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의 와인 드림: 페스 파커, 전설이 된 산타 바바라의 개척자

Written by뽀노애미

Hero of the Alamo to the White House Winemaker: 미국 대통령들의 만찬을 책임진 배우의 와인

데이비 크로켓(Davy Crockett)과 대니얼 분(Daniel Boone)을 연기해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배우 페스 파커. 그가 1988년 로스 올리보스(Los Olivos) 건너편의 폭센 캐년 랜치(Foxen Canyon Ranch)를 구매하고 1989년 리슬링을 재배하면서 시작된 페스 파커 와이너리는 오늘날 산타 바바라 카운티(Santa Barbara County)의 대표적인 유산 와이너리로 자리매김했다.

페스 파커(Fess Parker)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의 결혼식,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 도서관 개관식, 2001년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 백악관 만찬 행사에 와인을 공급하며 미국 사회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페스 파커 와이너리는 가족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3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와인 & 스피릿(Wine & Spirits)>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TOP 100 와이너리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를 안았다.

The Hidden Wine Treasure: 지금, 산타 바바라를 주목하라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과 동서로 뻗은 산맥 덕분에 큰 일교차를 가진 산타 바바라 지역은 포도 재배에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특히 서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규조토(diatomaceous earth) 침적층이 있는 이 지역의 해양성 토양은 와인에 독특한 미네랄리티를 부여한다.

페스 파커 와이너리가 위치한 산타 바바라 카운티는 독특한 지형과 기후로 인해 미국 내에서도 특별한 와인 생산지로 평가받는다. 이곳은 동서로 뻗은 계곡과 변화무쌍한 일교차, 해양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와인이 탄생한다.

특별한 테루아, 차별화된 와인

페스 파커 와이너리는 산타 리타 힐스(Sta. Rita Hills)와 산타 마리아 밸리(Santa Maria Valley)의 다양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산타 리타 힐스 피노 누아 2021'은 <와인 앤 스피릿> 매거진 선정 '올해의 미국 피노 누아'에 선정되며 92점을 받았고, '애슐리스 피노 누아 2020'은 <와인 인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로부터 95점을 받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페스 파커 와이너리는 자체 소유한 애슐리스 빈야드(Ashley's Vineyard)와 파커 웨스트 빈야드(Parker West) 외에도 산포드 & 베네딕트 빈야드(Sanford & Benedict Vineyard), 비엔 나시도 빈야드(Bien Nacido Vineyard), 피들스틱스 빈야드(Fiddlestix Vineyard) 등 명성 높은 포도밭에서 포도를 공급받아 와인을 생산한다.

The Terroir Translator: 블레어 폭스(Blair Fox)

블레어 폭스(Blair Fox)는 2005년부터 페스 파커 와이너리의 수석 와인메이커로 일하며 와인 생산을 이끌고 있다. UC 데이비스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학을 공부한 그는 산타 이네즈(Santa Ynez)의 선스톤(Sunstone) 와이너리와 호주의 하셀그로브(Haselgrove) 와이너리 등에서 실력을 쌓았다.

산타 바바라 지역을, 특히 그곳의 땅과 기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이 지역만의 특성을 와인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해마다 달라지는 날씨 조건과 포도 품종별 차이를 정확히 파악해 와인에 반영하며, 각 포도밭이 가진 고유한 특징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그의 와인에서는 산타 바바라 지역의 다양한 토양과 특별한 기후가 만들어내는 맛과 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 국제 와인 대회에서 '앙드레 첼리체프(Andre Tchelistcheff) 올해의 와인메이커 상'을 받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았고, 오늘날 산타 바바라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와인메이커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석 와인메이커 블레어 폭스(Blair Fox)

Family Legacy in Every Bottle: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추구하는 가족 기업

가족 소유 및 운영 기업으로서 페스 파커 와이너리는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추구한다. 자사의 로드니스 빈야드(Rodney's Vineyard)는 SIP(Sustainability in Practice) 인증을 받았으며, 자연 토양 관리와 자연 해충 방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와인 제조 기술과 현대적 환경 보호 철학'이 페스 파커 와이너리의 정체성이다. 가족의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혁신을 멈추지 않는 이들에게 토양과 자연환경에 대한 존중은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이 된다.

환경친화적 경영 철학도 돋보인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갖춘 와인 생산 시설, 전기 지게차 사용, 재활용 가능한 배송 자재, 가벼운 무게의 유리병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회사의 핵심 가치다. 그 결과 페스 파커는 연간 탄소 배출량을 45% 줄이는 성과를 이루며 지역 내 다른 와이너리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과 이익 공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 환경 보존과 교육에 기부하며 지역사회와 상생한다. 이처럼 페스 파커 와이너리는 가족 기업의 가치와 전통을 지키면서, 품질 높은 와인 생산과 함께 지구와 사회를 위한 책임을 다하고 있다.

Frontier Spirit: 나파 밸리를 향한 또 하나의 모험

페스 파커의 와이너리는 산타 바바라 카운티를 넘어 나파 밸리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미국 와인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영화배우에서 와인메이커로 변신한 페스 파커의 열정은 세 세대를 거쳐 미국 와인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으며, 그의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글로벌 와인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혁신적인 와인 제조 기술과 끊임없는 품질 추구의 결과다. 페스 파커는 전통적인 와인 메이킹 방식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기술을 접목해 독특한 캘리포니아 테루아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지역의 미세 기후와 토양 특성을 깊이 연구하며 포도 품종별 최적의 재배 조건을 찾아내는 노력이 돋보인다.

나파밸리 진출은 페스 파커의 와인 철학을 더 넓은 무대에서 펼치고자 하는 포부의 실현이다. 새로운 지역에서도 지속 가능한 농법과 정교한 와인 제조 기술을 통해 그들만의 차별화된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확장이 아닌, 다양한 테루아를 탐험하며 미국 와인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려는 시도다.

