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피스코 & 칵테일 쇼: 500년 전통 와인 증류주의 다재다능함을 증명하다

Written by신 윤정

피스코(Pisco)는 칠레의 대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증류주다. 안데스산맥에서 눈이 녹아내려오는 물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하는 것이 1단계, 지역 천연자원인 구리로 만든 증류기로 알코올을 분리하는 것이 2단계, 추가 숙성 여부나 기간, 방식에 따라 종류는 다양하지만 이 1~2단계를 기본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소주만큼 흔한 일상의 술인 피스코는 칠레인들의 영혼을 달래는 국민 술이다. 물론 원료나 생산 방식으로 따지자면 희석식보다는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와 훨씬 닮았다. 하지만 칵테일 마니아나 칠레 여행 유경험자가 아니라면 아직 한국에선 피스코가 낯선 게 사실. 그래도 국내 와인 수입량 1위국이 칠레인 만큼 두 나라 사이에 통하는 입맛 같은 게 있진 않을까? 지난 12월 12일(금), 이를 확인해 볼 실험적이고도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주한칠레대사관과 프로칠레(ProChile), 피스코 칠레(Pisco Chile)의 협력으로 ‘칠레 피스코 & 칵테일 쇼(Chilean Pisco & Cocktail Show)’가 개최된 것. 이날 국내 탑 바텐더 5인이 선보인 칵테일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피스코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2월 12일 개최된 '칠레 피스코 & 칵테일 쇼'

국내 와인 수입량 1위국 칠레, 증류주 시장도 노린다

피스코의 다재다능한 매력을 알리기 위해 주한칠레대사관의 무역대표부인 프로칠레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손을 잡았다. 그 중심엔 김이창, 배세민, 이병석, 한정민, 홍만기 등 다섯 명의 국내 대표 바텐더가 있다. 프로칠레가 칠레에서 특별히 공수한 피스코 샘플을 전해 받은 이들은 어디에나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피스코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마술을 부렸고, 그 화려한 변신을 확인하는 마술쇼가 지난 12일 소피텔 앰버서더 호텔의 루프바 ‘라티튜드32’에서 열렸다. ‘칠레 피스코 & 칵테일 쇼’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50여 명의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와 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는데, 2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MC로 마이크를 잡은 이는 칠레 와인과 인연이 깊은 양윤주 소믈리에. 그는 칵테일 쇼에 앞서 미니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칠레 피스코의 생산지와 역사, 종류 등 전문 지식을 전하며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2017년 칠레 방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칠레에선 어딜 가나 피스코 칵테일이 있다. 상큼한 ‘피스코 사워’부터 편안하게 음식에 곁들이기 좋은 ‘피스콜라’ 등 피스코 칵테일을 마시러 칠레를 다시 가고 싶을 정도”라는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우측부터 순서대로) 마티아스 프랑케(Mathias Francke Schnarbach) 주한 칠레 대사, 홍만기 바텐더, 한정민 바텐더, 이병석 바텐더, 양윤주 소믈리에, 김이창 바텐더, 펠리페 우마나 세론(Felipe Umana Ceron) 프로칠레 상무관, 배세민 바텐더

500여 년을 이어온 칠레 고유의 문화유산인 피스코를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마티아스 프랑케(Mathias Francke Schnarbach) 주한 칠레 대사도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피스코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약 500년에 이르는 깊고도 풍부한 역사를 간직한 칠레의 귀한 문화유산이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칠레 농업 문화의 정수이며, 포도의 향긋함을 고스란히 담아 피스코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닌 증류주로 빚어낸 숭고한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라는 마티아스 프랑케 대사의 축사를 통해 칠레인들에게 피스코가 가지는 상징성을 알 수 있었다. 칠레를 다녀온 사람들에 의하면 대부분 가정에 항상 한두 병쯤은 있고, 현지에서 흔한 라임 즙과 캐주얼하게 섞어 마시는 술이 피스코라고 하는데, 이렇게 ‘국민 술’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피스코는 칠레 땅에서 어떤 역사를 거쳐 왔을까?

피스코 D.O. 지역 (사진 제공 피스코 칠레)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D.O.

