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 2022-02-04

2022년 한국 와인시장을 보는 키워드

와인시장은 해마다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는 곳은 아니다. 롱패딩이 가고 숏패딩이 오거나 무광보다는 유광이 돋보이는 유행의 급변은 이쪽 세계관이 아니다. 그보다는 […]
Written by : 강 은영

와인시장은 해마다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는 곳은 아니다. 롱패딩이 가고 숏패딩이 오거나 무광보다는 유광이 돋보이는 유행의 급변은 이쪽 세계관이 아니다. 그보다는 미미한 온도 변화가 감지되고 그 변화들이 쌓여 흐름이 된다. 예를 들면, 환경과 지속가능성(sustainablity)에 대한 이슈는 해마다 와인시장의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필자의 기억에 있는 지난 10여 년은 물론이고 그 이전부터 오랫동안. 그래서 지속가능성 이슈는 식상해졌다가 아니라 점점 무게감이 더해졌다. 와인생산자들에게는 한해의 키워드가 아닌 일생의 철학이고, 이제 그 책임은 와인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이들에게도 확산되고 있으니까. 저도주와 화이트 와인의 인기도 그렇다. 여전히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는 아니지만,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밖에 근래 이슈는 코로나19 특수상황에서 기인한 것이 많다. 코로나 3년차에 들어선 올해는 그 영향들이 더 또렷이 체감될지도 모르겠다. 업계 전문가들에게 올해 국내 와인시장의 전망을 물었을 때, 와인 수급의 어려움과 가격 인상의 압박을 많이 언급했다. 시장 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변화에 대한 빠른 대처가 주요해질 것이란 전망과 코로나 시국의 소비 갈증이 프리미엄 와인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 반대로 와인가격 인상의 여파가 덜 알려진 와인 산지의 가성비 아이템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인터뷰이들을 통해 들어보자. 한국 와인시장을 오래 지켜봐 온 업계 관계자 6인이 올해 국내 와인시장의 키워드를 두 가지씩 꼽았다.  

