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녜도 채드윅, 칠레 와인의 위대한 유산에 대하여

Written by신 윤정

비녜도 채드윅의 버티컬 라이브러리 에디션(Vertical Library Edition)이 출시된다. 채드윅 가문의 프라이빗 라이브러리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비녜도 채드윅 2009, 2010, 2011 빈티지 와인을 전 세계 컬렉터들을 위해 단 700케이스만 한정 출시하는 것이다. 이를 맞아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의 식음료부 이사 정하봉 소믈리에와 세 빈티지 와인의 버티컬 테이스팅을 진행했다. 칠레 최초의 100점 와인과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대표 소믈리에의 만남. 칠레 와인 산업과 대한민국 와인 업계의 선두에 서서 발전을 이끌어온 두 아이콘의 품격 있는 콜라보를 소개한다.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의 식음료부 이사 정하봉 소믈리에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

비녜도 채드윅과 정하봉 소믈리에의 첫 만남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된 ‘제13회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대표 소믈리에로 출전했던 정하봉 소믈리에는, 대회의 공식 프로그램 중 하나로 비녜도 채드윅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와이너리에서 준비한 저녁 만찬에서 당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던 채드윅 패밀리의 프리미엄 와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마이크를 잡은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 회장은 “와이너리 최고의 와인”으로 비녜도 채드윅을 소개했다.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셀러에 그대로 보관하여 최상의 상태인 비녜도 채드윅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채드윅 회장의 코멘트를 들으며 정하봉 소믈리에가 맛본 와인은 그의 소믈리에 인생 최고의 칠레 와인이 되었다.

돈 알폰소 채드윅

칠레를 대표하는 유수의 프리미엄 와인 브랜드들을 보유한 비녜도 파밀리아 채드윅(Viñedos Familia Chadwick)에서도 비녜도 채드윅은 가문의 이름을 걸고 나온 와인이기에 상징성을 갖는다. 그만한 특별한 스토리가 있음 직한데, 소개하자면 이렇다. 1942년 에두아르도 채드윅 회장의 아버지 돈 알폰소 채드윅(Don Alfonso Chadwick)은 마이포 밸리의 푸엔테 알토에 300헥타르 규모의 땅을 구입하고 가족이 머무를 터전을 마련했다. 그가 평생 열정을 쏟은 두 가지, 와인과 폴로에 대한 꿈 모두를 실현할 수 있는 완벽한 땅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까베르네 소비뇽을 위한 최고의 떼루아라 불리던 포도밭이 있었고, 칠레 국가대표 폴로팀의 주장을 맡을 정도로 유망한 폴로 선수였던 그가 폴로 경기장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공터도 있었기 때문이다. 훗날 와이너리 비즈니스를 물려받은 아들 에두아르도 채드윅은 아버지의 폴로 경기장이 있던 땅의 큰 잠재력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를 설득한 끝에 1992년 폴로 경기장에 까베르네 소비뇽 포도밭을 조성했다. 바로 1년 뒤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완성된 와인을 보지 못했지만, 아들은 1999년 첫 빈티지 와인을 출시하며 ‘비녜도 채드윅’이라 이름 붙이고 아버지에게 헌사했다. 20년이 훌쩍 넘은 오늘날, 비녜도 채드윅은 돈 알폰소 채드윅을 기리는 헌정 와인이자 가문의 오랜 유산과 전통을 상징하는 와인이 되었다.

폴로 경기장에 조성된 비녜도 채드윅 포도밭

칠레 와인의 한계를 뛰어넘다

칠레 최고의 와이너리에서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만든 최상급 와인이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비녜도 채드윅은 칠레 와인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1999년 첫 빈티지 이후 비녜도 채드윅은 세계 무대에서 굵직굵직한 기록을 세우며 칠레 와인의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기록 중 하나로 ‘칠레 최초의 100점 와인’ 타이틀을 들 수 있다. 2016년 5월, 비녜도 채드윅 2014 빈티지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100점을 받은 건데, 칠레 와인 최초로 국제 와인 평론가에게 100점을 받아 비녜도 채드윅뿐만 아니라 칠레 와인의 역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꽃길이 펼쳐졌던 것은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 비녜도 채드윅은 칠레에서는 프리미엄 와인이 나올 수 없다는 와인업계의 편견에 직접 맞서며 자신을 알려야 했다.