대항해시대가 정점에 이른 16세기 초,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비티스 비니페라 포도나무가 남미에 도착했다. 비옥한 토양에서 번성한 포도나무들은 지금의 피스코 산지까지 도달했고, 이곳에서 재배된 포도는 뛰어난 당도를 자랑하며 훗날 칠레 와인 산업의 근간을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온화한 칠레에서 와인을 멀리까지 운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포도나무는 무성히 자라나고 많은 양의 와인이 계속해서 생산될 그때, 스페인 출신의 정착민들은 본국의 브랜디 ‘오루호(Orujo)’를 떠올렸다. 본디 와인 양조의 잔여물인 포도 찌꺼기를 증류한 술이지만, 정착민들은 아이디어만 가져와 와인 그 자체를 증류해 보기로 했다. 증류기는 지역 천연자원에 빚을 지고 만들었는데, 바로 구리였다(칠레는 오늘날 세계 최고의 구리 생산국이며 특히 피스코 산지가 있는 북부에 구리 광산이 집약되어 있다는 점을 참고하자). 이렇게 구리 증류기로 알코올을 분리해 낸 술은 스페인 정착민들에게 ‘오루호’라는 고향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수요에 따라 이 증류주는 칠레 내에서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이때 보관과 운반을 하던 점토 용기의 이름이 ‘피스코스(Piscos)’였다. 모두가 짐작하듯, 사람들은 곧 이 술 자체를 피스코라 부르게 되었다.

피스코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구리 증류기 (사진 제공 피스코 칠레)

1931년, 칠레 정부는 피스코를 공식적인 원산지 보호 명칭(D.O.:Designation of Origin)으로 지정하고 법적으로 보호하기 시작했다. 피스코가 칠레의 중요한 문화유산이기에 정부 차원에서 발 빠른 조치를 한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D.O.인 피스코(Pisco) D.O.의 지정은 정해진 존(zone)이 아닌 곳에서 만들어진 와인 증류주는 피스코라 부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칠레에는 6,800헥타르 이상의 피스코 포도 재배지가 있는데, 광대한 안데스산맥이 동서로 이어지며 완만한 산악지대로 변하는 칠레 북부에 모여 있다. 크게 아타카마(Atacama)와 코큄보(Coquimbo) 지역으로 구성되는 피스코 D.O.는 다시 다섯개 세부 산지로 나뉜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라 불리는 아타카마 지역에는 코피아포(Copiapó) 밸리와 우아스코 리버(Huasco Rivers)가 포함되고, 멋드러진 해안선과 세계적인 별 관측소로 유명한 코큄보는 와인 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엘퀴(Elqui)와 리마리(Limarí), 초아파 리버(Choapa River) 밸리를 아우른다. 피스코 양조에 허용된 품종은 뮈스카 계열 세가지와 토론텔(Torrontel), 페드로 히메네즈(Pedro Jiménez) 등 다섯 가지. 모두 아로마가 강조되는 품종이다. 연중 300일 이상 맑은 하늘을 자랑하는 칠레 북부의 청명한 날씨와 큰 일교차 덕분에 이 포도들은 더욱 농축되고 달콤함이 가득하게 된다. 증류주인 피스코에서 와인에서 느껴지는 포도 품종 본연의 꽃과 과일 아로마가 느껴지는 이유 아닐까.

(사진 제공 피스코 칠레)

섬세하거나 강렬하거나

피스코는 불연속 증류기(Discontinuous Stills)에서 얻어진 증류 원액 중 가장 순수한 부분인 하트(heart)만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순도와 관능적 특성에 따라 1~3회 증류된 원액은 알코올 도수 60~73%를 지니는데, 이후 탈염수로 농도가 조절되며 최종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 카테고리로 나뉜다. 우선 ‘스페셜(Special)’은 가장 가볍고 섬세한 스타일으로 알코올 도수는 35%이다. 다음은 ‘리제르바도(Reservado)’. 40%의 알코올 도수와 함께 조금 더 견고한 풍미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알코올 도수 43% 이상인 가장 강렬하고 대담한 ‘그랜드 피스코(Grand Pisco)’가 있다. 대부분의 증류주와 마찬가지로 숙성 방식과 기간에 따른 분류도 있다. 추가 숙성을 하지 않아 투명한 색을 띠는 트랜스퍼런트(Transparent), 나무 배럴에서 180일간 숙성하여 복합 미묘한 매력의 ‘피스코 데 구아르다(Pisco de Guarda)’, 360일간 숙성하여 보다 성숙한 맛을 내는 ‘피스코 엔베헤시도(Pisco Envejecido)’ 등 세 카테고리가 그것. ‘칠레 피스코 & 칵테일 쇼’에서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10종의 피스코와 칵테일을 테이스팅해 볼 수 있었다.