다가오는 가격 인상의 파도
피하고 싶지만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가격 인상의 파도가 올해 국내 와인업계에 밀려들 것이다. 2021년에는 세계 와인산지 곳곳이 냉해, 가뭄, 대화재, 폭우 등 형태는 다르지만 대자연이 준 시련으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전 세계 포도수확량은 역대급으로 낮았다. 게다가 유리병을 필두로 모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물류대란까지 겹쳐 적지 않은 폭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덜 유명한 와인산지로의 관심 확대
소비자들이 와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보면 원산지와 포도품종이다. 하지만 오늘의 현명한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이 두 가지 모두에서 훨씬 유연하다. ‘가성비’라는 화두가 와인선택에서 가장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와인을 공부를 하며 마시던 시절에는 원산지와 포도품종에 대해 나름의 리스트를 갖게 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가성비 헌터’로 와인을 접하는 이들이 많다. 가격 인상의 바람이 불면 덜 유명한 와인산지들이 더 매력적인 가성비를 뽐내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interviewee
신성호 / 나라셀라 와인연구소 이사
프리미엄화
코로나 3년차에 들어선 시점, 주요 국가의 소비형태는 보복소비와 가치소비의 믹스로 나타나고 있다. 와인시장에서는 더 나은 제품에 대한 갈증이 프리미엄화로 이어졌다. 2021년 국내 수입와인 금액은 9L 케이스당 $53에서 $65로 23% 성장했고, 이 성장의 중심에는 미국와인이 있었다. 한편 와인 소비 경향은 양극화로 나타나 저가는 저가대로 성장하고, 중고가 제품은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몇몇 브랜드가 행사와 프로모션으로 선도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고가제품은 아마도 가장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고가제품은 제한된 수량으로 판매량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브랜드(한국 시장에 집중하거나 생산량이 뒷받침되는 브랜드)가 프리미엄 제품군을 향후 10년간 주도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와인의 성장
칠레와 프랑스와인 위주의 와인시장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갈증으로 몇 가지 제품군(아르헨티나, 호주)으로 돌다가 미국와인으로 관심이 모이는 현상이 뚜렷하게 보인다. 미국와인은 2021년 수입통관기준 총수입금액이 전년대비 107% 성장해서 88년 이후 처음 프랑스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미국와인은 전체 와인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한편 새로운 와인을 찾는 와린이의 수요와 더 좋은 제품을 찾는 와인 마니아까지 충족시키면서 2022년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쉬운 브랜드 이름과 스토리, 믿을 수 있는 생산자와 유통단계, 세계 트랜드를 반영하는 빠른 움직임, 그리고 초저가부터 초고가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제품군과 생산력은 미국와인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interviewee
조현준 / 갤로 한국지사 대표
와인가격 상승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여러 가지 변화들 중에서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부분이 가격 상승의 압박이다. 전 세계가 공급망을 통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에서 원자재·부자재 수급의 어려움, 일손 확보의 어려움, 물류의 병목 현상,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급증, 인플레이션 가시화 등의 요인들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만 영향이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곳곳의 와인 생산자들은 가격 인상 압박에 직면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와인가격 상승 요인이 최종 소비자에게는 미치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올해가 와인가격 상승이 가시화되는 해가 아닐까 한다. 우려되는 지점은 와인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와인에 대한 생소함을 극복하고 와인을 즐기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느끼는 와인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거나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변화
2020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와인시장의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소매시장 기준으로 이미 1조원을 훌쩍 넘겼다는 것이 정설이다. 외연이 넓어짐에 따라 시장에 참가하는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적극적이다. 와인이라는 제품이 과거처럼 일부 마니아층 위주로 소비되거나 특정 시즌에 선물용으로 사용되는 성격에서 벗어나 다수 대중에게 관심 받고 소비되는 ‘소비재’ 성격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와인시장이 커지고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그 위상에 걸맞은 책임감 또한 요구할 것이다. 과거보다 더 투명하고 소비자 친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전반적으로 와인 소비층이 젊어지면서 트렌드 변화에도 더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interviewee
박재현 / (주)인디펜던트리쿼코리아 전략기획팀 팀장
재고 확보
부르고뉴는 우박, 나파 밸리는 산불로 2021년 빈티지 생산량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아마도 파는 것보다 사는 것이 어려운 한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SG
와인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외부에서도 와인업계를 전보다 더 가까이 주시하고 있다. 와인 업계도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ESG 경영을 실현할 때라고 생각한다.  
                         interviewee
이민우 / 카비스트 대표
화이트 와인의 성장
알코올이 낮고 가벼운 스타일 와인의 인기에 더불어 화이트 와인의 성장이 예상된다. 2000년 초반까지도 한국 와인시장은 레드 와인 점유율이 80%에 달했지만 최근엔 60%까지 떨어졌다. 화이트 와인은 아직은 저가 위주로 상승세를 보이지만 과거 레드 와인이 그랬듯 점차 가격대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와인이 특별한 날 마시는 술이 아닌 일상적인 술로 인식되면서 편안한 와인을 찾게 되고 그로 인해 화이트 와인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와인 소비의 양극화
2022년은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주류는 가장 먼저 긴축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저가 와인시장은 더욱 저가로 흐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초저가 와인들의 성공으로 추가적인 브랜드들이 런칭 될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대기업 유통망을 갖춘 한 두 브랜드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반면 이미 중고가 와인을 소비하는 이들은 점점 고급 와인을 찾게 될 것이다. 와인샵들은 가격할인 외에도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개성 있고 경쟁력 있는 판매 리스트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interviewee
오형우 / 코스모 엘앤비 대표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이 주요 키워드다. 비냐 콘차이토로 그룹의 경우 와인 생산을 위한 친환경 재배를 넘어 기업의 사회성과 공익성, 환경문제에 앞장서고 있다. 2021년에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게 부여하는 Bcorp 인증을 받았고, 이를 획득한 세계 최대 와이너리가 됐다. 비냐 콘차이토로 칠레에서는 포도 재배에 100%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 물 소비량을 병당 10% 절감하는 등 지속가능한 발전과 제로 웨이스트 경영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한 2025년까지의 중장기 플랜도 발표했다. 이러한 철학을 담은 와인 브랜드 런칭도 2022년에 앞두고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
또 다른 키워드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를 조합한 신조어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이다. 세계적인 것의 현지화를 의미하는 이 마케팅 용어는 이제 패션계 뷰티산업을 넘어, 국내 와인시장에도 적용된다. 단순히 와인 레이블이나 케이스에 한국적 색채를 입히는 것에서 나아가 와인 브랜드 스토리에 한국의 이야기를 담아 만드는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 와인시장의 소비 증가가 있다. 결과적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글로벌 브랜드 스토리가 한국의 고유한 이야기와 만나 시너지를 내면서 좋은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브랜드의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예상된다.  
                         interviewee
이유나 / 비냐 콘차이토로 와이너리 시니어 리저널 마케팅 매니저

글/사진 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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