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숙성의 비밀 #2 생산지별 참나무와 오크통

Written by와인인 에디터

같은 참나무라 하더라도 생산지에 따라 물성이 매우 다르며, 오크통으로 만들었을 때 숙성에 미치는 영향도 차별적으로 나타난다. 참나무의 결, 타닌의 함량, 밀도 등 와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소들이 원산지의 환경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프렌치 오크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크 종은 퀘르쿠스 페트라이아(Quercus Petraea)와 퀘르쿠스 로브르(Quercus Robur)로, 두 종 모두 화이트 오크에 속한다. 이중 퀘르쿠스 페트라이아는 조직이 더 세밀한 편이다.

프렌치 오크를 흔히 아메리칸 오크와 비교하는데, 후자는 쿠퍼1의 명성이 강조되는 반면 전자는 참나무의 세부 산지가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 프랑스의 주요 참나무 산지는 프랑스 중부의 알리에(Allier), 니에브르(Nièvre), 트롱쎄(Tronçais), 북동쪽의 보주(Vosges), 그리고 코냑 지역의 리무장(Limousin)을 꼽을 수 있다. 다섯 곳 중, 리무장만이 유일하게 퀘르쿠스 로브르 종을 생산한다.

프렌치 오크는 아메리칸 오크에 비해 결 구조가 더 촘촘하며, 나무의 타닌, 바닐린 및 기타 페놀성 화합물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와인에 향신료, 토스트, 꽃 향 등 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풍미를 부여한다. 부르고뉴 레드나 화이트, 보르도 블렌드 와인과 같이 섬세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 때 프렌치 오크가 선호되며, 특히 참나무 자체의 타닌 함량이 높기 때문에 레드 와인을 양조할 때 구조와 숙성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

결이 촘촘한 프렌치 오크 (사진: 위키피디아)

아메리칸 오크
화이트 오크인 퀘르쿠스 알바(Quercus Alba) 종이 사용된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 동부 지역에서 많이 길러지며, 버지니아, 미주리, 미네소타, 위스콘신의 참나무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프렌치 오크보다 밀도가 높은 편으로, 쪼개기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톱으로 잘라서 오크통으로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가 낮고 생산성도 높은 편이다.

나무 자체의 당분, 락톤(Lactone), 바닐린 화합물의 함유량이 많은 편으로, 바닐라, 코코넛, 달콤한 향신료 등 와인에 좀 더 직관적인 아로마와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부여한다. 아메리칸 오크의 높은 당분 함유량은 나무를 불에 굽는 토스팅 기법과 궁합이 좋다. 가볍게 토스팅한 오크통은 정향, 계피, 육두구와 같은 스파이시함이 두드러지며, 토스팅이 가해질수록 바닐라, 캐러멜, 견과류 등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가 강조된다.

슬라보니안 오크
동부 크로아티아의 슬라보니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크통은 피에몬테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아마로네를 비롯하여, 토스카나 와인을 만드는 데 널리 활용된다. 아메리칸 오크나 프렌치 오크보다 와인의 풍미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산화 과정도 느린 편이다. 다른 오크통에 비해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장점이 있다. 초대형 사이즈의 오크통 보띠(Botti)로 많이 제작된다.

헝가리안 오크
헝가리안 오크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참나무는 대부분 헝가리 남부의 메체키(Mecsek) 산맥과 북동부, 토카이 지역에 가까운 젬플렌(Zemplén) 산맥에서 길러진다. 두 숲 모두 프렌치 오크와 동일한 품종인 퀘르쿠스 페트라이아와 퀘르쿠스 로브르를 생산한다. 와인 양조에 있어 더 적합하다고 알려진 품종은 퀘르쿠스 페트라이아로, 젬플렌 산맥에서 나는 참나무의 95%를 차지한다. 특히 젬플렌 산맥은 바위가 많은 화산 토양, 높은 고도, 추운 기후와 긴 겨울을 가지며, 이로 인해 나무가 느리게 자라고 더 촘촘한 결을 가진 참나무가 생산된다. 헝가리안 오크통은 이탈리아 레드 와인, 미국의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론 품종 등 아로마틱한 레드 와인을 양조할 때 궁합이 좋다. 토카이 와인 생산자들 사이에서 많이 애용되며, 이들은 전통적인 사이즈인 곤치(Gönci)2 혹은 세레드네이(Szerednyei)3를 선호하는 편이다.

'퀘르쿠스 페트라이아'종의 참나무 (사진: 위키피디아)

러시안 오크
러시안 오크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유럽 국경에 위치한 코카서스(Caucasus)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퀘르쿠스 페트라이아에 속하며, 코카시안 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헝가리안 오크, 프렌치 오크와 유사하게 좋은 타닌 구조와 은은한 오크 풍미를 내며 과실미가 두드러지는 와인을 양조하기에 적합하다. 19세기 프랑스 지역의 숲이 줄어들면서 널리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흔히 볼 수는 없으나 여전히 프랑스 오크에 견줄만한 품질이라는 평가가 있다.

자료 조사·정리 이새미

  1. 쿠퍼(Cooper)오크통 생산자를 일컫는 말 ↩︎
  2. 곤치(Gönci) 136리터 사이즈의 전통적인 헝가리 오크통을 말한다. 토카이의 아쑤(aszú) 와인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
  3. 세레드네이(Szerednyei) 220리터 사이즈의 오크통으로, 최근 토카이 와인 생산자들에게 인기 있는 오크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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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4년 0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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