‘칠레 피스코 & 칵테일 쇼’ 현장

5인 10색 피스코 칵테일

서울 시내 유수의 바에서 근무하는 다섯 명의 바텐더는 각자 2종의 피스코를 활용하여 특별한 레시피를 개발했다. 한국의 전통 음료인 식혜를 활용한 칵테일부터 겨울 과일인 딸기를 활용한 칵테일, 겨울 톤 향신료와 티를 활용한 칵테일 등 기발하고 참신한 레시피로 칠레 피스코의 매력을 전달한 바텐더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이창 바텐더

이번 ‘칠레 피스코 & 칵테일 쇼’를 함께할 바텐더들을 모으는 역할을 기꺼이 맡아준 김이창 바텐더. 그가 칠레 피스코를 처음 접한 건 약 4달 전, 몸담고 있는 바를 방문했던 고객이 곧 국내 론칭 예정이라며 선물로 건넨 ‘와카르(Waqar)’였다고 한다. 해당 피스코는 마침 이번 행사에서 프로칠레가 시음용으로 별도 준비한 제품 중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는 “여러 술을 자주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 좋은 술에 대한 역치가 높아져서 무뎌지는 경우가 많다. 오랜만에 굉장히 좋은 술을 받았다고 생각했던 게 ‘와카르’인데 이렇게 행사장에서 다시 보게 돼서 굉장히 반갑다”라는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시선으로 본 국내 시장에서 칠레 피스코의 가능성은 어떨까? 그는 “바텐더들끼리 얘기하다 보면 국내에도 오드비와 같은 숙성되지 않은 브랜디의 수요가 항상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부분을 피스코가 충당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편”이라며, “이번 행사처럼 업계에도 칠레 피스코를 알리는 자리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김이창 바텐더

김이창 바텐더는 ‘푸에고스(Fuegos)’의 두 가지 피스코를 활용한 칵테일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의 다른 피스코들보다 단맛이 좀 더 부각되어서 그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디자인했다”는 게 그의 설명. 우선 주한칠레대사관과 프로칠레 관계자들이 무척이나 반가워했던 칵테일 모테 콘 우에시요(Mote con Huesillo)가 있다. 칠레에서 옥수수와 복숭아를 넣어 여름철에 주로 마시는 국민 음료인데, 김이창 바텐더는 “캐러멜과 바닐라의 단맛이 좀 더 부각된 ‘푸에고스 에이지드(Fuegos Aged)’와 복숭아 티로 만든 코디얼, 초당 옥수수, 옥수수 퓨레, 우유를 이용해” 칵테일 버전을 만들었다. 다음은 피스코 쿨러(Pisco Cooler). 앞선 칵테일에서 구수한 누룽지를 연상시키는 친숙함과 바닐라의 달콤함, 밀도감이 느껴졌다면 이어진 피스코 쿨러에서는 시트러스 노트가 강조된 상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가벼운 단맛과 화이트 스피릿 특유의 에스테르 향이 잘 느껴지는 ‘푸에고스 리저브(Fuegos Reserved)’의 개성을 살려서, 사과주스, 레몬주스, 진저 시럽을 넣어 청량하고 가벼운 칵테일을 만들었다”라는 그의 설명에서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이창 바텐더의 피스코 칵테일과 사용한 제품들

배세민 바텐더

“칵테일을 다루는 바라면 피스코 한 병쯤은 백바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시작한 배세민 바텐더. 그는 “다른 스피릿에 비해 피스코는 아직 많은 관심을 받진 못하는 언더독”이라면서도 “이번 기회로 칵테일 기주로서 피스코가 지닌 잠재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라며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행사에 선보인 피스코들은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럼에도 프로칠레가 미디어 및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행사를 진행한 것은 ‘칠레 피스코’ 자체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 컸다. 배세민 바텐더도 이에 호응했는데, “칠레 피스코의 맛이나 품질은 이미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사람들 눈앞에 계속 노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아른거리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피스코를 한번 접한 뒤에는 그 매력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행사의 성공을 기원했다.

배세민 바텐더

‘칠레 피스코’를 주제로 한국에서 열리는 첫 행사인 만큼 배세민 바텐더는 파티에 어울리는 칵테일들로 준비했다. 펀치와 스파클링이라는 대중 장르에 그의 창의성을 곁들여. 이름부터 유쾌한 피식 펀치(Pi-Sik Punch)는 피스코와 식혜가 만난 칵테일이다. 배세민 바텐더는 “칠레의 피스코와 한국의 라이스 펀치로 불리는 전통 음료 식혜를 접목하여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라는 설명에 이어 “피스코와 어우러진 삭힌 식혜를 통해 고소한 풍미와 발효취를 같이 느낄 수 있는 칵테일”이라 소개했다. 직접 구운 땅콩 튀일이 얹어져 비주얼적으로도 즐길 포인트가 있고, ‘피식’ 웃게 하는 작명 센스가 재미도 더했던 칵테일. 배세민 바텐더가 준비한 또하나의 칵테일은 칠레 75(Chile 75)였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드는 프렌치 75(French 75) 칵테일을 트위스트한 것.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청량함을 주는 스파클링”이라고 생각해 만들었다고. 그는 “직접 주입한 탄산과 한국의 겨울 과일인 딸기를 활용해 만든 슈럽(Shrub)으로 기분 좋은 산미를 더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가니쉬로 더해진 붉은 빛의 체리 젤리가 시선을 빠르게 모은 덕분인지, 칠레 75는 준비한 수량을 가장 빨리 소진하며 인기를 끌었다.