지난 2월 26일 페스 파커 와인 디너를 진행한 페스 파커의 외손자 스펜서 슐(Spencer Schull)

Adventure in a Glass: 깊이 있는 테이스팅 노트

지난 2월 26일(수), 서울 낭가에서 열린 '페스 파커 와인 디너'에서는 페스 파커 와이너리의 샤르도네, 피노 누아, 카베르네 소비뇽 등 5가지 와인이 선보였다. 페스 파커의 외손자인 스펜서 슐(Spencer Schull)이 직접 참석한 이번 행사는 와인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각 와인의 특성을 살려주는 리델 글라스의 세심한 매칭은 참석자들에게 와인 본연의 풍미를 우아하게 표현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테이스팅한 와인들

샤르도네 산타 바바라 카운티(Chardonnay Santa Barbara County) 2022

산타 바바라 카운티 내 5개 빈야드(41% 로스 알라모스, 30% 로드니스, 16% 비엔 나시도, 8% 애슐리스, 5% 리오 비스타)의 포도를 블렌딩하여 프렌치와 헝가리안 오크(28% new)에서 숙성시켰다.

연한 골드 컬러를 띠며, 신선한 레몬 크림, 초록 사과, 배, 파인애플의 풍부한 과일향이 느껴진다. 이어서 바닐라, 아몬드, 그레이엄 크래커, 비스코티, 오크의 부드러운 향미가 조화를 이룬다. 중간 바디의 부드러운 질감과 균형 잡힌 산도가 돋보이며, 깔끔한 백도와 레몬의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와인 인수지애스트와 젭 던넉(Jeb Dunnuck)에서 각각 90점을 받았다.

애슐리스 샤르도네 산타 리타 힐스(Ashley's Chardonnay Sta. Rita Hills) 2019

애슐리스 빈야드의 G, H, I, J 블록에서 수확한 포도를 100% 배럴 발효하여 9개월간 프렌치 오크(40% new)에서 숙성시켰다.

밝은 골드 컬러의 이 샤르도네는 서양 배, 레몬 크림, 구운 파인애플의 향이 먼저 다가오고, 이어서 바닐라, 브리오슈, 삼나무향이 펼쳐진다. 신선한 산도와 미네랄리티가 인상적이며, 구운 레몬, 토스트, 소금기 있는 미네랄 풍미가 긴 여운을 남긴다. 와인 인수지애스트에서 94점, 비노스(Vinous)에서 93점, 젭 던넉에서 91점을 받았다.

피노 누아 산타 리타 힐스(Pinot Noir Sta. Rita Hills) 2021

산타 리타 힐스 지역의 여러 빈야드(47% 리오 비스타, 25% 애슐리스, 14% 파커 웨스트, 14% 샌포드 & 베네딕트)에서 수확한 포도를 10개월간 프렌치 오크(21% new)에서 숙성시켰다.

깊은 루비 컬러를 띠며, 신선한 블랙 체리, 자두, 크랜베리, 야생 딸기의 풍부한 향에 바닐라, 밀크 초콜릿, 삼나무, 넛맥, 베이킹 스파이스, 블랙 티, 샌달우드, 숲의 바닥(forest floor) 향이 층층이 더해진다. 견고한 구조와 타닌, 신선한 석류, 장미, 크랜베리의 풍미가 긴 여운을 남긴다. 와인 & 스피릿에서 92점, 와인 인수지애스트에서 91점을 받았다.

애슐리스 피노 누아 산타 리타 힐스(Ashley's Pinot Noir Sta. Rita Hills) 2020

애슐리스 빈야드 블록 T, U, W에서 수확한 포마르, 115, 114 클론의 피노 누아를 16개월간 프렌치 오크(46% new)에서 숙성시켰다.

깊은 루비 컬러의 이 피노 누아는 농익은 블랙 체리, 보이즌베리, 자두에 제비꽃 향이 더해지고, 초콜릿, 바닐라, 시가 박스의 복합적 향이 뒤따른다. 부드러운 타닌과 높은 산도가 조화를 이루며, 크랜베리, 허브, 멀베리의 풍미가 길고 우아한 여운을 선사한다. 와인 인수지애스트에서 95점,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92점, 젭 던넉과 비노스에서 각각 91점을 받았다.

애덴덤 카베르네 소비뇽 스테이지코치 빈야드 아틀라스 피크(Addendum Cabernet Sauvignon Stagecoach Vineyard Atlas Peak) 2018

피노 누아 러버인 기자에게 "나, 카베르네 소비뇽 좋아하나?"란 의문을 갖게 한 와인, 피노 누아를 전문으로 하는 와인메이커가 양조한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나파 밸리 아틀라스 피크의 명성 높은 스테이지코치 빈야드에서 수확한 100% 카베르네 소비뇽을 26개월간 프렌치 오크(50% new)에서 숙성시켰다. 총 생산량 302 케이스로 매우 한정적이다.

깊고 농축된 색상의 이 카베르네 소비뇽은 카시스, 블랙베리, 블랙 플럼의 진한 과일향에 커피, 아카시아 꽃, 연필 깎은 향, 촉촉한 흙, 숙성된 담배 향이 복합적으로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카시스, 레드 커런트, 블랙 체리, 베이커스 초콜릿, 베이킹 스파이스, 민트의 풍미가 단단한 타닌과 함께 나타난다. 젭 던넉에서 94+점, 와인 인수지애스트에서 92점, 와인 & 스피릿과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에서 각각 90점을 받았다.

문의 까브드뱅
▶홈페이지 cavedevin.com
▶인스타그램 @cavedevin

글·사진 뽀노애미 사진·자료 제공 까브드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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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5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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