 꺼지지 않는 불씨였다. 와인 수입량은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2020년 4월 스마트오더 도입 후 1년여가 지나는 동안 가까운 와인판매처로 부상한 편의점들의 활약상도 눈여겨 볼만 하다. 좀 더 세세한 이야기는 주요 유통채널을 통해 들어보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전통적인 와인 유통망과 GS, CU,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등 새롭게 떠오르는 와인 채널들이 체감한 지난 한 해 와인 시장의 온도는 어떠했는지.

고급 와인 열풍과 와인 매출 증가

주요 유통채널 8곳은 모두 전년대비 와인 매출 또는 판매량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먼저 롯데마트는 올 11월 기준 전년 동기간 대비, 와인매출이 63.4% 신장했다. 더불어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 “중고가 와인 구매 증가”를 꼽았다. 2020년에는 초저가 와인이 강세였다면, 올해는 5만 원 대 이상 와인의 매출이 전년 대비 170% 이상 신장했다는 것이다. 올해 와인 매출이 10.5% 상승했다는(12월 20일 기준) 홈플러스의 답변도 비슷하다. 지난해는 1만 원 이하의 저가 상품에서 매출이 늘었다면, 올해는 고가 와인의 매출 증대가 두드러졌다고. 5~10만 원대 와인이 43.2%, 10만 원 이상의 와인이 61.6% 증가했고 50만 원 이상 초고가 와인의 매출은 700% 상승했다.

홈플러스 강서점 와인 매장

올해 와인 판매량이 30% 신장했다고 밝힌 이마트 관계자는 “와인은 전체 주류 중 약 30%에 육박하는 구성비를 보이며 바야흐로 와인 대중화 시대를 증명했다”고 이야기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9년 와인매출이 510억, 지난해는 630억을 기록했고 올해는 11월 기준 전년대비 15% 성장했다. 편의점 와인 매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11월 누계 매출 기준 전년 동기간 대비, GS는 188.8%, CU는 127.6%, 세븐일레븐은 192% 신장했다. 이마트24는 이미 11월 누계 와인 판매량이 230만병으로 지난 한 해 총 판매량인 170만병을 훌쩍 넘어섰다. 이마트24 관계자 역시 프리미엄 와인 트렌드에 대해 언급하며, “비싸더라도 좋은 와인을 찾는 한편 와인을 대량 구매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요에 따라 아이템도 늘고

유통채널 별로 취급 와인도 많이 늘었다. 이마트는 다양한 와인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거래 수입사를 두 배로 늘였고, 상품 가짓수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취급 와인은 500여 종 정도 된다. “과거 유통사 주도 유통환경에서는 유통사가 선정하는 와인이 소비자에게 서비스 되었다면, 와인시장이 대중화되면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브랜드를 유통사가 도입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관계자는 해석했다. 롯데마트도 전년 대비 운영 상품을 2배 이상 늘렸다. 기존에는 점포 당 평균 260여 종을 취급했다면, 올해는 점포 당 평균 600여 종, 대형 점포에서는 1,000여 종 이상 만나볼 수 있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은 내추럴 와인도 40여 종 신규로 들였다. 홈플러스는 18개국 와인 500여 개를 핵심 상품으로 운영하고, 상시 장터 상품을 비롯해 총 2천여 개의 와인을 판매한다. 한편 GS 편의점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40여 종을 취급하고(전년 대비 약 100%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오더를 통해서는 5천여 종을 취급한다. 이마트24 또한 전체적으로 취급 아이템이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특히 3만 원 이상의 중고가 와인을 많이 확대했다.  