배세민 바텐더의 피스코 칵테일과 사용한 제품들

이병석 바텐더

전 세계 40개국 이상으로 수출되는 칠레 피스코는 도화지와 같은 매력에 힘입어 다양한 칵테일로 활용된다. 가장 대중적인 칵테일은 앞서 양윤주 소믈리에도 언급했던 피스코 사워와 피스콜라일 것이다. 이병석 바텐더는 피스코가 한국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선 “소비자가 알고 주문할 수 있는 피스코 칵테일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러한 클래식 칵테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병석 바텐더

그가 선보인 칵테일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선 모던 클래식 칵테일인 가브리엘라(Gabriella)가 있다. “딸기와 피스코의 조합이 굉장히 맛있는 칵테일로, 상큼함을 유지하면서 겨울에 어울리는 약간의 스파이스를 가미하여 트위스트했다”라는 이병석 바텐더의 설명처럼, 가브리엘라에선 새콤달콤함과 계절감이 동시에 전해졌다. 반면 비터스 앤 소다(Bitters and Soda)는 그가 좋아하는 논알코올 음료를 응용한 칵테일이다. “비터스 앤 소다는 원래 탄산수에 약간의 아로마틱 비터를 넣어 마시는 음료다. 이번 행사에선 모과와 캐모마일 터치가 들어간 피스코 하이볼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다”라고 이병석 바텐더는 소개했는데, 쌉싸름함과 탄산의 청량감, 따뜻한 겨울 향신료의 향이 입안에서 독특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병석 바텐더의 피스코 칵테일과 사용한 제품들

한정민 바텐더

남미는 누구나 한 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칠레에선 어딜 가나 피스코 칵테일을 마실 수 있어, 여행의 추억을 곱씹기에 피스코 칵테일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한정민 바텐더도 “남미 사람들 혹은 그곳을 여행한 사람들이 한국에 오면 항상 부족한 피스코 리스팅에 아쉬워했다”라는 점을 떠올렸다. 그에게 이번 행사는 다양한 피스코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는데, “그동안 칠레 피스코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고 천천히 알려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이 먼저 바에 진입하고, 다른 라인업들도 자연스럽게 리스팅되면 좋겠다”라는 한국 시장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정민 바텐더

한정민 바텐더가 준비한 두 칵테일은 모두 독특한 개성을 지녔다. “라임을 까맣게 훈연하거나 청피망을 초콜릿과 함께 쓰는 등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칠레에선 낯익은 재료들의 조합을 활용했다”라는 것이 레시피 개발의 배경이다. 훈연한 라임과 피스코를 활용한 블랙 라임 사워(Black Lime Sour)는 “이국적인 풍미가 사워 칵테일에 복합미를 더한” 칵테일이다. 그의 설명대로 블랙 라임 사워에는 스모키한 향과 청량감이 공존했는데, 그 낯설고도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조화가 묘하게 매혹적이었다. 두번째 칵테일, 벨 페퍼 카카오 피즈(Bell Pepper Cacao Fizz)는 청피망과 초콜릿이 조화를 이룬 칵테일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카카오 피즈에 청피망의 플레이버를 더했다”라고. 풍성한 크림 층이 부드러운 질감을 제공하고 초콜릿의 쌉쌀함과 피망의 야채 향이 독특한 매력을 전했다.

한정민 바텐더의 피스코 칵테일과 사용한 제품들

홍만기 바텐더

홍만기 바텐더가 만든 두 칵테일은 겨울이라는 계절감과 연말 느낌이 충만했다. 우선 피스코 펀치(Pisco Punch)는 “다채로운 피스코 향을 더욱 재밌게 느낄 수 있는 펀치 드링크”로 만들었다고 한다. 팔각과 같은 겨울에 어울리는 다양한 향신료와 티를 사용한 칵테일인데, 그 달콤함과 향신료 향에서 오는 따뜻한 겨울 느낌이 가득했다. 앓던 감기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느낌.

홍만기 바텐더

다음 칵테일인 로즈 사워(Rose Sour)는 “피스코에 플로럴한 느낌을 부각시킨 사워 타입의 칵테일”이다. 홍만기 바텐더는 “붉은 색상과 플로럴한 뉘앙스가 장미꽃을 연상시킨다”라고 소개했다. 영롱한 장미빛이 아름다운 로즈 사워는 말린 장미의 진하고도 강렬한 향이 약간의 산미와 쌉싸름함과 완벽히 어우러졌다. 연말에 어울리는 화려함을 갖췄달까!

홍만기 바텐더의 피스코 칵테일과 사용한 제품들

글·사진 신윤정 사진·자료 제공 프로칠레, 피스코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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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5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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