베를린 테이스팅 현장

약 20년 전, 에두아르도 채드윅은 자신의 프리미엄 와인들이 칠레 와인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직접 이벤트를 기획했다.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의 유명한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일명 ‘베를린 테이스팅(Berlin Tasting)’. 그리하여 2004년 1월 23일,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들이 베를린으로 모였고, 칠레 프리미엄 와인들과 보르도 그랑 크뤼 1등급, 슈퍼 투스칸 와인들을 한자리에 놓고 블라인드 테이스팅 방식으로 순위를 매겼다. 비녜도 채드윅은 여기서 2000 빈티지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며 칠레 프리미엄 와인의 품질과 잠재력을 입증했다. 그것도 로버트 파커가 100점을 준 샤토 라피트 로쉴드 2000 빈티지를 3위에 두고서.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첫 베를린 테이스팅 이후 2013년까지 홍콩, 베이징, 도쿄, 런던, 뉴욕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총 22회의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이어졌고, 비녜도 채드윅은 늘 상위권에 랭크되며 와인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정하봉 소믈리에는 비녜도 채드윅을 “한계를 뛰어넘는 와인”이라 정의했다. “와인업계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삼아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규모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이벤트를 열었고, 이를 통해 칠레 와인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비녜도 채드윅이 갖는 의미가 크다”라고. 정하봉 소믈리에 역시 대한민국 와인업계에선 누구나 알만한 ‘한계를 뛰어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국내 최초로 국가대표 소믈리에의 자격으로 세계 소믈리에 대회에 나간 것도 그렇고, 소믈리에로 시작했지만 유리천장과 같은 편견을 직접 깨부수고 인터내셔널 호텔의 임원이 된 것도 그렇다. 우리에게 정하봉 소믈리에가 그러하듯, 칠레 와인업계에 있어서도 비녜도 채드윅은 자랑스러운 상징적 존재임이 분명하다.

버티컬 라이브러리 에디션

3월 29일(수), 비녜도 채드윅의 2009, 2010, 2011 빈티지로 구성된 버티컬 라이브러리 에디션이 전 세계 단 700케이스 출시되었다. 그동안 가치를 증명하고도 빈티지별 평균 5,000병~10,000병 사이로 워낙 소량 생산하여 올빈으로 만나기는 더욱 어려웠던 비녜도 채드윅이라 컬렉터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것도 채드윅 패밀리의 프라이빗 셀러에서 갓 꺼낸 상태로 받을 수 있다니 소장 가치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출시에 앞서 먼저 테이스팅한 정하봉 소믈리에의 테이스팅 노트로 와인을 만나보자.

비녜도 채드윅 버티컬 라이브러리 에디션

Viñedo Chadwick 2009

빈티지 컨디션 마이포 밸리의 가장 따뜻한 해 중 하나로 기록된 빈티지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 100%
숙성 22개월간 100%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
정하봉 소믈리에의 테이스팅 노트 삼나무, 시가, 체리와 라즈베리, 블루베리 등 복잡한 아로마 층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아름답게 구조화된 비단결 같은 탄닌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기분 좋은 질감, 목넘김 이후에는 10초 정도 지속적인 긴 여운이 농축되고 균형 잡힌 최고의 와인을 만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Viñedo Chadwick 2010

빈티지 컨디션 시원한 기후 조건으로 포도가 천천히 고르게 익었고, 평균보다 늦게 수확한 빈티지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 100%
숙성 22개월간 95%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
정하봉 소믈리에의 테이스팅 노트 기분 좋은 로즈마리와 월계수 잎과 같은 복합적인 허브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농축된 과일, 세밀한 탄닌, 기분 좋은 피니쉬가 아주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다. 사랑스럽고 표현력이 풍부하며 더불어 이러한 맛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이 와인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다.

Viñedo Chadwick 2011

빈티지 컨디션 긴 생장 시즌과 기록적으로 시원한 기온을 보였던 빈티지
품종 까베르네 소비뇽 100%
숙성 22개월간 77%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
정하봉 소믈리에의 테이스팅 노트 바이올렛과 같은 우아한 꽃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섬세하게 녹아든 탄닌과 목넘김 이후에 기분 좋게 마무리되는 산도에 의해서 균형감의 진수가 어떤 것인지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레드 와인이다. 높은 알코올 함량에도 불구하고 입안에서는 부드럽고 우아함이 느껴져 최고의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임을 느낄 수 있으며, 앞으로도 10년 이상 셀러에 보관하면 계속 진화할 가능성이 느껴진다.

비녜도 채드윅 와이너리
▶홈페이지 vinedochadwick.cl
▶인스타그램 @vinedochadwick

사진/자료 제공 비녜도 채드윅 와이너리, 글/사진 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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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개일 : 2023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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