GS25의 와인 코너

채널별로 다양한 트렌

채널별로 와인 판매 트렌드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소비층도 다양하다. 롯데백화점 식품팀 박화선 바이어는 “보통 와인 소비연령층을 30대 중반 40대 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20대 직장인을 비롯 젊은 소비층의 구매력도 증가했다”며 “함께 돈을 모아 고가의 와인을 한 병 사는 소확행도 즐기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반면 GS에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편의점 오프라인 와인 소비는 20~40대 연령층이 주를 이루지만 온라인 구매는 60대까지 전 연령층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요즘은 50~60대도 모바일 주문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GS25의 와인 코너

인기 상품에 대해선 신대륙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미국 와인의 인기가 높아 올해 미국와인은 입점 수입사별로 10~20% 확대시켰다. 5만 원에서 10만 원 초반의 화이트 와인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이마트24에서는 근래 수년간 이어졌던 미국과 호주 등 신대륙 레드 와인의 인기가 여전했고,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의 인기는 정점을 찍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마트에서 만나기 쉬운 칠레산 저가 와인 중심의 구매 패턴이 다양한 국가군으로 흩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인 부분”이라며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산 와인은 3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고, 소비뇽 블랑으로 대표되는 뉴질랜드 와인은 매출이 300% 신장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마트 역시 “칠레 와인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라 밝혔다. 

전략은 차별화

지난 한 해 와인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유통채널들의 차별화 전략도 치열했다. 채널별로 저마다 단독 상품을 출시하고 인플루언서와 협업하여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와인장터 기간에 ‘윈즈 쿠나와라 블랙라벨’을 단독으로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반면 롯데마트에 가야만 살 수 있는 와인도 있었다. 롯데마트는 ‘대량 물량 개런티’를 통해 기존 유명 브랜드 상품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시그니처 와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올해 GS편의점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통해 가장 많이 판매된 와인 Top3(넘버3 에로이카, 오페라티코, 네이쳐사운드)도 GS에서만 판매되는 상품이었다. 한편 세븐일레븐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에는 ‘이달의 MD추천 와인’이 있다. 지난 3월 선보인 ‘트로이 목마’ 3종은 미국 세븐일레븐에서 판매되는 E&J 갤로의 와인이었다. 또 와인병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위해 9월에는 ‘앙리 마티스’ 명화를 담은 아트와인을 선보였다. CU는 올 1월 자체 브랜드를 출시했다. 가격대 1만 원 이하의 와인 mmm!(음!)이다. 제일 먼저 출시한 레드와인은 40여일 만에 초도물량 11만 병이 완판됐다. 이에 더해 와인 유튜버로 유명한 와인킹과 협업한 세트 상품을 판매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8월 한 달 동안 판매한 와인킹 추천세트 17종은 CU와인샵 매출 상위 1~17위를 휩쓸었고, 그달 CU의 와인 매출은 전년 대비 139.7%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의 '앙리 마티스' 아트와인

좀 더 전문화되고 차별화된 와인 서비스를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마트는 마트와인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최근 리뉴얼한 33개점에 와인앤리쿼라는 전문점 수준의 주류샵을 오픈했다. 해당점포의 주류샵 매출은 150% 이상 성장했다. CU는 와인그래프와 업무제휴를 체결하고 업계 최초로 와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포켓CU에서 와인 레이블을 촬영하면 품종, 생산국, 빈티지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GS편의점에서는 와인25플러스를 통해 구매한 와인에 한해 빕스, 오늘와인한잔 등의 레스토랑에서 콜키지 프리 혜택을 제공하는 제휴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

CU의 와인 큐레이션 서비스

단독 상품 개발은 내년에도

2022년에도 유통채널들의 차별화 전략은 이어질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은 단독상품 개발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내추럴 와인은 대형 리테일 특성상 다루기 쉽지 않은 제품”이라 밝히면서도 소비자들의 니즈를 고려해 대량 유통이 가능한 유기농 와인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이마트도 내추럴 와인에 대한 수요를 고려해 가성비 뛰어난 내추럴 와인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글로벌 와인 회사와 협업하여 단독 상품을 20여 종 추가할 예정. 간석점을 중심으로 주류 특화 매장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24에서도 차별화된 라인업을 기획하고 있다. ‘꼬모’ 시리즈를 확대하는 한편 가성비 좋은 4만 원대 샤또네프 뒤빠쁘, 뛰느방이 편의점 소비자들을 위해 만든 배드보이 시리즈, 프리즈너와인 컴퍼니와 협업한 언쉐클드 등을 준비 중이라고. 다가오는 2022년 더욱 다양해진 한국 와인 시장이 기대된다. 

 강은영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홈플러스, CU, GS, 세븐일레븐, 이마트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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